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부짖는 중개업 "계약서 쓰는 법 까먹겠어요"

머니투데이 장시복 기자 | 2010.03.16 08:26

거래실종 부동산 중개업계..휴·폐업에 식당·담배가게 '투잡'도

"이러다가 계약서 쓰는 법도 잊겠어요."

서울 목동신시가지 단지에서 10년 넘게 부동산 중개업을 해 온 김현숙씨(여, 가명)는 최근 몇달새 매매거래 중개를 해 본 기억이 까마득하다는 푸념을 했다. 그나마 몇 건 안되는 '방학 시즌' 전세 거래에서 얻은 수수료로 근근이 버텼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씨는 "비싼 사무실 임대료에 인건비와 공과금 등을 내고 나면 뭐가 남겠느냐"며 "중개업소는 넘치지만 거래가 없다보니 '못해 먹겠다'는 중개업소들이 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부동산시장 침체의 골이 깊어지면서 중개업소들도 직격탄을 맞고 있다. 불황이 장기화되면서 생존을 위한 경쟁도 날로 치열해져가는 모습이다. 우선 중개업소가 포화 상태인데다 거래가 실종되자 주 수입원인 중개 수수료조차 건지기 힘든 상황이다.

목동의 H공인 대표는 "요즘엔 집구하는 사람이 상전이다 보니 이른바 '양타 치기'(매수·매도인 양측으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것)는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특히 신규 업소의 경우 지역 회원으로 끼지 못할 경우 매물 정보 공유가 어려워 6개월 내에 도태되는 경우가 흔하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부 재개발·재건축 지역 등에선 시세가 한창 오를 당시 중개업소가 저가에 사들여 높은 가격에 파는 이른바 '찍기' 수법으로 과외 소득을 올린 업소들도 많았는데 이젠 너무 올랐고 세금도 엄격해져 이런 경우가 드물어졌다"고 귀띔했다.

지난해 수도권 소재 개업 중개업자수(5만6241명) 전년대비 0.29%(161명) 줄었다. 이는 2000년 이후 첫 감소다. 중개업소 폐·휴업 속출에도 꾸준했던 공인중개사 시험 응시 열기도 한풀 꺽였다.


지난해 치러진 20회 1차 시험 응시자는 15만986명으로 전년보다 5343명 감소했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관계자는 "그동안 노후 보장용으로 응시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요즘엔 워낙 시장 전망이 좋지 않아 '장롱 면허'로까지 취급받고 있다"고 말했다.

같은 지역 내에서도 '빈익빈 부익부' 현상도 일어나고 있다. 젊은 '소장파' 중개사들이 인터넷을 통한 홍보 활동을 활발히 하다보니 1~2명으로 구성된 이른바 소규모 '노장파' 중개업자들이 경쟁에서 밀려나는 분위기다.

상황이 이렇자 '투잡'을 하려는 부동산 중개업자들도 늘고 있다. 금천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인근에 초기 비용이 적게 드는 식당을 차리거나 사무실을 쪼개 담배가게 등을 겸업으로 하려고 알아보는 경우가 많다"고 전했다.

전문화를 통해 위기를 탈출해 보려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지역 특성별로 홍대입구 등 대학가입구에는 상가와 원룸 전문, 외국인이 많이 사는 용산에는 외국인 임대 전문, 가산디지털밸리에는 아파트형공장·오피스 전문 중개업소들이 주를 이룬다.

아파트형공장114 박종업 대표는 "주택시장이 얼어붙자 수익형 부동산에 관심이 몰리는 편"이라며 "일반 주택 중개업계는 이미 포화상태라 전문화 경향은 앞으로 더욱 두드러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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