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몽구회장 "현대·기아차간 간섭효과 막아라"

머니투데이 김보형 기자 | 2010.03.23 17:29

내년 출시 오피러스 후속(CH) 디자인 에쿠스와 겹치지 않아야

"내년에 출시할 기아차 초대형세단은 현대차 에쿠스와 전혀 다른 느낌으로 가야한다. 디자인부터 다시 준비하라" (정몽구 회장)

기아자동차가 내년 하반기에 출시할 예정인 오피러스 후속(CH)차 디자인을 에쿠스와 겹치지 않는 방향으로 바꾸기로 했다.

현대차와 기아차간의 '카니발리제이션(cannibalization, 같은 기업의 다른 제품이 서로 간의 판매를 감소시키는 현상)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22일 기아차와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몽구 회장은 기아차의 초대형세단 디자인 콘셉트를 보고 받고 "에쿠스와 겹치지 않는 방향으로 처음부터 다시 준비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정 회장은 "현대차 에쿠스가 중후하고 무게감 있는 이미지라면 기아차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역동적인 방향으로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고 강조한 것으로 전해졌다.

기아차 고위 관계자는 "초대형 세단이다 보니 관련 디자인팀에서 역동적인 느낌보다는 상대적으로 고급스러운 부분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회장님의 지적 이후 콘셉트를 변경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아차는 오피러스 후속(CH)모델의 컨셉트를 '다이내믹 럭셔리'로 잡고 디자인부터 역동적인 이미지를 강조할 계획이다.


또 최고급 세단 인만큼 차별성을 부여하기 위해 차 이름은 준대형세단 'K7'과 중형세단 'K5'와 같은 'K시리즈'로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정몽구 회장의 이 같은 콘셉트 변경지시는 관련업계에서 제기되는 자기잠식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내수시장서 7만5844대가 판매되며 베스트셀링 모델 4위에 오른 '그랜저'는 작년 12월 기아차 K7 출시이후 판매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지난달에는 3552대에 그치면서 K7(4249대)에 추월당했다.

특히 오는 5월엔 내수시장서 가장 높은 점유율을 차지하는 중형차 시장에 기아차 'K5'가 출시될 예정이어서 현대차 쏘나타 판매 감소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는 상관없지만 한정된 내수 시장에서는 현대·기아차간의 간섭효과가 이미 발생하고 있다"면서 "파워트레인(엔진 및 변속기)은 공유할 수밖에 없는 만큼 최대한 디자인과 브랜드 정체성을 구분하려는 전략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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