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땅 녹이는 소리 소리들.."봄은 청도에서 시작된다"

최병일 기자 | 2010.03.12 10:17

싸움 재촉하는 "이럇"..운문사 풍경선 "뎅그렁"

산도 좋고 물 또한 깨끗하다. 거기에 온후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곳 청도. 청도에 가면 마치 고향에 온 듯 푸근한 정취에 젖는다. 보태지도 덜어내지도 않고 자연 그대로의 삶을 지향하는 청도로 떠나는 향긋한 봄나들이.

◆박진감 충만 소들이 펼치는 한판 승부!
▲박진감 넘치는 소 싸움 장면

콧김을 흥하고 내뱉은 소는 기이한 소리를 낸다. 됐나? 됐다. 소주인들은 소 고삐를 쥔 채 서로를 노려본다. 소들의 눈빛도 달라졌다. 우직하고 순하기로 소문난 소들이 맞나 싶게 팽팽한 긴장감이 감돌았다. 장내는 이미 후끈 열기가 달아올랐다.

소들이 정면으로 돌진했다. 1톤에 달하는 소들의 움직임은 역동적이었다. 두 소가 충돌하자 '팡'하는 소리가 장내를 휘돌았다. 붉은 색 띠를 두른 소가 순간 고개를 외로 꼬았다. 뿔을 걸고 넘기려는지 안간힘을 쓰는 파란색 띠를 두른 소의 모습은 처절하기 까지 했다.

상대편 소도 지지 않겠다는 듯 연신 머리로 붉은 색 띠를 두른 소를 밀어내려고 애썼다. "이럇 이럇 싸워라" 주인 또한 흥분된 듯 목청이 높아진다.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두 소

다시 한번 붉은 색 띠를 두른 소는 뿔을 이용해 상대편 소의 목에 들이댔다. 그렇게 몇 번의 대거리가 끝나자 점박이는 필승의 걸어치기를 시도했다. 순간 더 이상 못 견디겠다는 듯 파란 색 띠를 두른 소는 "음매" 소리를 내며 냅다 뒤로 도망가 버렸다.

생각보다 쉽게 승부가 난 때문인지 점박이는 약간은 허탈한 듯한 표정을 짓다 이내 의기양양하게 머리를 치켜들었다.

소싸움은 농한기 농부들의 여가 즐기기로 시작되었다. 그러다 1999년부터 본격적인 축제로 승화되었다. 소싸움은 소만의 싸움이 아니다. 소를 키운 주인들의 자존심이 걸린 일이고, 청도 사람들의 삶에 대한 강렬한 의지가 집약된 것일지도 모른다.

◆운문사 소나무 사이로 처진 햇살
▲운문사의 풍경

운문사는 동쪽으로는 운문산과 가지산 서쪽으로는 비슬산 남쪽으로는 화악산 북쪽으로는 삼성산이 마치 병풍처럼 둘러싸고 있는 형상이다. 대개의 산사는 산을 향해 올라가다보면 일주문이 나오는데 운문사는 숲을 향해 가다보면 마치 평지처럼 아늑한 절에 닿게 된다.

1천5백년의 역사를 지닌 운문사는 고졸하다. 신라 진흥왕 때 창건되어 6백년(진평왕 22년)원광국사가 중창하였다. 운문사는 화랑정신의 발원지이기도 하다. 원광국사가 화랑도인 추항과 귀산에게 세속오계를 내려주었기 때문이다.

또한 고려시대 일연선사가 삼국유사를 저술한 유서 깊은 곳이다. 사찰 내에는 대웅전, 3층 석탑 등 모두 7점의 보물들을 만날 수 있다.

웅숭깊은 절의 역사만큼 유명한 것은 진입로에 있는 소나무 숲. 미인송들이 열을 맞춰 도열한 듯 서있고, 여름만 되면 향긋한 솔 내음이 살포시 코끝을 스치는 곳이다.

운문사의 또 다른 명물은 경내에 있는 반송(처진 소나무)이다. 천연기념물 제180호로 지정된 반송은 가지가 밑으로 늘어져 있는 기이한 형태를 하고 있다. 어느 대사가 꽂아 놓은 지팡이가 자라서 소나무가 되었다는 전설을 간직한 채 세월을 이겨내고 있다.

이 반송은 매년 봄과 가을 나무 주변에 도랑을 파서 막걸리에 물을 섞어 대략 50말 정도를 부어준다 하여 막걸리를 마시는 소나무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낙엽이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 하지만 소나무 치고는 호사 아닌 호사를 누리는 셈이다.

운문사는 비구니 전문 강원이 개설되어 있다. 현재도 살림 안에 250여 명의 비구니 학인스님들이 용맹정진하고 있다.

