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 아빠들도 2개월 강제로"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0.03.21 17:48

[이로운法]민주당 홍영표 의원, 아버지 육아휴직 할당제 도입안

편집자주 | 18대 국회는 '식물국회, '무능국회', '폭력국회'로 불린다. 겉만 번지레하고 속은 비었다. 발의된 법률안 개정안의 건수는 17대 등에 비해 크게 늘었지만 처리율은 매우 낮다. 그러나 발의법안이 크게 늘어난 것은 그만큼 본연의 임무에 충실하려는 국회의원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방증이다. 그럼에도 의원들의 '입법 활동'은 주목받지 못한 채 '음지'에 머물러 있다. 이에 머니투데이는 ' 이로운 法 ' 시리즈를 마련해 의원들의 '입법활동' 지원 및 독려에 나서기로 했다. 각종 법안 중 △경제와 삶에 큰 영향을 미칠 법안 △시급히 도입할 법안 등을 추려 그 내용을 지속 소개한다. 비록 법으로 확정되지 않은 '법안'이지만 그 속에 담긴 입법정신과 취지를 널리 알림으로써 한국 국회와 정당에 '입법경쟁'이 자리잡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 사례1. 김진욱·정연희씨 부부는 매일 아침 5시30분에 일어난다. 20분 거리에 있는 시댁에 들러 15개월 된 아들을 맡기고 각자 출근하려면 정신이 없다. 남편 진욱씨는 밤 10시가 넘어야 집에 돌아온다. 육아와 집안 일 대부분은 그나마 저녁 7시쯤이면 귀가하는 아내 연희씨 몫이다. 이들 부부는 "지금 상태라면 둘째는 꿈도 못 꾼다"고 말한다.

# 사례2. 서울 영등포구 소재 초등학교 교사인 나승연씨는 결혼 4년차다. 집안 어른들의 재촉이 심하지만 2세 계획은 아직 없다. 시댁과 친정이 모두 지방이라 아이를 낳으면 승연씨가 휴직해야 한다. 아파트 중도금에 보험비, 양가 부모 용돈 등 돈 들어갈 데가 한두곳이 아닌데 남편 혼자 벌어선 감당이 안 된다. 그렇지 않으려면 아이를 지방에 있는 부모에게 맡기고 생이별을 해야 한다. 승연씨는 그럴 바엔 출산을 늦추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 남편도 같은 생각이다.

# 사례3. 이진태·한소영씨 부부는 8살짜리 딸 아이 학원비로 1달에 100만원 가까이 쓴다. 피아노, 태권도, 미술 등 안 보내는 학원이 없다. 여유가 있거나 학원을 보내고 싶어서 보내는 게 아니다. 맞벌이 부부라 초등학교 수업이 끝나면 아이를 맡아줄 곳이 마땅치 않다. '울며 겨자먹기'로 아이를 이 학원 저 학원으로 돌리는 셈이다. 소영씨는 "결혼 전에는 능력되는 만큼 낳자고 했는데 막상 낳아보니 그 능력이 1명밖에 안 되더라"고 말했다.

지난달 2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09년 출생통계에서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1.15명을 기록했다. 2008년(1.19명)보다 줄었다. 합계출산율 1.15명은 부부가 결혼해 평균적으로 자녀 1.15명을 낳는다는 얘기다. 한국은 2002년 1.16명으로 세계 최저 수준이 됐고 2005년 1.07명까지 떨어졌다. 전세계가 저출산 문제로 골치 아프다지만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은 1.63명으로 한국보다는 높다.

◇스웨덴에 살았다면= 한국의 출산·육아 고민은 스웨덴에선 찾아보기 힘들다.

스웨덴에선 부모가 함께 나눠쓰는 육아휴가가 16개월이다. 16개월 가운데 아버지와 어머니가 2개월씩을 사용하도록 강제하는 게 특징이다. 어머니가 14개월을 썼을 경우 아버지가 육아휴직을 쓰지 않는다면 여분의 2개월은 사라지는 방식이다. 2005년 기준 스웨덴 아버지의 75%가 2개월짜리 아버지 휴가를 썼다. 이 기간 국영보험회사에선 '부모 수당'을 준다. 13개월 동안은 정규 임금의 80%를, 나머지 3개월 동안엔 월급에 상관없이 월 86만원 정도를 준다.

스웨덴에서 남성 육아휴직을 도입한 것은 1974년이었다. 당시 제도는 현재 한국의 육아휴직제도와 비슷했다. 하지만 남성의 육아휴직 참여가 기대만큼 늘지 않자 육아휴직 일부를 아버지에게 할당하는 제도로 돌아섰다. 이후 한때 1.5명까지 떨어졌던 스웨덴 합계출산율은 2007년 1.85명까지 올라갔다. 1960년대 50%대였던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도 2000년대 이후 세계 최고 수준인 80%에 육박하게 됐다.

◇ "한국도 아버지 육아휴직 강제해야" = 홍영표 민주당 의원(사진)은 이 점에 주목한다. 출산문제를 풀려면 아버지 육아휴직 할당제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홍 의원은 "한국의 현행 육아휴직제도는 스웨덴의 과거 제도처럼 죽은 제도"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에서도 현행법상으론 자녀가 만 6세가 될 때까지 부모 모두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다. 하지만 지난해 육아휴직 건수는 3만5400명, 이 가운데 아버지 육아휴직은 502명에 불과하다. 지난해 신생아는 44만5200명의 0.1%대다.


홍 의원은 "아버지 육아휴직이 거의 없는 것은 남성 육아휴직에 부정적인 직장문화와 인사상 불이익에 대한 우려 때문"이라며 "사문화된 남성의 육아휴직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법안에 명시하는 것밖에는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또 "육아휴직 급여가 월 50만원밖에 안 돼 대체로 부부 중 소득이 낮은 여성이 휴직하게 되는 면도 있다"며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가 보통 휴직 전 임금의 70~80% 수준을 보전해 주는 만큼 한국도 이런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의원은 이를 위해 육아휴직기간을 현행 12개월에서 14개월로 늘리고 이 중 2개월은 반드시 남성 근로자가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남녀고용평등과 일·가정 양립 지원에 관한 법률'을 냈다. 또 현행 월 50만원인 육아휴직 급여를 최초 2개월 동안은 근로자 평균 임금의 100% 지급하고 나머지 기간엔 평균 임금의 50% 지급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개정안도 냈다.

◇ 처리 전망은= 국회 차원에선 긍정적인 분위기다. 한나라당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선 아버지 육아휴직 권리가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당 저출산대책특위 신상진 위원장은 "제도 도입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문제는 예산이다. 육아휴직 급여는 고용보험기금의 실업급여 계정에서 실업급여와 통합돼 지출되고 있다. 실업급여 계정의 수입은 임금총액의 0.9%를 사업주와 근로자가 절반씩 부담하는 고용보험료로 충당된다.

하지만 고용보험기금 실업급여 계정은 2007년 당기수지 적자 1069억원이 발생한 이래 적자폭이 매년 확대되어 가고 있다. 특히 고용위기로 인한 실업급여비 지출이 급증한 지난해에는 당기수지 적자규모가 1조7000억원에 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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