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축 전쟁터' 조합원 구하는 베테랑 지휘관

머니투데이 김만배 기자, 배혜림 기자 | 2010.03.16 17:29

[법조계 고수를 찾아서]법무법인 화우 김건흥 변호사

"재건축 시장은 총성 없는 전쟁터와 같습니다. 건설사와 컨설팅 업체, 조합과 조합원의 이해관계가 얽히고 설켜 복잡한 전선을 형성하고 있죠. 법률 전문가의 조언을 따라 안전한 길로 나가지 않으면 범법이라는 지뢰를 피할 수 없습니다."
↑법무법인 화우 김건흥 변호사ⓒ이명근 기자

법무법인 화우의 김건흥(58, 사진) 부동산 전문 변호사는 우리나라의 재건축 사업이 주거환경 개선이라는 본래의 목적에서 벗어나 이권을 둘러싼 다툼으로 비화하는 게 큰 문제라고 진단했다. 건설사와 조합원, 조합과 조합원의 다툼이 소송으로 번지고, 소송으로 인한 사업차질로 이어져 피해자가 양산되는 악순환 구조가 재건축 시장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정비구역 지정과 추진위원회 설립, 조합 설립, 관리처분 등 재건축 사업의 주요 단계마다 소송이 걸려 사업에 제동이 걸려 있는 상태다. 게다가 부동산 건설 관련 법령은 체계적이지 못한 부분이 많고 판례나 법리도 여전히 정립되지 않아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역할은 그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소수 조합원 권리 보호하는 '방패'=김 변호사는 법률지식은 물론 건설현장의 실무를 꿰뚫고 있어 재건축 분야의 '베테랑'으로 통한다. 서울 구로동, 서교동, 잠실3단지 아파트와 수원 권선주공아파트 등 굵직한 재건축 소송사건이 그의 손을 거쳤다. 현재 왕십리 뉴타운재개발 관련 소송과 동소문동2가 제1종지구단위의 재개발구역 변경 사건을 담당하고 있다.

김 변호사가 이끌고 있는 화우의 부동산건설팀은 국내 최대 규모와 최강의 실력으로 정평이 나 있다. 삼성물산과 한진중공업, SK건설 등의 공장 및 아파트 관련 소송을 다뤘고 소음, 일조권, 조망권 관련 소송에도 정통하다. 그는 "다양한 경험과 경력을 갖춘 변호사 23명이 부동산 각 분야에 포진해 전문성이 뛰어나다는 게 화우만의 강점"이라고 자부했다.

김 변호사가 20년 동안 입던 법복을 벗고 부동산 전문 변호사의 길로 나선 배경에는 우리나라 재건축 사업 과정에 대한 문제의식이 자리 잡고 있다. 그는 법관 시절 재건축 소송 재판을 담당하면서 선량한 일반 조합원들이 피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재건축 사업의 실상을 알게 됐다.

"재건축 과정에서 돈 때문에 싸우는 모습을 보면 씁쓸합니다. 사업추진 주체가 무리하게, 심지어는 위법하게 재건축을 진행하는 경우 조합에 맞서 싸우는 소수의 조합원은 피해자가 됩니다. 하지만 소송으로 재건축이 지연되면 이미 이주한 일반 조합원까지도 이자를 감당해야 하는 선의의 피해자가 되는 거죠."

소수의 조합원에게 유리한 판결을 내리면 앞선 사업결정이 모두 무효가 되기 때문에 법원은 통상 소수 조합원에게는 양보를, 조합에는 절차 보완을 해결책으로 제시한다. 일종의 현실적인 타협안이다. 그러나 법원은 재건축 과정의 위법한 절차로부터 소수의 조합원을 보호하는 일을 우선해야 한다는 게 김 변호사의 소신이다.

그가 주로 소수 조합원의 소송을 대리해온 것도 이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건설사를 등에 업은 조합이 힘으로 소수를 밀어붙이는 경우가 많다"며 "다수의 힘을 믿고 위법한 절차를 강행하는 세력에 대해 법원이 제동을 거는 것은 법률에 따른 당연하고도 올바른 결정"이라고 말했다.


◇도장 '찍을까 말까'=김 변호사는 조합과 조합원이 재건축에 대한 전문 지식과 경험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재건축에 동의하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문제라고 분석했다. 일반인이 두꺼운 정관의 내용을 모두 이해하는 일은 쉽지 않다. 그러나 시공사 등 외부 이해관계자의 설명만 듣고 덜컥 결정해 버린다면 위험해질 수 있다.

"건설사와 컨설팅 업체가 이권을 챙기기 위해 주민들을 현혹시켜 놓죠.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는 순간 적게는 수억원, 많게는 수십억원에 달하는 재산과 권리가 담보되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정관조차 읽어보지 않고 결정을 내리는 경우가 너무 많습니다."

김 변호사라고 항상 올바른 판단만 하고 사는 걸까? 그가 살고 있는 아파트에도 재건축 얘기가 돌면서 주민들에게서 조합설립 동의서를 받는 운동이 한창이다. 하지만 도장을 찍어야 할 지 말아야 할 지 그 역시 고민 중이다. 그는 "그럴듯한 직책을 내세우며 유인물을 돌리는 사람들이 나타나면 전문 변호사인 나도 판단하기 어려워지는데 일반 사람들에게는 더욱 어려운 문제일 것"이라고 고민의 일단을 털어놓았다.

재건축을 앞둔 주민들에게 그는 건축물의 설계나 철거 및 신축에 소요되는 비용 등 핵심 내용을 꼼꼼히 살필 것을 당부했다. 김 변호사는 "재건축을 결의하거나 시공사를 선정하기 전에 정보를 수집하고 의심이 드는 부분에 대해서는 적극적인 자세로 대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초기단계부터 법률 전문가 도움 받아야=건설 분야는 우리나라 국민총생산(GNP)의 15% 가량을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큰 산업 분야다. 이 가운데 도심 재개발 사업은 이권을 둘러싼 싸움이 더욱 치열하다.

김 변호사는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행정기관이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지나치게 강조하면 사업 진행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에 갈등을 조정이나 타협으로 해결하는 정서를 배양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재건축 재개발 당사자들이 사업 초기단계부터 관련 법령을 체계적으로 파악하고 있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김 변호사는 "자문 비용이 지출되겠지만 수억원에 달하는 재산 처분과 직결된 문제라는 점에서 사전에 법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예상치 못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방법 "이라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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