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무실=현장 직원=동생..영업 1년만에 1등

제주=오상헌 기자 | 2010.03.29 10:15

[지방은행 잘 나가는 이유]<6>제주은행 노형 뉴타운지점

# 본점 10년, 영업 1년 '1등지점'=김성협 제주은행(은행장 허창기) 노형 뉴타운 지점장은 작년 2월까지 내리 10년을 본점에서 근무했다. 은행장 비서실장 등 본점 요직을 두루 거쳤지만 지점 근무 경험은 일천했다. 책임자가 되기 전 서울 지점에서 3~4년 동안 일 한 게 전부다. 경력으로만 따지자면 말 그대로 '영업 신참'인 셈이다.

김 지점장은 그러나 영업에 투신한 지 불과 1년 만에 '큰 일'을 냈다. 올 초 제주은행 '2009년 종합업적평가대회'에서 노형 뉴타운 지점을 최고 영예인 대상으로 이끌었다. 제주은행 34개 지점(제주 31개, 서울 2개, 부산 1개) 중 영업 실적이 당당히 1위였다. 제주은행 임직원들은 "영업에 잔뼈가 굵은 지점장들도 하지 못 한 일을 김 지점장이 1년 만에 해냈다"며 놀라워 했다.

▲제주특별자치도 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제주은행 노형 뉴타운지점.


# '뜨는상권' 뉴타운 ,'격전지' 후발주자로=제주은행 노형 뉴타운 지점은 2006년 신설됐다. 올해로 설립 5년째. 노형동은 신도시인 신제주 인근에 자리잡고 있어 문화상권의 중심지로 떠오른 곳이다. 제주은행을 비롯한 대다수 시중은행, 제2금융권, 증권 지점들이 밀집해 있다. 제주 전역에서도 가장 치열한 영업전쟁이 벌어지는 '격전지'로 꼽힌다.

지난 해 2월. 김 지점장이 노형 뉴타운 지점으로 발령이 나 와보니 생각대로 영업은 쉽지 않았다. 인근의 대단위 아파트를 '마케팅 타깃'으로 주목했지만 '장애물'이 한 둘이 아니었다. 직접 고객을 방문하려고 아파트를 찾으면 입구에서부터 차단당했다.

기업 영업도 녹록지 않았다. 관광산업이 주류인 제주특별자치도의 특성상 고객으로 끌어들일만한 큰 기업을 찾기 힘들다는 게 가장 큰 문제였다. 그나마 농협이나 제2금융권이 기업 고객 상당수를 이미 '선점'하고 있었다.

# 대출절차 대행 '감성영업', 고객마음 울리다= 그래서 눈길을 돌린 게 소규모 영세업체나 자영업자 등 소호(SOHO) 영업. 인근 상가를 찾아다니며 시장조사부터 했다. 출근 후 오전 10시에 지점을 나서 오후 4~5시까지 고객들을 만나는 일상이 반복됐다. 지역 모임이나 단체를 찾아다니며 인적 네트워크도 차근차근 쌓아갔다.

서서히 '틈새시장'이 보이기 시작했다. "인근에 제2금융권이 많다 보니 연 8% 이상의 고금리 대출을 받고 있는 고객들이 많더군요. 도에서 지원하는 중소기업 육성 정책자금이 순간 떠올랐습니다. 그거다 싶더군요".


김 지점장은 고객들을 다시 찾아가 중기 정책자금을 활용하면 연 4% 수준의 저금리 대출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그리곤 고객들 대신 세무서를 방문해 대출에 필요한 자료를 직접 떼다 주고 시청에 자금지원을 신청하는 일을 대행해 줬다. 고객들로서는 금리 부담이 절반으로 줄어드는 데다 복잡한 대출절차가 생략되니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김 지점장은 "고객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하고 진정성을 갖고 접근하니 영업이 되더라"며 "'감성영업'만이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비결이란 걸 느꼈다"고 말했다.

▲제주은행 노형 뉴타운 지점의 김성협 지점장과 직원들.


# '상하·동욕·자승', 1년만에 실적 '2배'= 고객들의 마음을 잡으니 술술 일이 풀렸다. 촘촘한 '팀웍'을 갖춘 7명의 직원들 매일 함께 발로 뛰었다. 모토는 '상하(上下)·동욕(同慾)·자승(自勝)'. 상사와 직원들이 같은 욕심을 갖고 열심히 일하면 원하는 걸 얻을 수 있다는 의미다.

실적도 자연스럽게 따라왔다. 김 지점장 부임 당시 지점 수신잔액과 여신잔액은 각각 230억원과 155억원. 제주은행 전체 지점 중 중상위권 성적이었다. 그러던 것이 작년 말 수신이 324억원, 여신은 323억원으로 불어났다. 영업이익도 6억7000만원에서 10억5000만원으로 성장했다.

지난 2월 말 기준 노형 뉴타운 지점의 수신, 여신 잔액은 각각 456억원과 333억원에 이른다. 꼭 1년 만에 여수신 계수가 2배가 된 셈이다. 김 지점장은 "기존 지점장들이 잘 닦아 놓은 터에서 직원들과 재밌게 일하고 '즐거운 영업'을 한 결과"라며 "'형'과 '오빠'처럼 흉금을 터놓고 대해 준 후배직원들이 잘 따라줘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었다"고 공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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