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재진 부장은 바로 그런 강남영업부에서 대구은행은 물론 서울의 다른 금융회사까지 깜짝 놀라게 하는 실적을 올리고 있다. 그는 작년 1년 동안 대출은 1000억원, 예금은 2500억원 늘렸다. 영업이익도 80억원을 웃돌았다. 각 은행의 우등생들이 모여 있는 테헤란로에서 류 부장은 어떻게 이런 깜짝 실적을 올릴 수 있었을까.
"'서울'은 넓고 '영업'할 곳은 많습디다."
류 부장의 성공비결은 의외로 간단했다. "내 역량이 부족해서 못하는 것이지 '대구은행'이라는 간판 때문에 영업이 안 된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 본적이 없다"는 것. 요즘 유행하는 말로 쿨(Cool)한 답변이다.
하지만 서울의 벽은 높았다. 지역에서는 맡아놓은 우등생이었지만 전국의 1등이 모여 있는 서울은 녹록치 않았다. 브랜드 파워가 약해 자기 발로 은행을 찾아오는 고객이 전무하다시피 해 소매영업은 사실상 불가능했다.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것을 절감한 류 부장이 내놓은 것은 '아웃바운딩(Out Bounding)영업'. 그는 아웃바운딩 영업에 확고한 프로세스를 세웠다. 우선 무조건 얼굴부터 들이대는 영업은 절대금물로 할 것. 기업체를 선정하기 전 업계 동향과 업체의 특징, 현황 등을 파악하고 실제 회사 주변 환경까지 둘러보는 답사를 선행할 것 등이었다.
그리고 일과표를 꼼꼼히 짰다. 일일 취급 내용 관리일지 → 팀별 활동일지 → 마케팅 활용 계획표 → 접촉활동 총괄표 → 고객관리 대장 작성 등의 6단계를 거친 후 최종 전체회의를 통해 정보를 공유하는 피드백 과정이 끝나야 아웃바운딩 영업이 마침표를 찍는다.
한 가지 특이한 점은 고객관리 대장을 전산으로 관리하지 않고 수기로 작성한다는 것. 이유는 고객이 지점을 불시에 방문했을 때 관리대장만 있으면 어떤 장소에서든지 즉각적으로 고객을 응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개인적인 인연으로 관계를 맺은 이들에게 '청탁'의 형식으로 하는 영업방식도 철저하게 지양했다. 읍소로 맺어진 거래가 결국 한계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는 것은 수십 년 은행 근무하며 체득한 진리다.
◇강남·분당 찍고 인천으로=강남영업부의 직원 절반은 출근해서 반나절 이상을 밖에서 보낸다. 강남 일대는 물론 분당, 인천까지 구역을 가리지 않고 다닌다. 대구가 고향인 직원들은 "서울 출신보다 서울 지리를 더 많이 알게 됐다"고 말할 정도. 하루 동안 강남에서 경기도 업체를 둘러보려면 점심을 거르는 일도 다반사다.
지역은행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시를 당한 일도 많았다. 대기업의 경우 회사 문 앞에서부터 은행원을 잡상인 취급하며 아예 발길조차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경우가 태반이었다.
그렇다고 물러설 직원들이라면 이 자리에까지 오지도 않았을 터. '문전박대야 하겠느냐'는 심정으로 집 앞까지 찾아가길 수십 번. 극구 만나기를 꺼리던 고객을 열 번 이나 접촉해 거래가 성사된 적도 있다. 이런 식으로 영업망을 넓혀가면서 대기업과 거래하는 중소기업까지 공략할 수 있는 발판도 마련됐다.
이른바 '잘 나간다'는 영업점들이 그러하듯 강남영업부도 선택과 집중이라는 기본에 충실했다. 자본금 50억~100억원 사이의 중소기업을 집중 공략했다. 강남영업부 고객관리 대장 파일 안에 들어있는 600여 개 업체 가운데 400곳 이상이 이러한 중소기업이다.
보름에 한 번씩 직원들이 작성한 짤막한 기사를 모아서 '강남신문'을 발행한다. 상사와 부하직원이라는 수직적인 관계보다는 동료의식을 통해 소통을 하자는 류 부장의 소신이 깃든 대목이다. 동료애가 좋아야 고객에게도 그만큼 정성을 쏟을 수 있다는 게 이유다.
강남영업부의 올해 목표는 '수신 7000억원, 여신 4000억원'. "개인적으로는 솔직히 힘든 점도 있습니다. 그래도 한 번 걸린 발동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습니다"라고 말하는 류 부장과 강남영업부 직원 앞에서 이 목표는 높지만 충분히 이뤄낼 수 있는 숫자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