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생명 상장효과…한화그룹 웃음꽃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10.03.22 08:10

1.5조~2조원 실탄확보로 투자 가속도, M&A 러브콜 쇄도

"대한생명(이하 대생)의 성공적 기업공개(IPO) 이후 국내·외 인수합병(M&A) 시장에서 러브콜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대한생명 63빌딩
한화그룹이 새 부흥기를 맞고 있다. 상장 첫날인 지난 17일 거래량과 거래대금, 거래회전율 등에서 모두 1위를 차지하면서 증시 역사를 새롭게 쓴 대생의 화려한 데뷔전 때문이다.

한화 내부에선 대생 상장이 대우조선해양 인수 무산으로 위축됐던 분위기를 일시에 바꾸며, 그룹 전체에 활기를 불어넣어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시장에서도 신성장동력 찾기에 목말라 있던 한화가 힘차게 도약할 수 있는 날개를 달았다고 평가한다.

구체적인 변화도 감지된다. 한화는 최근 국내외 M&A 시장에서 채권단의 구애를 한 몸에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생의 성공적 상장을 통한 자금 유동성 확보는 곧바로 대형 M&A로 연결될 가능성이 크다는 기대 때문이다.

한화 관계자는 "대형 M&A 시장에 매물을 내놓은 채권단들도 역시 잠재적 인수후보로 주저 없이 꼽고 있으며 초대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성공적인 대생 IPO를 바탕으로 새로운 성장과 발전의 동력을 반드시 찾아 그룹의 위상을 높이겠다는 임직원들의 각오도 대단하다"고 말했다.

◆1.5조~2조원 실탄 확보....신사업 투자-M&A 참여 가속화
김승연 회장도 신년 초부터 "그룹 도약에 중요한 전기가 될 사안인 만큼 차질 없이 잘 마무리해달라"며 대생 상장 성공에 그룹 역량을 집중해줄 것을 강력하게 독려한 바 있다.

김 회장의 이 같은 예감은 적중했다. 실제로 그룹 전체는 대생 상장을 통해 중장기적으로 약1조5000억 원에서 2조원에 가까운 현금 실탄을 손에 쥐게 됐다. 한화는 이 자금으로 신사업 투자와 함께 M&A 시장에도 참여해 신성장 동력 사업 발굴에 적극 나선다는 방침이다.

현재 그룹의 신성장동력 발굴은 주로 한화케미칼(옛 한화석유화학)과 한화L&C, ㈜한화를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다.

글로벌기업을 표방하며 최근 사명까지 바꾼 한화케미칼은 올해 태양전지를 본격적으로 생산했으며, 2020년까지 총 2기가와트(GW)의 태양전지 생산설비를 구축해 세계 시장의 10% 이상을 점유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또 2015년까지 태양전지의 핵심원료인 폴리실리콘 생산에서부터 태양전지와 모듈 생산에 이르기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 태양광 사업 관련 제조분야의 시너지 효과를 배가시킬 계획이다.

한화케미칼은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개발에서도 류마티스 관절염 및 유방암 치료제 등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으며, 충북 청원군에 바이오시밀러 공장 건설에 착수하는 등 2018년까지 총 2055억원을 투자할 예정이다.

한화L&C는 지난달 전기자동차 생산업체인 CT&T와 전기차 내ㆍ외장재로 쓰이는 '초경량 고강도 복합소재 부품개발' 관련 공동협약을 체결하고 전기차 부품시장의 진출을 전격 선언했다. 앞으로 기존 차량 외장재로 쓰이는 강철보다 30% 이상 가볍고 강도와 매끄러움이 뛰어난 신소재를 개발할 계획이다.

