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후하고 느릿한 생태도시 일번지 '순천'

순천(전남)=최병일 기자 | 2010.03.18 09:20

"잠시의 이별이 아쉬워 긴 손 뻗어보네"

순천은 느리고 고요하다. 황토색 얼굴을 하고 있는 순천의 봄은 마치 고양이처럼 수시로 오묘하게 바뀌어 간다. 순천만의 장엄한 일몰을 보고 낙안읍성에서 지나간 세월을 복기하고 있으면 시간은 늘어진 그림자처럼 넉넉하고 순후한 미소를 짓곤 한다.
▲낙안읍성의 초가집

◆시간이 멈춘 곳 낙안읍성 & 순천 오픈 세트장

전국에 민속마을이 여러 곳이 있지만 낙안읍성은 다른 어떤 지역보다 정감이 간다. 용인,제주민속마을 같이 전시용이나 안동하회마을과 같이 양반마을도 아닌 그저 대다수의 우리 서민들이 살아왔던 옛 그대로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낙안읍성을 관람하는 방법은 출입문을 통해 직진하면서 사이사이로 보여지는 다양한 풍물들을 감상하는 것도 있고 성곽에 올라서서 길을 따라 한 바퀴 둘러보며 전체 모습을 한 눈에 조망하는 방법도 있다.

낙안읍성은 순후하다. 초가지붕으로 이어져 있어 자칫 초라해 보일 수도 있지만 시대의 변화에 따라 달라졌던 마을의 모습들을 보면 마치 타임슬립 하여 과거로 돌아온 듯한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낙안읍성은 조선 인조 4년에 임경업 장군에 의해서 석성으로 중수되었다. 본래 낙안읍성은 조선 태조 6년 왜구의 침입이 극성을 부리자 토성을 쌓았던 것이 시작점이었다.

남부지방 특유의 주거양식인 툇마루와 부엌 토방 그리고 장독대까지 서민들의 체취가 고스란히 묻어 있어 마치 고향마을에 온 듯한 푸근함을 느낄 수 있다.
▲드라마 오픈 세트장

순천시 조례동에는 영화 드라마 세트장이 있다. 국내 최대 규모의 세트장은 최근 인기리에 방영되었던 에덴의 동쪽을 비롯해 다양한 영화와 드라마의 무대가 되었다.

드라마 세트장은 1960년대부터 80년대까지 시대별로 3개 마을 2백 여 채가 지어져 있다. 서울의 달동네를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세트장은 금방이라도 사람들이 골목에서 쏟아져 나올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정도로 사실적이다. 벽마다 오래된 광고가 붙어 있고, 낡은 슬레이트 지붕들이 연이어 있는 골목길 사이로 오래된 시간들이 툭툭 쏟아져 나왔다.

특히 1950년대 순천의 읍내 거리를 재현한 세트장에는 중앙극장을 비롯해 제일 양조장, 소방서 등이 당시 세월을 말없이 대변해 주고 있다. 주말에는 세트장 안에 자리한 주막에서 부침개와 도토리묵을 맛볼 수 있다. 드라마 주인공들의 집을 찾아보는 재미 또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다. (문의 061-749-4003)

◆순천의 또 다른 보물 금전산 금둔사
▲금전산 금둔사 일주문의 모습

순천에는 선암사와 송광사가 있다. 조계종과 태고종의 본산이 있으니 불교의 성지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낙안읍성 위쪽 금전산으로 오르는 길목에 있는 금둔사는 그리 많이 알려지지 않았지만 보물 같은 풍경을 지닌 곳이다.

산사로 오르는 길은 마치 오솔길처럼 오붓하다. 예부터 금둔사는 남도에서 가장 빨리 피는 납월매와 홍매화가 피는 곳으로 유명하다. 납월매는 원래 낙안마을의 어느 민가에 자라던 것인데 금둔사에 6그루가 전부라고 한다.

슬쩍 금둔사의 문턱을 넘으면 마치 신선의 마을에 들어선 듯 시리게 아름다운 풍경이 눈앞에 다가온다. 금둔사는 백제 승려인 담혜화상이 세웠다고 한다. 금전산 금둔사는 순천에 있는 금둔사엔 홍매화만 있는 것이 아니다. 절의 정문인 일주문을 들어서면 계곡 위에 무지개처럼 걸린 돌다리가 보이고 산속으로 올라서는 방하교를 넘어서면 대사찰처럼 크지는 않아도 장엄하면서도 간결한 대웅전이 보인다.

