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회장이 삼성전자 회장으로 복귀하면서 이재용 부사장 체제가 공고히 될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는가 하면, 일각에서는 경영권 승계가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외국계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이건희 회장의 복귀는 시장 측면에서 보면 긍정적이다"며 "이 회장이 복귀함에 따라 이재용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는 다소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또 다른 쪽에서는 이건희 회장이 이재용 부사장의 뒤를 든든히 지원하는 형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이건희 회장은 지난 2007년 10월 김용철 변호사의 폭로가 있기 전까지 이재용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 수순을 차근히 밟아왔다"며 "그 과정에서 돌발 변수가 생기면서 승계 작업이 잠깐 멈춘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이 부사장은 지난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후 2004년 이전까지는 경영수업을 받았고, 2004년에 처음 삼성과 소니의 합작사인 S-LCD의 등기임원으로 경영에 직접 참가했다. 이후 이 부사장은 2007년 1월 전무로서 자회사가 아닌 삼성전자의 'C'레벨인 고객담당최고책임자(CCO)를 맡아 본격적인 경영참여에 나섰다.
하지만 김용철 변호사의 비자금 폭로가 이어지면서 2008년 4월 CCO에서 물러났고, 지난해 말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삼성전자의 또 다른 C레벨인 최고운영책임자(COO)로 되돌아왔다. 1년여의 공백이 있었던 셈이다.
이 부사장이 경영수업을 끝내고 경영 전면에 나서 안정화되기까지 이 회장이 지원하는 모양세를 갖추기 전에 비자금 폭로 및 특검이 도입되면서 후계 승계 작업을 마무리 짓지 못한 상태에서 이 회장이 물러났다는 게 재계의 분석이다.
따라서 이번에 이 회장이 복귀해 이 부사장으로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정지작업을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삼성 관계자는 "이 회장이 과거와 마찬가지로 회사에서 업무를 보기보다는 집무실 역할을 하는 승진원에서 외부 손님과 경영진들을 만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룹 내 경영에 참여하지만 현장에서 사사건건 직접 챙기기보다는 비전 제시와 대규모 투자 등 큰 그림만 챙기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대신 이재용 부사장이 서초동 삼성 본관에서 업무를 하며 이 회장의 든든한 지원을 받을 것이라는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번 이 회장의 복귀가 장남인 이재용 부사장체제로의 원활한 승계를 위한 수순이라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는 이재용 부사장의 어깨가 한결 가벼워졌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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