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기아차 노조 "해외 생산 확대, 동의 받아라"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10.03.19 08:40

해외생산 확대 따른 갈등 본격화.. 사측 판매차질 우려

현대·기아차 노조가 금속노조와 함께 해외공장 생산비율제를 사측에 요구하기로 했다. 해외공장 생산 증가에 따른 국내 고용 불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서다.

사측은 탄력적 글로벌 경영전략에 차질이 생겨 급성장하는 해외 판매에 제동이 걸릴까 난색을 표하고 있다.

18일 금속노조와 현대·기아차 노사 등에 따르면 금속노조는 해외공장 생산비율제를 올해 자동차산업 공동 요구안으로 확정했다.

해외공장 생산비율제란 국내공장과 해외공장의 생산비율을 노사가 사전협의로 결정하는 제도다.

우선 현대차의 경우 당분간 생산비율을 지난해 수준(국내공장 51.9%, 해외공장 48.1%)으로 맞출 것을 요구할 계획이다. 이후 글로벌 전략위원회를 노사가 동수로 구성해 비율을 조정해 간다는 구상이다.

노조는 지난 수년간 해외공장 증설에 따른 생산물량 이전문제를 제기해왔으나 실제 공식 요구안으로 채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금속노조 관계자는 "산별 중앙교섭에 현대·기아차 사측이 나오지 않지만 현대차, 기아차 등의 개별 교섭에서 이 요구안이 반영될 것"이라며 "무분별한 해외생산 확대를 막아 국내 일자리 창출은 물론 산업공동화를 예방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기아차는 난색을 표했다. 현대·기아차 고위관계자는 이날 "국내에서 아무리 많이 만들어도 해외에서 팔지 못하면 소용없다"며 "현지생산이 늘어나는 이유는 가격경쟁력, 관세, 현지 우호적 정서 등 여러 사항을 고려할 때 현지 판매가 잘 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또 "해외생산이 꾸준히 확대돼 왔지만 아직 그로 인해 국내 고용이 줄어든 적이 없다"며 "해외공장이 증설되면 반제품 조립 방식 수출 및 각종 부품 생산 등 국내 산업물량도 덩달아 증가한다"고 덧붙였다.

현대차는 2006년 해외공장 생산판매가 88만대에서 지난해 149만대로 단 3년 만에 69%나 급증했다. 현대차는 내년 해외공장 생산량이 국내공장 생산량을 추월할 것으로 본다. 기아차도 올해 미국 조지아 공장 본격 가동 등으로 해외생산이 크게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시장을 존중하라"고 지적한다. 자동차 회사의 발목을 잡는 '재고'를 손쉽게 조절하기 위해서는 많이 팔리는 곳에서 많이 생산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생산을 일정 비율로 묶겠다는 발상보다 한국에서 만드는 차의 품질을 더 높이면 자연스레 국내 물량이 확보된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기찬 카톨릭대 경영학과 교수는 "토요타의 몰락도 생산을 생산자가 정하지 말고 시장의 결정에 따라야 한다는 교훈을 가르쳐주고 있다"며 "노조는 구심력을 튼튼히 하는 차원에서 더 경쟁력 있는 차를 만들자고 요청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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