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층 외면…노조가 '老組'로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0.03.11 22:30

[세대전쟁]<4> 늙어가는 노조

"지금은 매년 200~300명 정도 조합원이 줄고 있습니다. 자연퇴직이나 이직 등이 원인이지요. 하지만 10년 후가 되면 매년 1500~2000명씩 줄어들 거라고 전망됩니다. 명부상으로는 젊은 조합원이 계속 충원되고 있지만 적극 활동하는 젊은이들은 급격히 감소하는 추세입니다."(장규호 현대자동차 노동조합 대변인)

"1987년 노동자 대투쟁 때 노조에 참여한 이들이 지금까지도 활동하고 있습니다. 신입사원들이 보기에는 노조가 중·장년층으로 구성돼 있어서 세대차이도 있고, 자신들과 문화도 다르다고 생각하고 있는 듯 합니다."(김태현 민주노총 정책실장)

노동조합이 늙어가고 있다. 신입사원의 외면으로 노조의 고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젊은 피와 기성세대간 문화와 관습의 차이는 노조의 경영진 대응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경기침체, 개인주의가 노령화 가속화= 11일 장규호 현대차 노조 대변인은 "노조원 상당수의 평균 근속연수가 15년 이상인 데다 고등학생 이상 연령의 자녀를 둔 준(準) 고령자"라며 "향후 노조원 감소추세가 급물살을 탈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이미 노조의 고령화는 각종 통계에서 그 조짐을 보여왔다. 통계청의 경제활동인구연보에 따르면 15~29세 청년층의 취업자 수는 2004년 457만8000명에서 2008년 398만4000명으로 12.9%나 감소했다. 반면 같은 기간 50세 이상 연령대의 취업자 수는 559만1000명에서 706만5000명으로 26.3% 증가했다.

전체 산업 종사자 중 젊은 층이 차지하는 비중이 줄어든 만큼 고령자 비중이 커지는 모습도 확인된다. 15~29세 연령대는 2004년 전체 산업 종사자의 20.3%를 차지했지만 2008년엔 17.3%로 줄었다. 반면 2004년 24.7%에 불과했던 50대 이상 근로자의 비중은 2008년 29.4%로 4.7%포인트 늘었다.


이같은 노동시장의 고령화는 곧 노조의 고령화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비정규직 중심의 청년고용 증가 추세는 이미 정규직 중심으로 구성된 기존 노동조합의 고령화를 한층 심화시키는 요인이다.

노동운동의 여건 변화도 젊은 층의 노조 가입을 저해하는 요인이라는 분석도 있다. 남용우 한국경영자총협회 노사대책본부장은 "1970~80년대 생존권을 요구했던 노동운동을 펼쳤던 분들과 요즘 젊은이들은 생각 자체가 다르다"며 "투쟁 일변도의 노조문화가 젊은 층에게 호소력이 떨어진다고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세대변화에 발맞추는 변신 노력= 젊은 세대의 무관심과 정치노선에 대한 외면은 노조의 대응방침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정치투쟁 일변도에서 벗어나 실용주의를 강조하고 있다. 특히 젊은 세대를 끌어들이기 위한 당근을 내놓고 있다.

현대차 노조는 6년전부터 노조원에 대한 육아비 지원을 임단협 요구사항에 포함시켰다. 젊은 세대의 조합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다. 그 전까지 '자녀 대학 학자금 지원' 등 중장년층 조합원들을 위한 요구사항만 반영됐다.

정승희 한국노총 부대변인은 "젊은 세대와 기성세대의 세대갈등과 고용형태의 차이로 앞으로 노조 활동에도 적잖은 변화가 올 듯하다"며 "노조는 사측으로부터 조합원 전체의 이익을 대변하는 조직이지만 세대간 이해관계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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