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리앗 시중은행과 싸워 이기는 다윗 지방은행

머니투데이 김익태 기자, 정진우 기자, 김지민 기자 | 2010.03.17 08:35

[지방은행 잘 나가는 이유]<1-1>선택과 집중, 차별화된 서비스가 원동력

편집자주 | 지방은행이 잘 나가고 있다. 지방은 서울과 수도권을 제외한 곳으로 대한민국 국민 절반이 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대접받지 못하고 있다는 패배의식이 남아 있다. 국내 대형 시중은행들이 국민 모두를 상대로 영업하지만, 지방은행들은 해당 지역에서만 영업할 수 있다. 고객이 절반 이하인 셈이다. 그런 어려움 속에서 지방은행들은 괄목상대할만한 실적을 올리고 있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라고 비유될 수 있을 정도로 절대적 열세 속에서 치열한 영업으로 이기고 있는 지방은행의 영업현장. 그 뜨거운 현장을 찾아 잘 나가는 이유를 7회에 걸쳐 소개한다.

지방은행들의 선전이 눈부시다.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내는가 하면, 금융위기 여파로 시중은행들이 고전하는 것과 달리 지속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 각 지역의 특색을 살린 차별화된 전략이 맞아 떨어진 덕분이다.

지방은행의 필살기는 시중은행과 다른 서비스 전략. 지방에 수백 개 점포를 내고 공격적인 영업에 나서고 있는 은행들과 싸워 이기기 위한 틈새공략이다. 이런 전략을 도입해 3년 만에 2배 넘은 이익을 올린 전북은행을 비롯해 광주은행 등 다른 은행들의 실적 향상도 눈에 띈다.

시중 은행장들이 지방을 찾는 빈도가 잦아진 것도 지방은행의 선전 영향이 크다. 국내 인구의 절반이 살고 있는 지방을 포기할 수 없어서다. 시중은행이 지방은행에 느끼는 위기의식으로 지방 고객을 놓고 이들 은행 간 한판 승부가 벌어질 태세다. 골리앗을 위협하는 다윗의 비결은 과연 무엇일까.

◇선택과 집중, 차별화=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올 초 국내 금융 선진화를 이야기하는 강연 자리에서 눈에 뛰는 실적을 거두고 있는 전북은행을 거론했다. 은행이 지나치게 커질 필요 없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다. 지역은행으로 시작했지만, 세계적인 은행이 된 산탄데르 은행과 견줬다.

전북은행의 성장은 실제로 놀랍다. 10년 전만 해도 389억 원 적자였던 곳이 지난해 순익 529억 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원동력은 '차별화 전략'이었다. 국내 대형 은행과 차원이 다른 '선택과 집중'을 하자는 것.

지역 소매금융에 집중한 것이 큰 효과를 봤다. 지역밀착 경영이다. 인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역외 여신을 줄였다. 지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실적개선 효과는 뚜렷했다.

나아가 경쟁력 없는 신탁 업무를 축소했고 원금손실 상품은 도입하지 않았다. 리스크가 큰 투자은행(IB) 업무도 포기했다. 위험이 큰 파생상품(키코, CDO, CDS)은 아예 쳐다보지도 않았다.


이런 영업방침은 다른 지방은행의 경영전략과도 괘를 같이 했다. 지방은행에 지역경제에 있어 실핏줄과 같은 존재다. 지방 분권화에 맞춰 지역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게 주된 목적인만큼 지역경제의 금융허브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원화 대출의 약 70%를 지역 중소기업에 제공하고 있는 대구은행이 대표적이다. 대출 관련 상품 중 60% 이상이 중소기업 구매자금 대출 상품이다. 신용보증기금·기술보증기금 등과 공동으로 지역 중소기업을 지원하는 사업도 펼치고 있다. 전국적 영업망을 갖춘 시중은행들이 놓치고 있는 틈새시장을 파고드는 생존 전략이다.

◇끊임없이 진화= 시중은행과의 경쟁이 치열해질 수록 서비스는 더욱 차별화되고 있다. 부산은행이 대표적이다. 올해를 지역종합금융그룹 체제 구축의 원년으로 선포한 것을 계기로 지역 내 시장 점유비율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당장 기업과 개인부문으로 구분했던 영업점도 없앴다. 235개 전 영업점에서 예금과 대출, BS투자증권 증권연계계좌 개설 등을 포함한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부자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방은행으로는 이례적으로 프라이빗뱅킹(PB) 점포도 강화했다. 헬스 마케팅 등을 통해 고객 영역도 점차 넓히고 있는 추세다.

지방은행은 지역경제 활성화를 최우선 목표로 해야 한다. 이익을 지역 사회에 환원하는 것도 중요한 역할 중 하나다. 환원된 이익은 또 다른 형태로 은행을 살찌우게 된다. 단순 비용이 아닌 장기적인 상생 투자 개념이다.

전북은행이 좋은 사례다. 이익의 20% 가량을 지역사회 각 분야에 지원했다. 지역사회의 찬사는 이익 증가로 이어졌다. 대구은행도 마찬가지다. 2002년 금융권 최초로 'DGB봉사단'을 결성했다. 지역 사회단체와 연계해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추진했다. '지역밀착형' 영업 전략이다. 대구은행 관계자는 "시장점유율을 대구지역에서 50%, 경북지역에서 30% 이상 달성하는 것이 올해 목표"라고 말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