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은행 성공 키워드=지역중심 특화 서비스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0.03.18 14:08

[지방은행 잘 나가는 이유]<2-2>전북은행 사례로 본 지방은행 성공비결

#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올 초 국내 금융 선진화를 이야기하는 자리에서 전북은행을 거론했다. 은행이 지나치게 커질 필요 없다는 내용을 언급하면서다. 그러면서 전북은행의 눈에 띄는 성장을 강조했다. 지역은행에 불과했지만 성장을 거듭, 세계적인 은행이 된 산탄데르 은행과 견줬다.

진 위원장이 주목한 전북은행의 성장은 실제로 놀라웠다. 전북은행은 10년 전만 해도 당기순익이 마이너스 389억 원이었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을 이뤘고 지난해 529억 원을 기록,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거뒀다. 홍성주 행장이 3연임하면서 이뤄낸 성과였다.
↑ 전북은행 본점 전경

◇변화의 시작 '홍성주 행장의 3연임'= 홍성주 행장은 지난 2001년 취임했다. 취임 후 당기순이익은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뭔가 2% 부족했다. 지난 2007년 3연임을 하는 자리에서 일대 혁신을 선언했다. 바로 '차별화 전략, 편리한 은행을 만들자'였다.

국내 대형 은행과 차원이 다른 '선택과 집중'이 차별화 전략의 핵심이다. 홍 행장이 말하는 이 전략은 "외형경쟁은 자제하며 기본과 원칙에 입각한 정도경영"이었다.

홍성주 행장은 3연임에 성공하면서 직원들에게 "가장 잘 알고, 가장 잘 할 수 있는 분야에 집중하라"고 주문했다. 직원들은 영업력 분산을 억제하고 비용절감과 효율성 증대를 도모했다. 전북은행이 지금처럼 잘 나갈 수 있었던 이유, 바로 '잘 할 수 있는 것'에만 집중해서다.

대형은행들이 무분별하게 외형 경쟁을 할 때도 그리 신경 쓰지 않았다. 구태의연한 가격 중심의 출혈경쟁을 지양했다. 규모의 열세로 인한 효율성과 생산성 한계를 극복했다. 경쟁력 없는 신탁 업무를 축소했고 원금손실 상품은 도입하지 않았다. 리스크가 큰 투자은행(IB) 업무도 포기했다. 위험이 큰 파생상품(키코, CDO, CDS)은 아예 쳐다 보지도 안했다.

전북은행 관계자는 "전행적으로 외형경쟁을 자제했다"며 "거품성 있는 시장예금을 줄이고 양도성예금(CD) 연동 대출을 억제했고, 집중화 위험이 큰 거액 여신을 줄여나갔다"고 말했다. 이어 "실익이 없는 대형은행과 출혈경쟁을 안 한 결과는 금방 나타났다"고 회상했다.
↑ 홍성주 전북은행장 취임이후 은행 실적. 파란색 부문이 지난 2007년 '차별화 전략' 도입 이후 실적임.

◇"잘하는 것만 더욱 잘 한다"= 전북은행은 대신 경쟁우위가 있는 분야를 더욱 강화했다. 소매금융 분야에 집중한 것이다. 지방은행으로서 지역밀착 경영이 가능한 덕분이었다. 인적 물적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역외 여신을 줄였고 대신 역내 여신을 늘렸다. 지역 친화적 경영에 나선 결과 지역민들의 반응은 뜨거웠고, 실적개선 효과는 뚜렷했다.

또 은행 이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했다. 단순한 비용이 아닌 장기적인 상생의 투자로 생각한 것이다. 당기순이익의 20% 내외를 지역사회 각 분야에 지원했다. 상생경영을 실천하면서 지역사회로부터 찬사를 받았다. 은행권에선 가장 높은 이익의 지역사회 환원이란 평가다.


그러면서 서비스 경쟁을 펼쳤다. 가격 보다는 IT, 상품, 서비스 중심의 경쟁에 나선 것이다. 고객에게 가장 편리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배경에서다. 그래서 나온 게 '편리한 은행(The Most Convenient Bank)' 캐치프레이즈다.

이것은 고객 본위의 서비스 마인드를 확립하는 것으로 각종 제도를 고객위주로 개선하는 의미를 담고 있다. 불필요한 대출서류 징구절차를 생략하고 국내 최초 서민전용 특화상품 '서민전용 대출상품(Sub Credit Loan, SCL)'을 도입했다. 이 상품은 무담보, 저신용자들에게 1000만 원까지 지원해주는 신개념 소액대출이었다. SCL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신용도 낮은 서민들이 매우 편리하게 이용했다.

SCL 덕분에 재기에 성공한 사람들이 늘었다. 전주시 효자동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김경자(48세, 가명)씨는 "2년 전 급하게 돈이 필요했는데 전북은행에서 무담보로 쉽게 빌릴 수 있었다"며 "은행이 아니었으면 사채에 손을 댔을 것"이라고 말했다.

↑ 홍성주 전북은행장
◇한국형 산탄데르를 꿈꾼다= 홍성주 행장이 '차별화 전략'을 도입한 지난 3년간 노력은 놀라운 실적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7년 406억 원이었던 영업이익이 2008년엔 539억 원, 2009년엔 802억 원으로 3년 만에 2배 뛰었다. 2007년 6조1735억 원이었던 총자산은 2009년 7조2521억 원으로 1조 원 이상 증가했다. 외형경쟁을 자제하자고 주문한 전략이 오히려 자산을 크게 키운 셈이다.

은행이 얼마나 영업을 잘 했는지를 알 수 있는 순이자마진(NIM) 역시 눈부셨다. 2007년 2.77%에서 지난해 3.48%로 급증했다.

전북은행은 해외 일류은행을 집중적으로 벤치마킹하고 있다. 진동수 위원장이 전북은행을 견줬던 바로 그 산탄데르 은행이다. 전북은행은 앞으로 산탄데르 은행의 성장 과정을 차별화된 영업모델로 구축할 계획이다.

소매금융 중심 차별화된 영업모델 확립, 경영효율성 증대, 수익성과 안정성 건전성 개선 등을 최우선 과제로 삼는다는 이야기다. 은행권 최고 수준의 안정적 NIM 확립을 통해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은 물론 장기적인 성장 동력을 확보할 방침이다.

전북은행 고위관계자는 "앞으로 전북은행은 차별화된 수익모델을 견지하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뤄낼 것이다"며 "지역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국내 영업망 확대하고 앞으로 적정 수준의 외형까지 겸비한 최고의 경쟁력을 확보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어 "스페인의 작은 지방은행에서 글로벌 은행으로 도약한 산탄데르 은행처럼 반드시 성장할 것이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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