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생' 줄펀치 견딘 거래소, '삼성생명' 조마조마

머니투데이 여한구 기자 | 2010.03.19 14:50

호가 사상최대, 옛 시스템선 '다운'… 삼성생명 상장 만전대비

상장 첫날 최다 거래량 기록을 갈아치우는 등 대한생명이 증시에 화려하게 데뷔한 지난 17일.

상장 결과를 놓고서 상장 주간사와 최대주주인 한화 등이 마음을 졸였지만 한국거래소도 조마조마하긴 마찬가지였다.

대한생명에 대한 일반투자자의 관심이 워낙 고조된 탓에 매매 주문이 한꺼번에 몰릴 경우 거래시스템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었다. 만약 거래소 시스템이 대한생명을 소화하지 못한다면 국내외에 공개적으로 망신살이 뻗칠 것은 자명했다.

19일 거래소에 따르면 예상대로 상장 첫날 대한생명은 폭발적인 관심을 모았다. 대한생명은 당일 전체 호가건수 34만8290건으로 전체 호가건수의 5.9%를 차지했으며 거래량은 6534만2000주로 전체 거래량의 1.3%를 기록했다. 거래대금은 5797억원으로 전체 거래대금의 7.8%나 됐다.

특히 장 초반인 오전 9시30분까지 매매가 한꺼번에 집중되면서 거래량이 폭증했다. 이때 호가건수는 초당 사상 최대인 150건까지 치솟았다. 분당으로는 9000건에 달했다.

과거 분당 최대 유입건수는 지난해 9월24일 효성 상장시 분당 6960건으로 대한생명과는 비교가 되지 않았다.

이처첨 대한생명 매매가 단기간에 엄청나게 몰렸음에도 거래소는 평균 응답시간을 다른 종목과 마찬가지로 0.04초로 유지하면서 안도할 수 있었다.

특히 지난해 3월 유가증권 매매체결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한 덕을 톡톡히 봤다. 거래소는 당시 차세대시스템인 유닉스 오픈시스템을 도입하면서 일처리 호가건수를 1000만건에서 1700만건으로 늘렸었다.


과거 시스템으로는 대한생명처럼 매매 주문이 폭증할 경우 매매거래 중단이 불가피했지만 최신 시스템 도입 효과를 본 것이다.

지난 2007년 7월24일 서울증권이 상장할 때는 분당 최대 호가유입건수가 3057건에 불과했음에도 시스템이 이를 소화하지 못하면서 매매가 23분59초까지 지연됐고, 30분간 매매가 중단되는 사태가 발생했었다.

거래소의 치밀한 준비도 대한생명 상장을 무리없이 소화하는 데 한 몫했다. 거래소는 전체 유가증권 종목을 60개 그룹으로 묶어 호가를 관리하고 있는 가운데 이날은 대한생명을 단독그룹으로 배정해 시스템의 '소화불량' 가능성을 최대한 줄였다.

각 증권사에는 미리 공문을 보내 HTS에서의 대금 및 거래량 자릿수 제약으로 빚어질 혼선에 대비해줄 것을 당부했다.

대한생명 고개를 넘긴 거래소는 대한생명보다 순간 거래량이 훨씬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삼성생명 상장 준비에 나서고 있다. 현재 시스템상 초당 거래량이 200건이 넘을 경우 응답시간이 지연되는 것은 불가피하지만 최대한 이를 막자는 게 목표다.

신재태 거래소 유가증권시스템 팀장은 "만약 시스템을 업그레이드 하지 않았다면 거래소가 마비되는 상황이 빚어졌을 것"이라며 "삼성생명 상장 때도 원활하게 매매가 체결될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몸값 124조? 우리가 사줄게"…'반도체 제왕', 어쩌다 인수 매물이 됐나
  2. 2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
  3. 3 점점 사라지는 가을?…"동남아 온 듯" 더운 9월, 내년에도 푹푹 찐다
  4. 4 "주가 미지근? 지금 사두면 올라요"…증권가 '콕' 집은 종목들
  5. 5 '악마의 편집?'…노홍철 비즈니스석 교환 사건 자세히 뜯어보니[팩트체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