㈜한화는 탄소배출권 사업에 뛰어들어 이미 90만 톤의 이산화탄소 배출권을 확보했으며, 총 150만 톤이 넘는 탄소배출권으로 연간 300억원 이상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 아울러 카타르, 예멘, 멕시코 등 8개 지역에서 해외 유전, 가스 및 광물 등 다양한 자원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그룹 관계자는 "미래 유망사업으로 선정해 투자가 진행 중인 태양광과 차량경량화 소재, 바이오, 국내외 자원개발 등의 분야는 보다 더 공격적인 자세로 사업을 추진할 것"이라며 "국내외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를 겪어 M&A 시장에 나오게 된 우량기업들에 대한 투자검토도 보다 활발하게 이뤄질 것"이라고 밝혔다.

◆ 해외 매출비중 40%↑...글로벌 성장 전략도 '가시화'
"2011년까지 해외 매출비중을 40%까지 끌어 올리겠다"는 한화의 글로벌 성장 전략도 대생 상장을 계기로 가시화될 전망이다. 주력 계열사들의 자금 유동성 강화는 기존사업의 해외투자를 늘리고 이는 곧 해외시장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한화케미칼은 올해 말 중국 저장성 닝보에 폴리염화비닐(PVC) 공장을 완공, 중국 시장 공략에 나선다. 지난해 해외 사업 수주 1조원을 돌파한 한화건설도 미주와 동남아시아 등에서 건축과 토목 사업을 새롭게 벌일 계획이다.

국내 생보사 최초로 지난해 베트남에서 보험영업을 시작한 대한생명은 영업개시 9개월만에 2000명의 보험설계사를 확보하고, 초회보험료 실적 200만 달러를 돌파해 업계에서 화제가 됐다. 앞으로 1~2년 내에 중국 시장에서도 본격적인 영업을 시작한다는 계획이다.

그룹 내 금융부문 성장에도 탄력이 붙을 것으로 보인다. 한화손해보험은 제일화재와 통합해 업계 상위권 진입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한화증권도 푸르덴셜증권 인수로 덩치를 키웠다.

대생은 재무건전성과 기업체질을 개선해 수익성을 갖춘 초우량 글로벌 종합금융사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만들었다. 우선 상장을 통해 유입된 자금으로 보장성 및 연금보험 시장에서 경쟁우위 확보를 위해 4800억 원을 영업조직 구축에 사용하고, 해외시장 진출과 판매채널 확대로 중장기 수익원을 다각화하는 데 3000억 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이밖에 5000억 원에 이르는 적립금은 지급여력비율 상승효과로 이어져 기업신뢰도와 영업경쟁력을 높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대생 기업가치 4.8배↑...공자금 투입 성공사례 '부각'
이번 대생 상장은 공적 자금 투입기관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도 꼽히고 있다. 지난 2002년 매각주관사였던 메릴린치가 1조6150억 원으로 평가한 대생의 기업가치는 한화가 인수한 후 8년만에 7조6865억 원(상장 첫날 종가기준 시가총액 규모)으로 4.8배 늘어났다.

한화 관계자는 "부실한 기업을 인수해 경영을 정상화시키고 기업 가치를 높여, 그 가치를 정부와 국민들이 함께 나눈 것"이라며 "정부와 국민, 한화 모두가 서로 윈윈하는 공적자금 투입의 아름다운 모범사례가 탄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부가 부실 금융회사를 민간에 매각해 기업 가치를 높인 뒤 보유지분을 불특정 다수의 일반 투자자에게 제값에 팔게 된 것은 사실상 이번이 처음이다. 이 때문에 대생 상장은 공적 자금 회수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정부는 대생 상장으로 투입한 공적자금의 원금을 회수했고, 그 동안의 이자까지도 주가 상승을 통해 기대할 수 있게 됐다. 또 주식시장을 통한 매각으로 공적자금 운용의 투명성도 높이는 성과를 거뒀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지금까지 대부분의 공적자금은 부실한 기업에 넣은 돈이기 때문에 제대로 돌려받기 힘들었다"면서 "대생이 성공적으로 상장해 국민의 세금을 전액 돌려받을 수 있다면 상당히 의미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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