승가대학으로 통하는 문의 이름은 불이문(不二)이다. 진리는 둘이 아니라는 뜻에서 유래되었다 한다. 부처와 중생이 다르지 않고 생과 사 그리고 만남과 이별 또한 근원이 하나이니 불이의 뜻을 알게 되면 해탈할 수 있다하여 '해탈문'이라고도 부른다.

◆봄은 향기에서 시작된다.

▲와인터널 입구

청도의 대표적인 특산물 중 하나는 감이다. 다른 지역에도 지천으로 생산되는 것이 감인데 유독 청도가 감으로 유명한 것은 물론 감 생산량이 전국 제일이라는 점도 있지만 씨가 없는 반시이기 때문이기도 하다.

감에 씨가 없으니 그만큼 먹기도 좋고 실제 맛도 여타 지역보다 떫은맛이 덜하고 달다. 청도는 감을 이용해 다양한 부대 상품들을 만들었다. 곶감보다 더 부드러운 반 건시에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말린 감 말랭이, 그리고 감 와인까지.

특히 감 와인은 지난 2005년 고 노무현 대통령 당시 부산에서 열린 APEC 공식만찬주로도 쓰였으며 정권이 바뀌어 2008년도 이명박 대통령이 취임했을 때도 건배주로 쓰이며 전국적인 명성을 날렸다. 옛날로 치면 임금님께 바치는 진상물품 정도로 각광을 받은 셈이다.

감 와인이 유명해지자 대한제국 말기에 완공된 옛 경부선 경산-철도간 열차 터널이 110년의 역사를 뛰어넘어 감와인 숙성 저장고로 용도가 바뀌었다.

붉은 벽돌의 자연석으로 마감한 이 터널은 원래 일제가 중국 침략을 위해 건설한 터널이었다. 일제 때 수많은 사람들이 강제로 끌려나와 경부선 터널을 파야 했다. 아직도 터널 입구에는 대천성공(代天成功) 명치 37년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다.

이는 '하늘을 대신하여 천황이 사업을 완수했다'는 뜻을 담고 있다. 일본 왕을 위해 이유 없이 노동력을 착취당한 조선 민중들의 피와 땀이 배여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들큰한 감의 향기만 남아 아픈 역사를 은근하게 치유하고 있다.

실상 터널을 들어서면 치장해놓은 것이 없다. 있는 그대로의 터널을 이용해 감 숙성저장고로 용도만 바꾼 셈이지만 저장과 숙성하는데 이만한 조건을 갖추기가 어려운 듯 싶다.

와인 터널이 유명세를 타면서 가족 단위로 그리고 커플 단위로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고, 이제는 터널 안 벤치에 앉아 우아하게 와인 한 잔을 마시는 연인들의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하곤 한다.

(여행메모)
청도의 먹거리 - 한재 미나리
▲한재미나리와 삼겹살

청도의 일품 음식으로 꼽는 것이 바로 한재 미나리다. 미나리가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한다면 진정한 미식가가 아니다. 한재 미나리는 매운탕 등에 넣어서 향미를 돋우는 일반 미나리와 차원이 다르다.

초고추장에 찍어 입에 넣으면 부드러우면서도 향긋한 내음이 물씬 풍겨온다. 한재 미나리는 한재고개를 중심으로 많이 재배되어 붙여진 이름이다. 한재 입구에 있는 '미나리愛'(054-371-7031)에서는 갓 수확한 싱싱한 미나리를 곁들여 삼겹살을 구워 먹을 수 있다.

청도소싸움 축제는

전국 8강 이상의 내로라하는 싸움소 132두가 토너먼트 형식으로 기량을 겨루는 청도소싸움은 언제 보아도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열전이다.

모든 시합에는 반드시 승부가 있는 법. 출전선수를 잘 보고 우승소를 점쳐보는 것도 재미를 배가시킬 수 있다. 올해 청도 소싸움 축제는 3월 17일~21일까지 닷새간 상설소싸움경기장에서 진행된다.

소싸움 외에도 실제 소의 여물을 직접 만들고 먹여보는 '전통우사체험'을 비롯해서, 로데오소를 타고 오래 버티기, 천연볏짚으로 전통가옥이 직접 만들어지는 과정을 체험해볼 수 있는 미니움집, 초가집 만들기 체험도 즐길 수 있다.
(문의 청도군청 관광문화과 054-370-2371)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밥 먹자" 기내식 뜯었다가 "꺄악"…'살아있는' 생쥐 나와 비상 착륙
  2. 2 "연예인 아니세요?" 묻더니…노홍철이 장거리 비행서 겪은 황당한 일
  3. 3 박수홍 아내 "악플러, 잡고 보니 형수 절친…600만원 벌금형"
  4. 4 "노후 위해 부동산 여러 채? 저라면 '여기' 투자"…은퇴 전문가의 조언
  5. 5 [단독]울산 연금 92만원 받는데 진도는 43만원…지역별 불균형 심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