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실업과 명예퇴직'이라는 두 유령

머니투데이 홍찬선 부국장대우 금융부장 | 2010.03.16 09:31

[홍찬선칼럼]부의 재분배 통한 소비 증대가 해법

2010년 봄, 한국에는 2마리의 유령이 떠돌고 있다. 아버지의 명예퇴직과 아들의 실업이라는 유령이다. 일자리를 놓고 아들과 아버지가 다투는 일이 많아진다.

2마리의 유령은 우리를 제로섬 게임이라는 진퇴양난에 빠뜨린다. 아들이 직장을 잡으면 아버지가 (명예)퇴직해야 하고, 아버지의 정년이 연장되면 아들은 이태백(20대 태반이 백수)으로 남아야 한다. 경우에 따라선 아들과 아버지가 함께 일자리를 잃는 ‘이중실업(Double Unemployment)', 즉 마이너스섬 게임도 나타난다. 아버지와 아들의 일자리가 함께 없어지니 근근이 버티던 가계, 중산층이 급속히 무너진다.

아들과 아버지의 일자리 싸움..플러스섬 게임으로 풀어야

좋기로는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드는 것이다. 일자리가 늘어나면 아들도 취직하고 아버지의 정년도 연장되는 플러스섬 게임이 된다. 굳이 다른 사람의 일자리를 빼앗지 않아도 되니, 유령의 힘은 급속히 약화된다.

정부가 작년부터 금리를 낮추고 재정지출을 늘리고 있는 것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 불을 끄는 과정에서 꽃가지가 부러지고(과잉유동성) 화단이 망가지는(정부부채 증가) 등의 부작용이 있지만, 불을 끄는 게(경기회복과 일자리 창출) 더 시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긴급처방을 쓴 것이다. 다행히 경제는 회복되고 있다.

그렇다고 고민이 해결된 것은 아니다. 경기 회복에 따라 일자리는 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재정확대정책을 계속 쓰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유령을 사라지게 할 근본적인 처방이 절실하다.

불경기 때 정부가 지출을 늘리는 것은 ‘케인즈 처방’이다. 1930년대의 대규모 실업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케인즈는 정부의 재정확대정책을 주장했다. 금리를 아무리 낮춰도 투자가 늘지 않는 유동성함정에 빠져있기 때문에 정부가 나서 유효수요를 늘리는 게 유일한 대안이라는 것이다. ‘케인즈혁명’으로까지 불리며 한세대를 풍미하던 이 처방은, 리먼 파산 이후 글로벌 금융시스템 붕괴 위기에서 빠져나오기 위해 다시 한번 부활하고 있다.

하지만 ‘케인즈 처방’은 엄청난 재정적자와 국가부채를 낳아 지속적 성장이 불가능하다는 근본적 한계를 갖고 있다. ‘잃어버린 20년’의 일본과 대규모 부채로 경제패권이 흔들리는 미국이 대표적인 예다.


자발적 소득 재분배로 소비성향 높이는 게 일자리 창출 이끈다

케인즈는 소비와 투자로 유효수요를 늘리는 데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정부지출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함에 따라 소비가 감소하고 투자가 줄어들어 유효수요가 부족해짐으로써 불황에 빠지는, 자본주의의 생태적 결점을 해소하기 위해선 소비와 투자확대를 통한 일자리 창출이 필요하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소비가 주는 것은 한계소비성향이 체감하기 때문이다. 소득이 적을 때는 버는 대부분을 소비하지만 소득이 증가함에 따라 소비하는 비율이 적어진다. 소비가 줄어들면 기업의 이윤기회도 축소되어 투자도 감소한다. 일자리가 줄어들면서 실업자가 증가한다.

소비를 늘리려면 (한계)소비성향을 높여야 하며, 이를 위해선 부자들이 지갑을 열어야 한다. 여기에는 세금을 늘리는 강제적 방법과 스스로 기부금을 내고 건전한 소비를 하는 자발적 방법이 있다. 두 가지 방법은 모두 소득과 부(富)의 집중을 막고 분배정의를 실현하는 방안이다. 이렇게 해서 소비가 늘면 야성적 충동(Animal Spirit)에 충만한 기업가가 많이 나타나 창업과 투자가 활발해져 일자리가 늘어나고 지속적 성장이 가능하다.

일자리 만들기 위한 부자들의 자발적 참여가 절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부자는 돈을 쓰지 않고(지갑을 열더라도 해외에서 쓰거나 수입품에 소비한다) 서민들만 돈을 쓰면서 부채가 늘어나 신용불량자가 증가한다. 소비는 더욱 줄어들고 투자도 위축돼 유효수요가 부족해지고 일자리는 줄어드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일자리는 생계수단인 동시에 자존심을 지키고 자아를 실현하는데 반드시 필요하다. 일자리가 늘어나지 못하면 명예퇴직과 청년실업이라는 유령은 계속 한국 사회를 위협할 것이다. 정부와 기업 및 부자들이 뜻을 모아 일자리 만드는데 함께 나서야 유령은 힘을 잃고 사라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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