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매출10조 견인차 '현대모비스 아산공장'

머니투데이 서명훈 기자 | 2010.03.25 15:12

편집자주 |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연간 매출 10조원을 돌파했다.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 역시 각각 1조4223억원과 1조6152억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글로벌 톱5에 이름을 올린 현대·기아차의 선전으로 핵심부품 공급이 크게 늘어났고 중국 등 신흥시장의 해외법인 실적이 개선된 때문이다. 특히 모듈 사업에서만 7조2000억원의 매출을 달성, 매출 10조 돌파의 일등공신이 됐다. 현대모비스 모듈 공장의 표준이 되고 있는 아산공장을 찾아 그 성공 DNA를 분석해 봤다.

↑현대모비스 '트롤리컨베이어 시스템'

‘타협 없는 품질, 자유로운 제안, 끊임없는 개선’

지난 24일 오전 현대모비스 아산모듈 공장을 찾았을 때 가장 눈에 먼저 들어온 풍경이다. 토요타 사태 이후 ‘품질과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님을 실감케 했다.

아산모듈 공장은 4만9300㎡(1만4940평) 대지에 연면적 1만4280㎡(4330평)에 이른다. 현대모비스 공장 가운데 자동차의 3대 핵심 부품인 섀시모듈과 운전석 모듈, 프론트엔드모듈을 모두 생산하는 유일한 곳이다. 모듈이란 개별부품을 특정한 기능을 발휘하도록 조립한 부품군으로 아산공장의 생산능력은 연 30만대에 이른다.

이곳에서 생산된 신형(YF) 쏘나타와 NF 쏘나타, 그랜저 모듈은 15분가량 떨어진 현대자동차 아산공장에 전량 납품된다.

◇토요타 JIT 뛰어넘는 JIS 방식
공장에 들어서자 4개 조립라인이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첫 라인에서는 크래쉬 패드와 오디오, 에어백 모듈이 들어가는 운전석 모듈이 생산되고 있었다.

하지만 조립라인 위에 놓여있는 운전석 모듈이 제각각이다. 첫 모듈은 베이지색 신형 쏘나타 운전석 모듈이었고 두 번째 모듈은 검은색 그랜저용 모듈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답은 현대모비스가 자랑하는 직서열 방식(JIS, Just In Sequence)에 있다. JIS란 모듈을 공급받는 현대자동차와 동일한 생산이 이뤄지는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현대차 아산공장에서 신형 쏘나타 생산이 시작되면 그 정보가 공장으로 바로 전달된다. 현대모비스는 이 정보를 바탕으로 동일한 시간대에 신형 쏘나타에 들어갈 모듈을 생산하기 시작하는 식이다.

가장 효율적으로 평가받는 토요타의 JIT(Just In Time)는 시간대별로 필요한 부품을 주문하기 때문에 약간의 재고가 발생하게 된다. 반면 현대모비스의 JIS는 자동차 생산공정과 동일한 시간대에 부품이 생산돼 재고가 전혀 발생하지 않게 된다. JIT보다 한 수 위라는 평가가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또 하나 이상한 점은 조립라인 주변에 생산에 필요한 부품을 놓아두는 공간이 전혀 없었다. 부품도 없이 어떻게 모듈 생산이 가능할까? 답은 트롤리 컨베어 시스템에 있었다.

자재창고에서 작업 순서에 맞게 필요한 부품들을 트롤리 컨베어 시스템을 통해 작업자에게 바로 전달되고 있었다. 과거에는 작업에 필요한 부품들을 사람이 직접 자재창고에서 받아 날랐다고 한다.

작년 3월 아산모듈 공장을 방문한 헤르베르트 디에스(Herbert Diess) BMW그룹 구매총괄 담당 부회장도 트롤리 컨베어 시스템을 보고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는 후문이다. 이후 현대모비스는 오는 2011년부터 3년간 할로겐 및 LED를 적용한 리어 콤비네이션 램프(후미등)를 BMW에 납품하는 계약을 따냈다. 국내 부품업체가 BMW에 램프를 공급하는 것은 현대모비스가 처음이다. 납품될 후미등은 중국의 강소모비스(램프 생산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 완벽한 품질 추구, 4중 안전장치 시스템

차종이 다르면 운전석 모듈에 들어가는 부품은 물론 조립 순서나 방식도 다르기 마련. 한번은 신형 쏘나타에 들어갈 모듈을 조립하고 곧이어 그랜저 모듈을 조립하다 보면 부품이 바뀔 가능성이 높다.

쏘나타 부품이 그랜저 모듈에 들어가거나 그랜저 부품이 쏘나타 모듈에 들어가는 일은 없을까? 이종 부품이 들어가게 되면 차량 안전에 심각한 위협이 될 수 있다.

우려와는 달리 이종 부품이 들어가는 일은 원천적으로 불가능했다. 모두 4번에 걸친 안전장치 때문이다.

먼저 조립라인에 작업자가 생산해야 할 기본 모듈 부품이 자동으로 전달된다. 기본 부품에는 바코드가 붙어 있고 바코드를 읽으면 조립라인 위쪽에 설치된 모니터에는 작업 순서와 해야 할 내용이 자동으로 뜨게 된다.

물론 옆에는 작업에 필요한 부품들이 트롤리 컨베어 시스템을 통해 이미 도착해 있다. 작업자는 순서에 맞게 필요한 부품들을 꺼내 조립하게 된다. 만약 작업자가 순서를 지키지 않거나 작업을 빠트리게 되면 경고등이 울리게 되고 문제가 해결되기 전까지 조립라인은 정지하게 된다.

작업자가 제대로 모든 조립을 끝내면 모니터에는 녹색바탕에 ‘OK’가 뜨고 다음 작업자에게 넘어가게 된다.

모듈 생산공정은 각 부품을 제자리에 놓고 결합시키는 작업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체결부위가 너무 느슨하게 조립돼도 문제지만 반대로 너무 강하게 조립돼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 아산공장에서는 체결력 관리시스템을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공구를 이용해 결속부위를 체결할 때 규정된 수치에 도달하면 작업자가 계속 스위치를 넣고 있어도 자동으로 멈추는 시스템이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비전 시스템도 독자 개발해 운영하고 있다. 헤드램프 조립시 필요한 나사조립 과정은 총 12가지다. 비전 시스템은 작업해야 할 12곳의 위치가 표시되고 제대로 체결이 되면 녹색등이 켜진다. 12개의 녹색등이 켜져야만 다음 공정으로 넘어가게 된다.

모듈 조립이 끝나게 되면 에코스시스템을 통해 제대로 작동하는지 최종 품질검사를 받게 된다. 조립이 끝난 운전석 모듈은 에코스시스템과 연결돼 헤드램프와 방향 지시등, 경적 등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최종 검사를 받게 된다.

최종 검사를 통과한 모듈은 출하장으로 바로 이동된다. 출하장에 대기하고 있는 차량에 생산된 모듈이 순서대로 실리게 되고 15분 후에는 현대차 아산공장에 도착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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