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 보름밖에 안남았는데…" 가족들 오열

평택(경기)=정영일 기자 | 2010.03.27 21:16

(상보)진상규명 강하게 요구, 정부 대응수준 질타도

"출동 며칠전 '동생 치아가 깨지는 꿈을 꿔서 걱정된다'고 집에 전화를 했다고 해요. 제대가 보름밖에 안남았는데 이런 일이 생기다니…."(실종자 이상희 병장 사촌누나, 이슬기 씨)

"아들이 17년간 해군에서 근무를 했는데, 이번 일로 집안이 풍비박산이 났습니다. 가족별로 1명씩 뽑아서 백령도로 보내기로 했습니다. 시신이라도 확인해야 할 것 아닙니까."(실종자 김경수 중사 부친, 김석우 씨)

백령도 인근 해상에서 발생한 천안함 침몰사고 이틀째인 27일 오후, 경기 평택 해군2함대사령부로 달려온 승조장병 가족 약 300명은 안타까운 마음에 발만 동동 구르고 있었다.

실종자들의 사연들이 알려지며 안타까움은 더하고 있다. 대학 1년을 마치고 군에 입대한 실종자 이상희 병장(23세·취사병)은 이번이 마지막 훈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병장의 사촌누나 슬기씨는 "동생은 제대하면 전공인 요리를 배워 자격증을 따기 위해 일본으로 연수를 떠나려고 했다"며 "입대하자마자 배에서만 생활해 왔는데 너무 안타깝다"고 말했다.

슬기씨는 "동생은 평소 휴가 나왔을때 배에 대해 많은 얘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낡았다'는 말을 아버지에게 했다는 것을 전해들었다"며 "배에 대해 잘 모르지만 20년이 넘는 배가 출항을 했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실종자 김경수 중사는 초등학교 2년과 7살의 두 자녀를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김 중사의 부친 석우씨는 "아들은 애가 둘인데 이번 일로 결국 가족이 풍비박산 난 거 아니냐"며 안타까워했다.

해군은 이날 사고 당시 상황에 대해 천안함의 함장인 최원일 중령이 직접 나서 가족들에게 설명했다. 그러나 실종자 가족들은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가족들은 "진상을 규명하라"고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설명이 끝난 후에도 실종자 가족들이 최 함장의 설명이 "미흡하다"며 격렬하게 항의했다. 최 함장이 설명회를 마치고 부대로 돌아가는 차를 가로막고, 차 위에 올라가는 아찔한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실종자 박경수 중사(30)의 부친인 박종규 씨(63·경기 수원)는 "출동에서 돌아오면 다음 출동까지 1~2주는 쉬어야 했는데 이번엔 3일만에 급박하게 아들이 출동했다"며 "이같은 상황에 대해 군 관계자는 아무런 설명도 해주지 않았다"고 말했다.

박 씨는 "무릇 함장이라면 부하를 구출하고 난 후 맨 마지막에 나와야 하는 것 아니냐"며 "함장이 미리 살겠다고 탈출하는 경우가 어디 있냐"고 오열했다. 특히 박경수 중사는 지난 2002년 연평해전 당시에도 참전한 바 있어 지켜보는 이들을 더 안타깝게 했다.

또 다른 실종자인 김태석 중사(38)의 누나인 김교순 씨는 해군 당국이 언론에 비공개된 상태로 브리핑을 추진하는 등 쉬쉬하는 태도로 일관했던 데 대해 "밤새 잠도 못자고 텔레비전 앞에서 눈물만 흘리다가 여주에서 여기까지 달려왔다"며 "이렇게 큰 사건인데 대한민국 정부의 대응수준이 이것밖에 안되느냐"고 비판했다.

이번 사고에서 생존한 장병의 가족도 안도의 한숨과 함께 해군에 대한 유감의 뜻을 내비쳤다. 전승영 병장의 부친인 전순원 씨(51·서울)는 "거의 잠을 못자고 텔레비전에서 자막만 보다가 왔다"며 "이번 사고에 대해 군 당국에서 연락을 해준 것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아들이 돌아와서 다행이긴 하지만 실종자 가족들을 보면 안타까울 뿐"이라며 사고 진상규명이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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