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무소유와 경영자

문형구 고려대 경영대 교수 | 2010.03.25 09:10
2010년 3월11일 우리는 또 한분의 종교지도자가 홀연히 '시간과 공간을 버리는' 모습을 가슴이 뭉클하도록 지켜보았다. 법정 스님은 언제나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법문으로, 아름다운 글로, 그리고 행정으로 우리의 마음을 움직인 분이었다. 그는 단순히 한 분의 종교 지도자가 아니라 우리 사회 구성원들에게 많은 가르침을 주고 떠난 사회 지도자였다. 어쩌면 '주고 떠난' 것이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찰나가 바로 인생이라는 그의 지적처럼 그의 말씀은 지금 이 순간에 물처럼 흐르며 은은한 향기를 퍼뜨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법정 스님이 우리에게 주고자 한 가르침은 무엇이었을까. 여러 사람의 견해를 거칠게 종합하여 보면 맑은 가난의 아름다움, 갖고자 하는 욕망을 억제하면서 다른 사람에게 베푸는 행동이 중요하다는 것, 용서와 친절, 무소유, 즉 아무것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하지 않은 것을 갖지 않는 것 등으로 요약되는 것 같다.

"인간 본성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을 찾지 못하면 이보다 더 큰 위기가 올 것이다"란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 전 의장 그린스펀이 찾고자 한 방법을 청빈, 무소유, 용서와 베풂이라는 그의 주장은 잘 보여주고 있다. 이는 탐욕과 혼란으로 뒤범벅이 되고 있는 지금 이 시대에 우리가 갖추고 실행해 나가야 할 덕목임이 분명하다.

무소유는 단순한 인생의 덕목만이 아니다. 그가 우리에게 남겨놓은 것이 인간됨의 진정한 모습의 구현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기업을 경영하는 지도자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베풂이라는 기업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할 뿐만 아니라 기업경영의 뼈대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첫째, 무소유는 성공한 혹은 성공하고자 하는 경영자가 갈고 닦아야 할 가치관이다.

그는 '무소유'에서 이렇게 말하고 있다. "무엇인가를 갖는다는 것은 다른 한편 무엇인가에 얽매이는 것, 그러므로 많이 갖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이 얽혀 있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무엇인가를 더 소유하면 할수록 그 대상을 잘 알게 되고 통제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소유한 것에 대해 자신감을 가지게 되고 더 나아가 오만에 빠지게 된다. 또한 소유대상과 뒤얽혀 있기 때문에 고집이 생기게 된다.


지금까지 경영자의 실패사례에 관한 연구들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바는 과거의 성공에 집착하는 것이 바로 아킬레스건이라는 점이다. 성공이라는 것을 소유하게 되면 성공에 집착하게 되고, '소유욕'은 '정신적인 군살'이 되어 '본질을 보는 시력이 약해지기'(정휴, '적멸의 즐거움' 중에서) 때문에 실패에 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성공하는 과정에서는 순수하고 겸손하던 리더가 권력을 잡고 그것을 유지하려고 하는 순간부터 무관심하고, 오만하고 결국에는 부도덕한 존재로 바뀌는 사례를 찾기는 별로 힘들지 않다. 오디푸스가 "그는 신과 다를 바 없다"는 청중의 찬송을 듣고 또한 스스로 믿는 순간 파멸의 길로 빠지는 모습을 그리는 고대 그리스 소포클레스의 희곡에서부터 독재자로 종말을 고한 무수한 정치가들에게 이르기까지.

둘째, 무소유는 개인과 조직이 변화의 방법으로서 유용한 개념이 될 수 있다.

지금까지 이루어온 것에 집착하지 않고 버리면 그 빈 공간에 새로운 것이 채워지기 마련이다. '크게 버리는 사람만이 크게 얻을 수 있다'는 그의 지적처럼 과거 나의 장점이었던 것을 과감히 버릴 때 새로운 것이 형체를 드러내게 된다. 실패하는 경영자는 자신이 모든 해답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며, 자신을 100% 따르지 않는 사람을 제거하며, 새롭고 다른 아이디어에 대한 열린 마음이 부족한 사람들이다. 성공하고자 하는 경영자는 자신이 가진 장점을 과감히 버릴 줄 아는 사람이다.

이 짧은 글이 법정 스님이 벗어놓고 가려 한 말빚이 되지 않을까 걱정하면서 스님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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