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한숨 돌렸다, 경주파업 '유보'

머니투데이 박종진 기자 | 2010.03.09 20:41

금속노조 경주지부 "대화 위해 2일간 정상근무"…현대차 가동중단 고비 넘겼지만

경주지역 1차 협력업체들의 총파업이 유보되면서 현대차가 가동중단 위기는 일단 넘겼다. 일부 업체의 가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10일 생산중단 사태를 맞을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지만 일단 시간을 벌었다.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총파업을 10∼11일 이틀 동안 유보한다고 9일 저녁 8시경 밝혔다. 금속노조는 이날부터 산하 22개 사업장 3000여명 조합원들이 총파업에 들어갔으나, 문제가 된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 사측이 대화를 요청해옴에 따라 이를 수용한 것이다.

경주지부 관계자는 "발레오 노사 양측이 실무협의를 하기로 했다"며 "먼저 대화를 진행시키는 게 필요하다고 판단해 지부 차원의 총파업을 잠시 유보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발레오 사태가 타결되기 전까지는 긴장은 여전하다. 경주지부 측은 "대화 상황을 지켜본 후 총파업을 재개할 수도 있다"는 입장이다.

현대차는 이날 본사 구매담당 직원들을 현지로 급파, 상황을 점검했다. 파업에 돌입한 협력업체들은 사무직들을 투입해 지난 주말부터 미리 물량을 만들어 놓으며 가동을 이어갔다.

그러나 지역 업계는 만약 파업이 지속된다면 3일을 넘기기 어려운 것으로 내다봤다. 한 직서열 부품업체 관계자는 "생산 공정이 자동화돼 있어 관리직들이 라인을 돌린다지만 한계가 있다"며 "실제 생산성도 평소 대비 60~70%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생산 효율화와 품질관리를 위해 '재고 없이' 완성차 라인과 동시에 생산돼 투입되는 직서열 생산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범퍼, 시트 등 대표적 직서열 부품 공급업체들이 경주에 있다. 이에 따라 이들 부품업체 공급에 문제가 생기면 현대차 생산라인이 즉각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특성상 재고를 쌓아놓기 어려운 일부 업체는 하루 이틀을 넘기기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노조 측의 파업유보로 일단 한숨은 돌렸지만 현대차는 노사관계에 따라 언제든 위험상황에 노출될 수 있음이 다시 한 번 드러났다는 지적이다.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해마다 반복되는 현대차 노사갈등에 이어 협력업체 노사대립도 현대차의 성장 기회를 막는 변수가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토요타 사태로 잡은 기회를 살려 판매 강화와 브랜드 이미지 향상을 이루면서 품질관리의 강점을 내세워야할 때에 파업으로 생산중단 사태를 맞는다면 기회손실이 뼈아프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금속노조 경주지부는 금속노조 중에서도 조직력을 과시하는 '강성' 인만큼 노사관계 안정화를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실제 경주지부의 연대총파업은 지난해 2월에도 문제가 됐다. 당시 인지컨트롤스 노조설립 및 단체교섭과 관련한 노사갈등으로 경주지부가 총파업을 예고해 자동차업계에 비상이 걸렸다. 다만 총파업이 미뤄지면서 사태가 봉합돼 생산 중단은 피했다.

조성재 한국노동연구원 박사는 "현대차가 협력업체들과 노동현안을 정기적으로 논의하는 공식 테이블을 마련하는 등 다양한 시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경주지부 소속 발레오전장시스템코리아(스타트 모터, 차량용 발전기 등 생산) 노사는 경비직 조합원 가입 문제 등을 놓고 직장폐쇄까지 가며 대립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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