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산업vs금호타이어 '광주시민들의 두 시선'

광주=정진우 기자 | 2010.03.15 11:25

[현장클릭]

# 지난 12일 광주광역시 상무지구에 위치한 금호산업 아파트 공사 현장을 찾았습니다. 공사가 막 시작할 때인 2008년 3월에 이어 2년 만에 방문인데, 그때만 해도 금호산업이 "최초 '주호복합단지', 광주의 자존심"이라며 자부했던 곳입니다. 분양가도 광주에서 최고 수준이었고, 지역민들의 관심은 뜨거웠습니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중인 금호산업이 '김대중 컨벤션센터' 맞은편에 '갤러리 303'이란 이름으로 짓고 있는 이 단지는 지하 2층 ∼ 지상15층 높이 아파트 8개 동과 특급호텔로 이뤄질 예정입니다.

시공사가 워크아웃 중이라 공사에 차질이 생겼을 거란 막연한 생각을 갖고 이날 찾았지만, 마무리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이 아파트는 이달 말 준공하고 다음 달 입주를 시작합니다. 현재 60% 이상 분양이 된 상태입니다.

회사가 지난해 말 워크아웃에 들어가는 바람에 올 초 잠시 위기감이 팽배했지만 공사엔 큰 차질이 없었습니다. 금호산업 직원들은 회사 사정은 안 좋지만 마무리 공사에만 신경 쓰고 있었습니다. 금호산업 관계자는 "앞으로 분양이 잘 된다면 이제 돈이 들어오는 일 밖에 남지 않았다"며 "직원들은 동요하지 않고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 상무지구에서 택시로 10분 거리에 있는 금호타이어 광주공장도 찾았습니다. 공장입구에 들어서자 고무냄새가 진동했습니다. 타이어 생산 라인은 계속 돌아가고 있었지만, 공장 안팎에는 노조원들의 구호가 담긴 피켓과 플래카드가 보였습니다.

이날 공장에선 노사 간 협상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결론을 내지 못하고 끝났습니다. 노조원들은 여전히 채권단의 구조조정 안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습니다. 관건인 노조동의서 때문입니다. 채권단은 무조건 동의서가 있어야 자금지원이 가능하고, 노조는 채권단이 말한 동의서엔 합의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이에 대한 접점 찾기는 아직도 요원합니다.


노조원들은 회사를 살리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렇지만 채권단이 강압적으로 나올 경우 어쩔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오늘(15일)부터 쟁의에 나설 예정지만 사측에서 쟁의행위 금지가처분 신청을 낸 상태입니다. 한 노조원은 "회사가 경영을 잘못해 나타난 부실을 죽어라 일만 하는 직원들에게 전가하는 게 맞냐"고 토로했습니다.

# 금호아시아나그룹 구조조정의 핵심 계열사인 이들 회사 분위기는 이처럼 달랐습니다. 아무래도 금호산업은 워크아웃 진행으로 신규 자금이 투입되며 뭔가 변화가 보이지만, 금호타이어는 이런 저런 이유로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어서일 겁니다.

광주시민들의 이들 기업에 대한 시각은 또한 엇갈립니다. 금호타이어의 대량해고는 지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걱정스럽지만, 금호산업은 그간 지역사회에 해준 게 뭐가 있냐는 분위기였습니다.

한 시민은 "광주에는 금호타이어에 다니는 사람들이 많은데 이들이 해고당하면 지역 경제가 휘청거릴 것이다"며 "별 탈 없이 이번 사태가 잘 마무리됐으면 좋겠다"고 말했습니다. 반면 택시운전을 하는 또 다른 시민은 "금호가 말만 지역 기업이지 도대체 광주에 해 준 게 뭐가 있냐"며 "지역발전에 기여하는 다른 대기업만큼의 반만 했어도..."라며 말끝을 흐렸습니다.

채권단은 금호그룹의 원활한 구조조정을 위해 늦어도 이번 달 안에 관련 절차들이 진행돼야한다는 입장입니다. 풀어야할 문제가 산 넘어 산입니다. 중요한 것은 기업을 살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10여전 전 IMF외환위기로 쓰러졌던 기업들 중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내고 새로운 기업으로 탈바꿈한 사례를 많이 봤습니다. 앞으로 협상이 계속 진행되겠지만 채권단과 사측, 노조 모두 큰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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