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태 총재 "가계부채 734조, 지속관리 필요"

머니투데이 김창익 기자 | 2010.03.25 15:29

비상경제대책회의서 보고… "지나친 수준, 장기적으로 경제 뇌관될 수도"

↑ 이성태 총재
이성태 한국은행 총재가 퇴임 전 마지막으로 대통령에게 한 보고는 '가계부채 문제'였다.

이 총재는 25일 아침 청와대 비상경제대책회의에서 '최근 가계부채 현황'을 보고했다. 3월 말 임기 만료를 앞둔 이 총재가 업무로 대통령을 만나는 사실상 마지막 자리였다.

가계부채의 부실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경고하며 금리인상 시기를 놓고 이 대통령과 대립해 온 이 총재가 이 자리에서는 대통령에게 어떤 식으로 보고를 했을까.

이 총재는 일단 "현재 우리나라 가계부채가 2009년 말 734조원으로 금융안정을 위협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라고 전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총재는 이어 "가계대출의 절반수준이 주택담보대출로 구성돼 있으나 부동산 시장이 안정을 보이고 있고, LTV, DTI 규제로 담보인정 비율이 40% 중반에 그치고 있다"며 "가계부채 문제가 금융기관의 부실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총재는 "다만 가계부채는 소비위축으로 이어져 중장기적으로 성장잠재력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으므로 가계부채 문제를 적절히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상당히 완화된 표현을 썼지만 방점은 제일 끝말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 총재는 11일 금리 동결 후 통화정책방향 간담회에서 "가계부채가 지나친 수준"이라고 말했었다. 이어 "가계부채 때문에 금리를 올려선 안된다는 논리는 경제학 원론과는 반대"라며 "부채 문제가 심각해지면 오히려 금리를 올려야 한다"고도 했다. 퇴임을 앞두고 금리결정을 위한 마지막 금통위 후 한 말이다.

한국은행 조사국이 이날 보고를 위해 만든 참고 자료상엔 국제적인 비교를 쉽게 하기 위해 국제기준인 개인금융부채 규모를 기재했다. 2009년 말 기준 개인금융부채 규모는 855조 원이다.

이는 상당히 위험한 수준이란 평가다.


지난해 우리나라 개인금융부채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8년 말 83.9%에서 2009년 3분기 현재 86.5%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남유럽의 그리스(61.4%)나 이탈리아(49.1%)보다 월등히 높고, 스페인(89%)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개인 금융자산을 부채로 나눈 재무건전성 비율(2.33)도 미국(3.22), 일본(4.40), 영국(2.73) 등 선진국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개인총처분가능소득 대비 국내 개인금융부채는 2007년 말 현재 약 150%로 영국(약 170%) 다음으로 높은 수준이다.

특히 주택담보대출이 위험하다. 2009년 말 기준 국내 가계대출 규모는 총 692조 원으로, 이 중 38% 가량인 264조 원이 주택담보대출(예금은행)이다. 2003년부터만 100조 원 이상이 증가했다. 신규 주택담보대출 중 변동금리 비중이 최근 다시 늘고 있어 금리가 오를 경우 부실화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이성태 총재의 보고를 받고 이 대통령은 "현재 가계부채 수준이 금융 불안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적지만 가계 부채가 늘어나는 속도에 대해서는 면밀히 모니터링하고 가계와 금융권에 미치는 영향을 점검해 나가도록 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퇴임을 앞둔 이 총재에 대해서는 "지난 4년간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며 "무엇보다 전례없는 경제위기에 한국은행이 큰 역할을 했다. 수고했다"고 치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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