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닉스 1조 블록딜, 한푼도 안깎고 판 비결

머니투데이 김진형 기자 | 2010.03.16 14:36

'타이밍과 보안 유지, 할인없이 매각 성공"

하이닉스반도체 채권단의 지분 일부를 매각하는 블록세일이 '에누리 없이' 마무리됐다. 적절한 타이밍과 철저한 보안 유지 등을 통해 한 푼도 깎지 않고 지분을 매각한 보기 드문 사례로 증권업계에 회자되고 있다.

하이닉스 채권단은 16일 개장전 3928만3000주를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매각했다. 국내 투자자가 70%, 해외 투자자들이 30%를 받아갔다. 매각 가격은 전날 종가와 같은 2만3500원이다. 통상 블록세일로 나온 매물은 현 주가에 비해 3~5% 정도 할인된 가격에 매각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약 1조원(총 매각금액 9232억원) 짜리 물건을 팔면서 한 푼도 안 깎아주고 판 셈이다. 주채권은행인 외환은행도 "할인율 없이 대규모 딜을 성사시킨 사례는 찾아보기 힘들다"고 자평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하이닉스 블록세일의 성공 요인으로 '타이밍'과 '보안'을 꼽았다.

증권가 애널리스트들은 하이닉스 올해 실적이 꾸준히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을 계속 내 놨지만 주가는 채권단 매물 부담 때문에 약세를 면치 못했다. 서원석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하이닉스의 펀더멘탈이 3분기까지는 계속 개선될 것으로 보여 투자자들은 하이닉스 주가가 앞으로 더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을 것"이라며 매각가격이 높게 정해진 이유를 분석했다.

서 연구원은 또 "일부 기관투자자들은 이번 세일에서 원하는 물량을 모두 확보하기 어렵다고 보고 지난주부터 하이닉스를 미리미리 장내에서 사들였다"며 "블록세일에서 물량을 받은 투자자들도 곧바로 시장에 매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하이닉스는 지난주 기관 순매수 4위였다.

타이밍과 함께 보안이 유지된 점도 성공의 요인으로 꼽힌다. 이번 세일은 주관사가 선정된지 5거래일만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채권단은 지난 9일 공동 주관사로 우리투자증권, 크레디트스위스 등 6개 증권사를 선정했다.


통상 주관사 선정 후 주관사들이 시장에 매각가격과 물량을 모색(태핑)하는 과정에서 세일 시기가 대부분 노출되고 주가는 하락한다. 현 주가보다 낮은 가격에 물량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투자자들이 보유 중이던 주식을 처분하기도 하고 미리 숏(공매도)을 치는 투자자들도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블록세일은 주관사 선정 4일 만인 지난 15일 오후 시기가 전격적으로 결정됐다. 미리 지분을 매각할 시간적 여유도 없었던 셈이다. IB업계 관계자는 "전날 오후 매각을 결정하고 곧바로 수요조사 등을 시작해 보안이 유지된 점도 주가 하락없이 매각을 성공시킬 수 있는 요인이었다"고 평가했다.

이가근 IBK투자증권 연구원도 "주관사 선정 후 예상보다는 빨리 매각이 단행됐다"며 "확실히 개선되고 있는 반도체 업황과 시장 예상보다 빨랐던 매각 시기도 할인없이 매각할 수 있었던 원인으로 분석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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