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고 싹쓸이' 심화…대학불신↑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10.03.21 14:29

[MB교육정책 딜레마②]못 믿을 대학의 책무성

"연·고대가 특목고 학생들을 싹쓸이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지금 누리고 있는 사회적 영향력을 앞으로도 계속 유지하고 싶은 것이다. 각계 요직을 차지할 가능성이 높은 재원을 미리 확보해야 현재의 고위직 명문대 독점 구조가 계속 유지될 수 있다. 기업이 명문대 출신을 선호하는 이유와 별반 다르지 않다."

최근 사석에서 만난 모 대학 교직원의 말이다. 이명박 정부 들어 각종 교육개혁 정책들이 강도 높게 추진되고 있지만 대학의 특목고 선호 현상, 대학 서열화 고착화 문제 등은 좀처럼 해결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지난해 9월 대학의 신입생 출신고교 공개를 내년부터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정보공개 확대로 대학의 책무성을 확보, 일부 명문 사립대의 특목고 싹쓸이 현상을 줄여보겠다는 의도였다. 그러나 현실은 정부 기대대로 움직여주지 않았다.

2010학년도 대학입시에서 연세대의 외고 출신 합격생 비율은 29.1%로 전년에 비해 무려 9.9%포인트나 증가했다. 인문계만 놓고 보면 48.9%로 거의 절반을 차지했다. 고려대의 외고 합격생 비율도 전년보다 6.6%포인트 늘어나는 등 상황이 별반 다르지 않았다.

이에 대해 한국대학교육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2010학년도의 경우 전형계획이 2008년에 이미 결정돼 공고가 나갔기 때문에 출신고교 공개가 발표돼도 대학들이 이를 반영할 여지가 거의 없었다"며 "그러나 앞으로는 얘기가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까지 특목고 싹쓸이 얘기가 나와도 대학들은 무대응으로 일관했지만 앞으로는 스스로 공신력 있는 자료를 세부적으로 작성해 내놓아야 하기 때문에 아무래도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출신고교 공개' 정도로는 대학의 특목고 싹쓸이 현상을 바로잡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사립대 한 관계자는 "신입생 선발에서 대학 서열의 90% 이상이 결판나는 상황에서 과연 대학들이 정보공시가 무서워 우수학생 뽑기를 주저하겠냐"며 "대학의 서열화가 완화되지 않는 한 특목고 선호 현상도 완화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노무현 정부 때도 '잘 뽑기' 경쟁보다 '잘 가르치기' 경쟁을 유도하겠다고 했지만 백약이 무효였던 점도 상기시켰다.

교과부 관계자는 "외고폐지 논란 등 현 정부 들어 고교서열화 문제는 주요 이슈로 다뤄져 왔지만 대학 서열화 문제는 상대적으로 논의가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라며 "하지만 이 문제는 워낙 뿌리가 깊고 진단도 제각각이어서 다루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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