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시장]딸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김진한 변호사 | 2010.03.22 07:56
요즘 사람들은 모이기만 하면 딸아이 걱정, 여동생 걱정, 아내 걱정으로 한숨을 내쉬기 일쑤다. 지난해에는 조두순 사건으로 시끌시끌하더니 이번에는 부산 여중생 사건이다.

조두순 사건은 8세 여아를 강간해 신체 일부의 기능을 영구상실토록 한 사건이다. 범인 조두순은 형법상 강간 등 상해로 징역 12년, 특정 성폭력범죄자에 대한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에 관한 법률에 의해 전자발찌 부착 7년, 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에 의해 5년간 열람정보 공개라는 판결을 받았다.

조두순이 이미 강간치상 전과범으로 3년의 유기징역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는 자라는 사실은 알려진 바와 같다. 8세의 여아를 이러한 파렴치범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한 어른으로서 부끄럽기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조두순 사건이 잊혀지기도 전에 또다시 부산 여중생 사건이 불거졌다. 아직 법원의 유죄판결이 난 것은 아니지만 이러한 아동성범죄가 또다시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도 전국이 들썩이는 것이다.

특히 어린 딸이 있는 부모들의 걱정이 이만저만 아니다. 그렇다고 하루종일 딸아이 곁을 맴돌 수도 없는 노릇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강간 등 성범죄를 저지를 경우 성폭력범죄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로 가중처벌하고 있고 특정 범죄자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전자발찌 착용명령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열람할 수 있도록 하고 있고 올해 초부터는 아동돚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신상정보에 관해 인터넷열람제도를 도입, 법원의 명령에 따라 신상정보를 인터넷사이트에 공개토록 하고 있다.

그러나 조두순 사건에 이어 부산 여중생 사건이 또 불거지자 이와 같은 특별법이나 신상정보 공개제도 등도 우리 딸들을 보호하기에 충분치 않다는 것이 여론인 듯하다.

특히 선진국들의 성범죄에 대한 사후관리책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미국 텍사스주에서는 성범죄자가 사는 집 마당에 성범죄자가 살고 있다는 사실을 기재한 표지판을 부착하기도 한다는데 우리나라 법은 형량이 과소한 것이 아니냐는 말이 들려오기도 한다.


무작정 외국의 입법 예는 이러하니 우리의 법도 고쳐야 한다는 주장은 범죄인의 인권을 침해하거나 재활 기회를 빼앗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심해야 한다. 하지만 앞으로 벌어질 범죄를 막고자 하는 의지가 큰 것은 새로운 제도 도입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

김길태는 전자발찌 착용이나 신상정보 열람과 관련한 법률이 적용되기 이전인 1997년 및 2000년에 성범죄를 저지른 전력이 있는 자라고 한다.

김길태에 대한 신상정보 열람 등이 이뤄지지 않아 사후관리가 소홀했다는 점을 지적하며 소급입법에 대한 여론이 들끓자 정부는 과거 성범죄를 저지른 자들에 대하여 전자발찌 의무 착용을 소급 적용하거나 과거 성범죄자의 신상정보를 소급하여 인터넷에 공개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안은 헌법 제13조 형벌불소급의 원칙이나 범죄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닌지 반론이 있을 수 있는 예민한 쟁점이다. 물론 헌법재판소는 신상정보 공개제도는 처벌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시한 바 있고 대법원도 전자감시제도의 법적 성격을 보안 처분이라고 판시한 바 있다.

따라서 이러한 판례에 입각해 본다면 신상정보 공개나 전자발찌 착용이 형벌이 아닌 이상 헌법 제13조의 형벌불소급의 원칙에 위배될 여지가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물론 헌법재판소의 합헌의견이 4인, 위헌의견이 5인이었다는 점에서 소급입법을 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 딸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이번 사건을 성범죄자에 대한 사후관리를 재정비하는 기회로 생각하고 범죄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최소화하면서도 청소년의 성 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을 달성할 수 있는 현명한 입법이 이뤄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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