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위험천만' 증시 질주..'과속주의'

서동욱 이군호 배성민 김지산 기자 | 2010.03.12 20:32

운행가능 도로 없고, 보험상품도 없어..경제성도 의문

이달 30일부터 시속 60km 이하의 저속 전기차가 도심에서 주행이 가능토록 한 저속 전기차 관련 법규가 시행된다. 국토해양부는 이어 일반차를 고속전기차로 개조해 시속 60km 이상으로 달릴 수 있도록 고속전기차 안전기준도 마련, 오는 7월께 발표할 예정이다.

전기차 운행 관련 법규가 속속 준비돼가고 있어 당장 전기차 시대가 눈앞에 다가온 느낌이다. 증시에서 전기차 관련주들이 급등하기도 한다. 그러나 따져보면 전기차가 언제 상용화될 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아직도 전기차 앞에 놓인 장애물들이 한두개가 아니다.

◇지자체 운행가능 도로 지정 안돼

국토해양부에 따르면 저속전기차 운행에 관한 입법예고에는 이달 30일부터 전기차 운행이 가능하도록 돼 있다. 이것은 법적 허용 시점일 뿐이다. 지자체들은 30일 이후부터 시속 60km 미만의 도로에 한해 전기차 운행 가능 구역을 확정해 국토해양부에 통보해야 한다. 지자체간 도로 연계 작업이 마무리 돼야 정상 운행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아직까지 전기차 운행 가능지역을 지정한 곳은 한 곳도 없는 상태이다. 개별 지자체들이 운행가능 도로를 지정하더라도 연계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서울 동작구에서 출발한 전기자동차가 서초구 앞에서는 멈춰야 할 판이다.

 김연우 한양증권 연구원은 "법적으로 이달 30일 부터 전기차의 도로 주행이 가능하지만 검찰, 경찰의 단속규정까지 확정돼야 하기 때문에 당장 도로에서 전기차를 보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개조비 2천만원 경제성 의문..충전소 등 인프라도 없어

오는 7월 고속 전기차 관련 규정이 마련돼 기존에 타던 자동차를 전기차로의 개조할 수 있게 된다해도 실제 상황이 되려면 해결돼야 할 문제가 많다. 우선 개조비용이 2000만원 이상 들 것으로 보여 경제성이 검증되지 않았다.

충전소 인프라 부족도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식경제부와 한국전력, 현대자동차 등이 공동으로 신차를 생산하고 충전소를 시범운영하는 것을 추진 중이어서 전국적으로 충전소를 확충하려면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자동차가 본격적으로 도로를 달리더라도 자동차 보험 적용을 받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업계 예상대로 다음달까지 10대 내외의 전기 자동차가 시내에서 운행될 경우 차 보험쪽에서 공백이 생기는 것이다. 전기차 전용 자동차보험상품을 내놓으려던 LIG손해보험은 출시 계획을 늦췄다. 다른 주요 손해보험사들도 현재까지는 출시 계획을 갖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동차보험상품 보호 못받아


LIG손보는 당초 현재 운행중인 시험용, 구내(골프장 등) 주행 등으로 목적이 제한된 전기자동차에 대한 보험을 도로 주행이 가능한 전기차 출시 이후 확대 적용하는 상품을 계획했었다. 해당 상품은 전기자동차 사고에 따른 사망, 부상, 차량·재물 훼손, 긴급출동서비스 등을 포함했다. 하지만 차량 운행 기록이 사실상 없고 사고율도 측정하기 어렵다는 해석도 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식 번호판을 단 전기자동차는 상품 미비로 자동차보험을 적용받지 못하지만 임시 번호판을 단 상태에서는 보험을 적용받을 수 있다"며 "임시 번호판을 단 상태가 무한정 지속될 수는 없어 해당 상품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 택시 버스 전기차 교체도 난망

서울시가 최근 10년 안에 서울시내 모든 택시와 버스를 하이브리드나 전기차량 등 친환경 그린카로 전면 교체하겠다고 천명했지만 실현 가능성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적지 않다. 현재 서울시내에서 운행중인 택시는 7만여대다. 시내버스(7600대)와 마을버스(2500대)도 1만여대가 넘는다.

시는 앞서 지난해 12월 LPi 하이브리드택시 10대를 시범 도입했다. 2011년에는 100여대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장기 불황에 빠져있는 택시업계의 현실도 그린카 전면교체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이다. 택시업계 관계자들은 '친환경 차량의 구입 보조금'과 같은 정부차원의 파격적 지원이 선결조건이라고 입을 모은다.

◇증시 전기차 테마주 급등하는데...

전기자동차는 증시에서 '묻지마 테마'를 형성하며 관련 종목 주가가 폭등하고 있다.
주요 장외종목 매매 사이트에서 전기차 제조업체 CT&T의 장외 거래가격은 5일 연속 상승하면서 처음으로 6만원(액면가 5000원)을 넘어섰다. 액면가 5000원인 CT&T의 장외 거래가가 6만원을 넘어선 건 지난해 장외거래가 시작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CT&T가 코스닥 업체와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할 것이라는 루머가 겹치면서 주가는더욱 상승세를 타고 있다. CT&T와 우회상장설이 도는 A사는 12일까지 3일 연속 상한가다.

CT&T지분 8.7%(계열사 포함)을 보유한 지앤디윈텍 역시 12일 상한가를 기록했다.
중국에서 전기자동차를 수입해 이달말부터 판매할 것이라고 밝힌 삼양옵틱스도 최근 한달간 80% 폭등했다. 거래량도 폭발, 9일에는 하루동안 1억943만주가 거래돼 코스피 전체 거래량의 17.5%를 차지하기도 했다. 개인투자자들이 벌떼처럼 달려들면서 한달간 거래량이 600% 넘어섰다. 회사 주인이 6번 통째로 바뀐 셈이다.

전기차 관련주들의 무차별 상승과 거래폭발로 인해 주가가 급격한 조정을 받을 경우 개인투자자들의 손실규모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전기자동차가 당초 기대처럼 이달말 도로를 달릴 수 없을 것이 확실해지면서 주가 조정 가능성도 높아지는 상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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