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후 2시, 온도계가 36도로 치솟으면 120명이 넘는 아이들이 쉴새없이 물을 들이킨다. 아이들이 물을 마시는 동안, 주방에선 물이 끊긴다.
주방에서 일하는 소크 반니 씨는 "여기저기서 수도를 트는 바람에 설거지를 제대로 할수 없다"며 "식판 좀 여러 번 헹굴 수 있으면 속 시원하겠다"고 투덜거렸다. 6학년 대표 라타나 양은 말했다.
"물 펌프 하나만 있으면 좋겠어요! 하나만 있으면 더울 때 다들 편하게 물을 마시고 씻을 수 있을 거에요."
그나마 방과 후 학교 아이들은 깨끗한 물을 마신다. 어른이 일하러 간 동안 멀리 있는 샘터나 사원에서 물을 뜨러가야 하는 아이들은 방과 후 학교에도 나오지 못한다. 해피홈스쿨이 자리 잡은 프놈펜 덤록 마을의 어른 중 80%가 일용노동자다.
◇"캄보디아 영아 1000명 중 90명 사망"=50년 전 한국에 식량을 원조해줬던 나라, 캄보디아에선 지금 인구 절반에 가까운 47%의 사람들이 깨끗한 물을 마시지 못하고 있다.
기아대책의 윤옥 기아봉사단원은 "건기에는 샘터이 잘 말라 하는 수 없이 더러운 물을 가라앉혀 마시는 사람이 많다"며 "덤록 마을 사람들은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이질 같은 수인성질병에 시달려 키가 작고 체격이 왜소하다"고 전했다.
유니세프(국제연합아동기금) 캄보디아 사무소의 힐다 위나르타 씨는 “5세 이하 캄보디아 어린이의 20%가 설사를 앓는다”고 말했다.
유엔인구기금에 따르면 2006년 캄보디아 어린이 1000명 가운데 90명이 태어난 지 1년 이내에 죽었다. 북한(43명)이나 내전상태인 이라크(83명)보다도 높다.
캄보디아에 깨끗한 물이 없는 것은 아니다. 1,000달러를 들여 땅을 파면 주민들이 일년 내내 마실 수 있는 깨끗한 물이 나온다.
문제는 돈과 정치다. 캄보디아는 유엔총회가 3년마다 한번 정하는 세계 최빈국 중 한 곳으로, 1인당 국민소득이 700여달러다. 캄보디아 정부는 안전한 물을 보급하는데 필요한 재정의 80%를 해외 원조에 의존하고 있다. 예산이 부족하다는 이유다.
◇"우리가 받는 쌀, 물로 돌려줍시다"= 1960년대 한국이 기아로 허덕였을 때, 쌀을 지원해준 나라 중 하나가 캄보디아다. ‘킬링필드’ 등 내분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캄보디아는 한국보다 잘 살았다.
윤옥 단원은 "전쟁으로 어려웠던 우리나라에 식량을 원조해줬던 캄보디아는 20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킬링필드' 사태와 오랜 정치 내분을 겪은 후 경제가 50년 전으로 후퇴했다"며 "은혜를 빚진 우리가 이젠 도울 차례"라고 말했다.
이미 한국인의 보은은 시작됐다. 기아대책 등 규모 있는 비영리단체부터 아산 온양6동 새마을회 같은 작은 동네단체까지, 수자원공사 같이 큰 기업부터 셈크래프트 같이 작은 장애인사업장까지 지원은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
머니투데이와 기아대책, 이로운몰은 이러한 사회공헌에 더 많은 이가 참여할 수 있도록 3월22일 세계 물의 날을 맞이해 '물 퍼주는 사랑' 캠페인을 펼친다. 이 캠페인에 장애인사업장 '셈크래프트'는 기아대책에 자사의 '버터샤워바' 100개를 기증했다. (관련 기사 보기)
4월 20일까지 이로운몰(www.erounmall.com)에서 ‘버터샤워바’ 를 구매하면, 판매량 100개까지 매출수익 전액이 캄보디아 물펌프 설치 사업에 기부된다. 블로그 배너 부착, 트위터 리본 부착을 통해서도 기부에 참여할 수 있다.
셈크래프트처럼 물품을 기증할 수도 있다. 기부 및 기증 문의는 기아대책(02-544-9544).
<세계 물의 날 캠페인 '물 퍼주는 사랑' 보러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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