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가, 삼성 이회장 복귀 "노코멘트"에 담긴 뜻

머니투데이 정영화 기자 | 2010.03.24 12:11

[기자수첩]

24일 이건희 회장의 삼성전자 경영 복귀 소식에 대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반응을 묻기 위해 전화를 들었다.

상장 기업이나 경제전반에 관한 이슈에 대해 리서치센터 최고 책임자같은 시장 전문가들은 자신의 견해를 비교적 자유롭게 밝힌다.
하지만 이날 삼성 이회장 복귀와 관련해서는 분위기가 달랐다.
기껏 말을 이어가다가도 끝에 가선 "노코멘트로 해달라"는 답이 돌아오기 일쑤였다.

물론 이 회장이 경영에 복귀하면 그룹내 의사결정 속도가 빨라질 것이고 오너로서 장기적인 경영 밑그림을 그리고, 신성장동력의 추진력을 높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놓는 전문가들이 다수였다.

진작부터 이회장이 "삼성이 어렵다면 도울 수 있다“는 의사를 표명했던 만큼 복귀가 특별할 게 없다는 반응도 많았다. 실제로 이 회장은 이미 사면 직후 활발한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활동을 했고, 지난 1월 멀티미디어 가전쇼 CES에서 두 딸들을 옆에 끼고 나란히 참석한 모습이 언론에 보도되기도 했었다.

하지만 사안을 바라보는 시각을 떠나 리서치센터장 등 시장전문가들은 ‘삼성’에 대한 코멘트 자체를 부담스러워 한다.
한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은 "누가 실명을 대고 삼성전자의 이 회장 복귀에 대해 이렇다 저렇다 말할 수 있겠느냐"며 말끝을 흐렸다.

삼성은 증시에서도 '공룡'이다.

시가총액 가운데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19.6%를 차지한다. 전체 삼성 그룹주는 모두 18개나 된다. 삼성전자는 시가총액이 약 120조원으로 전체 시장에서 12.3%를 차지하고 있다.

5월 상장 예정인 삼성생명도 공모규모가 약 4조원이고, 상장 후 시가총액이 약 20조원으로 5위권에 해당한다. 주관사도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를 비롯해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메릴린치 등 여럿 끼어있다. 삼성생명은 이건희 회장이 최대주주로 무려 415만주(20.76%)를 보유하고 있어 증권사들로서도 이래저래 신경이 쓰일수 밖에 없다.
한 리서치 센터장은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증권사에서 삼성이 얽혀있는 이해관계가 복잡해서 가타부타 말할 수 없는 처지"라고 털어놨다.

몸담고 있는 증권사의 이해와 별개로, 이회장의 복귀를 바라보는 사회적 정서가 기업에 미칠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없지 않았다. 한 리서치 센터장은 "경제적으로 긍정적이지만 사회적으로는 어쩔지 모르겠다. 벌써 경영에 복귀하느냐는 우려의 시각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또 다른 리서치 책임자도 "2세 증여 상속 같은 부분에 대해 '면죄부'를 받았다고는 하지만 충분한 시간적 여유가 없이 복귀했다는 점에서 기업윤리에 대한 문제가 불거질 소지도 있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숨쉴틈 없이 돌아가는 격변기에 그룹 회장의 통찰력과 리더십이 필요하다는 시장의 긍정론 뒤에는 이처럼 많은 "노코멘트"가 가려져 있다.
삼성과 이회장이 시장과 투자자들로부터 전적인 지지와 신뢰를 얻기 위해서는 '노코멘트'가 담고 있는 복합적인 심경을 헤아릴 필요가 있을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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