대우인터 인수전 내수강자들 "제대로 붙었다"

진상현, 최석환, 김태은, 우경희 기자 | 2010.03.29 08:30

글로벌 기업 지향 포스코-롯데 모두 '절실'...해외네트워크 확보에 초점

"제대로 붙었다. 양측의 인수의지가 모두 강력하다."

롯데그룹의 등장으로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전이 치열한 '혈전'을 예고하고 있다. 꾸준히 인수 의지를 다져왔던 포스코는 물론 전격적으로 인수 의향서를 접수했던 롯데그룹의 인수 의지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양측의 강력한 인수 의지는 내수 시장에서 독보적인 강자로 군림해온 두 기업이 본격적인 글로벌 행보를 시작한 것과 무관하지 않다. 글로벌 기업으로 가는 길목에서 옛 대우그룹 시절 강력한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했던 대우인터내셔널의 가치가 어떤 기업보다 매력적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기업 인수합병(M&A)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28일 "이번 인수전은 그 동안 국내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해온 포스코와 롯데가 해외네트워크 확보를 두고 벌이는 한판 승부"라고 말했다.

또 다른 관계자도 "포스코와 롯데 모두 공격적으로 해외 사업을 확장하고 있지만 기존 조직만으론 한계가 있는 게 사실"이라며 "대우인터내셔널이 수 십 년간 쌓아온 해외 영업맨의 파워와 노하우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판단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포스코는 전체 매출에서 해외 비중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있다. 포스코의 해외 매출 비중은 지난 2008년 28.8%였으나 2009년에는 35%를 넘어서는 등 크게 늘었다. 포스코가 해외 비중을 늘려나가는 이유는 그동안 독보적인 영향력을 행사해온 내수 시장 환경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국내에서 포스코의 시장점유율은 60% 초반에 이를 정도로 압도적이다. 하지만 국내 전체 조강생산량은 2007년을 제외하고는 2~3% 안팎의 성장에 그치고 있다. 여기에 현대제철이 포스코만의 영역이던 고로(철광석을 직접 녹여 쇳물을 만드는 것) 시대를 열고, 동부제철도 전기로 가동으로 열연 생산에 가세하는 등 국내 시장도 점차 경쟁 구도가 형성되고 있다.

시장의 성장 속도는 느려지고 경쟁은 심화되니 다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철강제품을 소비하는 고객사의 글로벌화도 포스코가 내수시장에 머물지 못하게 하는 데 한몫하고 있다. 자동차와 가전, 조선사 등이 해외 시장을 확대해 나가면서 이들의 현지화 비중이 늘어나는 추세이다.


백화점 등 유통을 주력으로 한 전통적인 내수 강자인 롯데그룹도 해외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수출입 업무를 맡고 있는 롯데상사나 석유화학 계열사로 해외 수출규모가 큰 호남석유화학케이피케미칼 등이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의 직접적인 효과를 누릴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호남석화는 우즈베키스탄에서 가스전 개발 사업을 벌이고 있어, 해외자원개발 분야에서 강점을 갖고 있는 대우인터내셔널의 인수에 관심이 높은 것으로 전해졌다.

여기에 해외 진출이 늘어나고 있는 롯데쇼핑 등 유통사업 쪽에서도 해외네트워크와 정보 활용을 통해 시너지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롯데의 고위 관계자는 "오래전부터 검토해온 사안으로 그룹 전체적으로 포스코보다는 시너지가 더 크다고 판단해 인수전에 참여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인수 금액이 큰 만큼 당분간은 대우인터내셔널 인수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대우인터내셔널은 현재 업계 가운데 가장 많은 총 106곳의 해외 무역 거점을 보유하고 있다. 현지 무역법인(12곳)과 무역지사(54곳), 투자법인(25곳), 자원개발사업장(15곳) 등으로 이뤄져 있다. 수출 금액도 업계 1위다. 지난 2004년 매출이 5조원 수준이었는데 지난해엔 11조1480억 원을 기록했다. 이 매출의 98%가 수출이다.

업계 관계자는 "무엇보다 과거 '세계 경영'을 화두로 삼았던 '대우맨'들의 역량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며 "매출의 98%가 수출일 정도로 상사로서 위력은 최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다른 업계 고위관계자는 "두 회사 모두 글로벌 시장 진출을 강화하고 있고 자금력도 뛰어나다"며 "치열한 승부가 예상된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19일 대우인터내셔널 매각 본 입찰 자격을 얻은 포스코와 롯데, 지한컨소시엄 등은 다음 달 중순까지 예비실사를 벌인 뒤 내달 말이나 5월로 예상되는 본 입찰에 참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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