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생 공모 성공, 삼성생명엔 '과제'

더벨 이재영 기자 | 2010.03.15 09:08

프리미엄 얼마나 인정받느냐가 관건

더벨|이 기사는 03월12일(08:00)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대한생명의 기업공개(IPO)가 성공적으로 끝나며 이후 공모를 진행할 삼성생명엔 어떤 영향을 미칠 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전문가들은 대한생명의 성공이 삼성생명에 프리미엄 수준 등 적지 않은 '과제'를 남겼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대한생명은 지난 9~10일 진행한 IPO 일반 공모를 진행했다. 4조2198억원의 청약금이 들어오며 청약경쟁률 23.7대 1을 기록했다. 공모희망가 밴드(9000원~1만1000원)에 크게 못 미친 공모가(8200원)에 투자 매력이 있다고 판단한 투자자들이 몰린 것이다.

이런 결과는 삼성생명의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일종의 '벽'으로 작용할 소지가 있다는 것이 업계의 판단이다.

대한생명의 총 상장주식수는 이번에 발행한 신주 1585만여주를 포함해 8억6853만주다. 공모가를 감안하면 상장 직후 시가 총액은 7조1219억여원이 된다. 2009회계연도 말 기준 대한생명의 예상 내재가치(EV;Embedded Value)는 6조9000억원. 시가총액 대비 내재가치 비율(P/EV)는 1.03배에 불과하다.

지난해 상장한 동양생명의 현재 P/EV는 0.98~1.01배 정도 수준이다. 대한생명은 자산 56조원의 업계 2위 생명보험사지만 상장 시 주당 가치는 동양생명 정도로 밖에 평가받지 못한 것이다. 손보업계 1위인 삼성화재의 P/EV는 1.2~1.3배 정도다.

해외 기관투자가들의 한국 생명보험사에 대한 평가가 P/EV 1배 정도로 굳어져 있는 것이다. 이들은 특히 대형 IPO에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운용업계 관계자는 "한국의 생명보험 시장은 어느 정도 포화상태에 이르렀다고 보는데다 빅3의 시장점유율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라며 "생명보험사에 대해 후한 평가를 줄 수 없다는 인식을 삼성생명이 어떻게 깨느냐가 문제"라고 설명했다.


삼성생명은 이 벽을 넘지 않으면 안 된다. 삼성생명의 EV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지만 대한생명의 12월 말 기준 순자산 대비 EV 비율(1.36배)를 적용해보면 14조7884억원 정도로 산출된다. 신주의 발행이 없다고 가정하고 P/EV 1배 수준으로 공모가를 결정하면 7만3940원 정도다.

삼성 그룹이 추가 지출 없이 삼성차 채권단에 대한 빚을 갚으려면 삼성생명 공모가가 10만5000원은 돼야 한다. P/EV를 삼성화재와 비슷한 1.2배 정도로 맞춰 공모가를 정하고 여기에 10%정도의 프리미엄을 받아야 하는 셈이다.

업계 2위인 대한생명마저 이 프리미엄 없이 상장한 상황에서 생명보험사에 대한 프리미엄 문제는 오로지 업계 1위인 삼성생명만의 몫이 된 것이다.

삼성생명이 원하는 공모가와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어떻게 맞출지도 숙제로 남았다.

대한생명이 '예상 외로 싸다'는 평가에 힘입어 4조2000억원을 끌어들인 만큼 삼성생명도 공모 성공을 위해선 매력적인 공모가를 제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특히 국내 증시 사상 최대 규모의 IPO인만큼 투자자를 끌어들일 수 있는 공모가 제시는 상당히 중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평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채권단을 만족시킬 공모가와 투자자를 만족시킬 공모가가 어느 정도 차이가 있는 만큼 주관사단이 상당히 골치를 썩고 있을 것"이라며 "업계 1위 프리미엄을 줄 수 있다는 데엔 대부분 동의하지만 그 폭에 있어서는 상당한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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