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시평]공기업 부채의 국가채무론

김광수 강원대 경영학과 교수 | 2010.03.11 11:55
최근 남유럽발 재정위기 소식과 함께 우리 공기업 부채가 급증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우리의 미래 국가재정 상황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이것은 공기업 부채가 공식적으로 정부통계에는 잡히지 않더라도 그동안 국책사업에 대한 투자로 증가한 부분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사람은 관련 공기업 부채는 국가채무에 포함해 관리해나가야 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그런데도 정부는 국제적 기준을 내세워 공기업 부채는 국가채무가 아니라고 고집하고 있다.

나름대로 이유를 내세울 수 있겠지만 부채는 민간부문이나 공공부문을 막론하고 모두 재무건전성 관점에서 보수적으로 평가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는 부채의 속성상 경제상황이 어려워지면 과중한 이자비용 부담이나 지급불능의 위기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오래전부터 부채평가를 위해 보수적 회계사고에 입각해 확정채무뿐 아니라 미래 발생 가능한 모든 우발적 부채까지 포함해 부채로 인식하는 것이 상관습으로 존중돼왔다.

이와 같은 보수적 행태는 물론 미래 위기상황이 실제로 닥치더라도 견고한 재무적 기초를 토대로 큰 어려움을 면할 수 있게 해준다. 따라서 지금 정부가 취하는 국가채무론은 공기업 부채 증가를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는 것이 아닌가 염려된다.

정부가 공기업 부채를 국가채무에서 제외하는 이유로 내세우는 공기업 자산 대응론 또한 현실을 충분히 검토하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최근 몇년 사이에 공기업의 부채 증가는 그 속도가 너무 빨라 자산 증가액을 훨씬 상회하고 있다. 보수적 관점에서 국가채무를 평가할 이유는 이밖에도 많다. 특히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아 조그만 외부충격에도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우리 경제구조의 취약성을 감안한다면 부채의 보수적 평가야말로 합리적 부채관리를 위해 필수적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고령화인구의 증가, 언제 닥칠지 모르는 막대한 통일비용 지출 등을 생각한다면 정부는 단순히 국제적 기준이나 국제적 평균을 내세워 우리의 국가채무 상태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이보다 오히려 미래에 발생할지 모르는 많은 돌발상황에 대비해나갈 수 있도록 부채에 대해 보다 적극적인 사고와 자세를 가져야할 것이다.


실제로 우리 공기업들은 그동안 개혁이 지체되면서 만성적자에 빚은 눈덩이처럼 불어나 국가재정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빠른 시간 내에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공기업 부채가 다른 공적부채보다 엄청나게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어서 위기의식을 더해주고 있다. 그래서 앞으로 공기업 부채 증가로 어려운 상황을 맞게 될 것이라고 걱정하는 사람들 또한 적지 않다.

세계에서 가장 잘사는 나라 중 하나로 손꼽혀온 일본의 경우도 최근 공적채무 급증과 함께 재정적자에 허덕이면서 위기의식에 휩싸여 있다.

지난 7일 일본의 주요 일간지인 아사히신문은 1면 기사에서 '일본의 악몽 : 재정파탄 시나리오'라는 제목으로 부채 증가로 10년 이내에 일본이 모라토리엄(국가부도) 사태에 직면할 것이라는 내용의 가상시나리오를 다루었다. 실로 남의 일로만 여길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실제로 우리도 공기업 부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진행된 속도로 계속 증가한다면 머지않아 국가적 위기상황을 맞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서 더욱 걱정되는 것은 위기대응에 앞장서야 할 정부당국자들의 공기업 부채에 대한 안일한 자세와 생각이다. 얼마전 신문보도에서 누구보다 공기업 부채 증가에 대해 많은 걱정을 해야 할 정부당국자가 최근 공기업 부채를 국가채무에 편입해 보다 철저히 관리해야 한다는 견해에 대해 이 같은 생각은 국가채무의 과대표현으로 국제적 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의견표명을 삼가달라는 뜻을 밝힌 기사를 읽으면서 과연 국민들의 걱정을 이렇게 철저히 외면해도 되는지 그저 어이없어 한 기억이 되살아난다. 필자의 소견으로는 부채의 과소표시보다는 실제 발생 가능한 모든 부채를 표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국가신인도 향상뿐만 아니라 실제 위기대응책 마련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노동교화형은 커녕…'신유빈과 셀카' 북한 탁구 선수들 '깜짝근황'
  2. 2 '황재균과 이혼설' 지연, 결혼반지 뺐다…3개월 만에 유튜브 복귀
  3. 3 "당신 아내랑 불륜"…4년치 증거 넘긴 상간남, 왜?
  4. 4 "밖에 싸움 났어요, 신고 좀"…편의점 알바생들 당한 이 수법[영상]
  5. 5 1년 전 문 닫은 동물원서 사육사 시신 발견…옆엔 냄비와 옷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