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정·노동 장관 '정년연장' 격돌, MB 선택은

머니투데이 신수영 기자 | 2010.03.17 16:18

임 노동 "정부가 법으로 기준 정하는 건 문제", 윤 재정 "청년실업 악화 우려"

베이비붐 세대의 본격 은퇴를 맞아 촉발된 '정년연장' 문제를 두고 기획재정부와 노동부의 갈등이 격렬해지고 있다. 한국전력 정년연장 모델에 견해차를 보인 데 이어 이번에는 재정부가 추진하는 공기업 정년연장 가이드라인 제정이 문제가 됐다.

임태희 노동부 장관은 17일 코리아리더스포럼 조찬 강연 후 기자들과 만나 "임금 피크제 방식에 대해 정부가 가이드라인을 획일적으로 정하면 나중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재정부의 방침에 우려를 표시했다.

임 장관은 "업종마다 상황이 다른데다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을 적용할 업종을 공무원이 정하는 것도 문제"라며 "정부가 규제적 감독을 해야겠지만 법으로 기준을 정하는 방식은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임 장관 발언은 공기업의 무분별한 정년연장을 막기 위해 정부 차원의 가이드라인을 제정키로 한 재정부 방침을 정면 반박한 것이다.

재정부는 지난 1월 한국전력이 임금피크제를 기반으로 한 정년연장을 도입한 뒤 전체 공기업으로 정년연장 움직임이 확산되자 이 같은 방침을 정했다. 재정부는 정년연장을 전 직원에 일률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인력 수요나 숙련도 등을 따져 일부 기술 인력에 선별 적용하도록 할 방침이다.

두 장관은 이에 앞서 한전 정년 연장 모델을 두고 견해차를 보인 바 있다. 윤증현 장관이 한전식 임금피크제 확산을 경계한 반면, 임 장관은 적극 찬성하는 입장이다.

윤 장관은 정년연장이 가뜩이나 심각한 청년실업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들어 반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공기업 정년연장으로 재정부의 공기업 선진화 계획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영향을 미쳤다.


윤 장관 역시 정년연장을 전적으로 반대하는 것은 아니다. 윤 장관은 이달 초 "정년 연장이 전적으로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선별적으로 해주라는 것"이라고 밝혔다. 생산성 낮은 근로자를 계속 고용하는 문제를 우려한 것.

반면 임 장관은 정년 연장에 적극적인 입장이다. 정년을 60세 이상으로 해야 한다는 게 노동부의 기존 방침인데다 임금 피크제가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주요 방안 중 하나라 판단하고 있다.

"임금피크제가 정년 연장을 위한 형식적 제도로 인식돼서는 안되고 고령화 문제를 해결할 근본 방안으로 받아들여 적극 확산해야 한다"는 게 임 장관 주장이다. 우리 사회가 고령화 단계로 진입해 베이비붐 세대 고용 대책이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 인 만큼 임금피크제도 시행 시기를 앞당겨 중고령층 고용시장을 유연화하자는 것이다.

올해 정부의 최대 현안인 고용 문제를 놓고 두 정부 부처가 서로 다른 시각을 보이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 이명박 대통령이 최종 조율에 나설 공산이 크다.

일각에서는 임 장관이 MB 정부의 대표적 실세 장관인 데다 '사회 구조적 변화라는 장기적 안목에서의 해결'을 외쳐온 만큼 노동부의 입장이 받아들여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말에도 이 대통령은 재정부와 복지부가 견해차를 보인 영리의료법인(영리병원) 도입에 대해 "서민들이 가진 사람이 더 혜택을 받게 되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갖고 있다"며 복지부의 손을 들어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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