▲금전사의 마애불살 모습

대웅전 옆의 선방은 바람이 슬쩍 스치고 지나간다. 어느 노 선사가 남겨놓은 것인지 죽장하나만 놓여 있고 사람의 인기척조차 느낄 수 없다. 선방을 지나면 바위를 가득 메운 조그만 불상들의 보금자리가 나온다. 불조마애여래좌상이다.

불조전이라고도 부르는 이 작은 부처님들은 과거의 칠불과 미래의 부처인 53불을 포함해서 모두 60불이다. 무엇보다 금둔사에는 두 점의 보물이 있다. 보물 945호 삼층석탑과 보물 946호 석불비상. 둘 모두 통일신라시대 양식이다. 섬세하고 정교하게 새겨진 조각들은 천년의 세월조차 잊어버리게 하는 기품이 느껴진다.

◆자연이 연출하는 최고의 풍경 순천만
▲순천만 에스라인

순천만은 해가 뜰 때나 해가 질 때나 혹은 햇살이 쨍쨍 내리쬐는 정오나 언제나 수채화같은 풍경을 연출한다. 순천만은 여수반도와 고흥반도가 에워싸고 있고 마치 항아리 모형으로 생긴 내만이다.

순천만의 중심에는 S자 모양의 갯골이 모양을 드러낸다. 일명 S라인으로 불리는 만의 풍경은 특히 해질 무렵이 압권이다. 햇살이 서서히 떨어지면 갯벌이 조금씩 검게 물들고 주변은 금색으로 물들다 붉은 색으로 변하고 마침내 칠흑 같은 어둠이 몰려온다.

강 하구를 비롯해 갈대밭과 염습지 갯벌 등이 다양한 모습으로 자리하고 있고 주변에는 광활한 논과 수로 낮은 구릉이 어우러져 있다. 순천만 일대는 천연기념물 제228호인 흑두루미를 비롯하여 검은머리갈매기, 황새, 저어새 노란부리백로 등 국제적 희귀조류 11종과 한국조류 200여 종이 월동 및 서식하는 전 세계 습지 가운데 희귀종 조류가 많은 지역으로, 자연관찰과 탐조를 위한 자연학습장과 국제적 학술 연구의 장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순천만은 세계 5대 연안습지로 선정되면서 수많은 관광객들이 사철을 가리지 않고 몰려온다. 넓은 갯벌에는 순천의 명물인 짱뚱어가 잡히고 염생 식물인 칠면초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순천만은 천재 작가인 김승옥의 '무진기행'의 배경이 된 곳이기도 하다.

그는 소설속에서 "무진교를 걷다 보면 눈앞에 시원스레 펼쳐지는 갈대와 갯벌, 철새의 환상적인 만남이 이어진다"고 노래했다. 특히 동천과 이사천이 만나는 지점에서 10리 갈대밭은 탐사로가 조성되어 있어 가족과 연인 들간의 산책코스로 각광받고 있다.

◆순천의 먹거리
▲짱뚱어 탕

짱뚱어는 갯벌에서만 서식하는 특이한 생선이다. 짱뚱어는 환경이 조금만 나빠도 서식하지 못한다. 갯벌이 살아 있어야만 잡히며 일광욕을 하고 살기 때문에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양식을 할 수도 없고 과식을 해도 배탈이 나지 않는다고 기록되어 있다.

짱뚱어는 일종의 보양식으로도 유명하다. 갯벌 위를 뛰어다니며 움직임이 빠르고 힘도 세고 한 달을 산다고 한다. 잡기도 여간 까다로운 것이 아니다. 손이나 그물로는 절대 잡기 어렵다. 민첩하기 이를데 없기 때문. 일일이 긴 낚싯대를 드리웠다가 순간적으로 잡아채야 한다.

짱뚱어의 맛은 추어탕과 매운탕의 중간 정도로 느껴진다. 첫맛은 얼큰하고 먹고 나면 담백하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