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폰테스]변동금리 대출과 통화정책

김경록 미래에셋캐피탈 대표이사 | 2010.03.09 12:15
가계부채문제에 관한 논의가 많다. 여기에 관련된 또하나의 특징은 이 많은 가계부채가 대부분 변동금리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80%가 변동금리 대출이라고 한다. 변동금리 대출은 기준금리(주로 CD금리)에 가산금리가 더해진다. 기준금리는 정책금리의 영향을 그대로 받으므로, 대출금리 역시 통화당국 금리정책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 이러한 시스템은 통화정책과 관련하여 몇 가지 중요한 이슈를 제기한다.

우선 통화당국의 금리정책 판단에 대한 시장의 완충장치가 없다.

미국은 2007년 연방기금금리를 5.25%에서 현재 0.25%로 5%포인트 인하했으나 30년 장기금리는 5%에서 4.5%로 0.5%포인트만 움직였다. 반면 우리나라는 2008년 9월 이후 정책금리를 5.25%에서 2%로 3.25%포인트 인하했다. 30년 고정금리 대출을 주로 하는 미국은 적극적인 완화정책에도 불구하고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30년 금리는 0.5%포인트 떨어진 데 반해 우리나라는 정책공조를 하는 과정에서 변동금리의 기준이 되는 정책금리가 3.25%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정책수단 효과가 강력하다는 장점도 있지만 정책수단을 사용하는 자의 판단에 경제가 너무 많이 의존한다는 단점이 있다. 장기금리는 시장에 의해 상당부분 결정되기 때문에 장기금리 기준 고정금리 대출은 시장이라는 완충장치를 거치지만 변동금리 대출은 그런 완충장치가 없다.

둘째, 경제의 변동성을 확대할 수 있다. 변동금리대출에서는 통화정책이 자금가용성과 이자비용 모두에 영향을 준다. 정책금리를 인하하면 통화량이 일반적으로 증가하고 채무자의 이자비용이 감소한다. 이번 국면에 우리나라는 이런 효과를 잘 누렸다. 반면 미국의 경우 금리인하로 자금가용성은 많아졌지만 고정금리 대출의 이자비용은 크게 낮아지지 않았다. 경제위기시 변동금리 대출의 유효성을 보여주는 사례지만 그 반대의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이처럼 변동금리 대출은 통화당국의 금리정책이 줄 수 있는 2가지 영향력이 서로 강화되어 나타나므로 경제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

마지막으로 통화정책의 영향력이 커지면 오히려 이를 마음대로 쓸 수 없다. 통화정책이 여론이나 정치로부터도 자유롭지 못하게 된다. 변동금리 대출이 많은 영국은 중앙은행의 금리 결정이 국민들의 관심사라고 한다. 자신들의 현금흐름에 즉각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 상황이 되었다. 가계부채 규모를 감안하면 금리정책의 이해당사자가 너무 많아졌다. 금통위원들은 금리를 인상하고 난 후면 주변의 따가운 눈총을 받을 각오를 해야 할 것이다. 처음부터 없는 것보다 주었다가 빼앗는 게 더 어렵다고 하지 않는가. 이러다보니 금리정책이 시스템적으로 비대칭적으로 이루어질 개연성이 있다.


정책금리의 변동폭이 크지 않거나 부채의 비중이 높지 않을 때는 변동금리 대출의 단점들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반대의 경우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관계된 사람들이 정책을 잘 이끌어가면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은 장기적으로 유효하지 않다. 시스템을 바꾸어주는 것이 필요하다. 변동금리 비중을 낮추고 고정금리 비중을 적절히 높이게 유도하면 위의 문제점들은 자연스레 완화된다.

천동설에 기반해서도 현재의 태양계 움직임을 예측할 수 있지만 매우 복잡하다. 다만 지동설로 바꾸면 훨씬 단순하게 추정할 수 있다고 한다. 올바른 시스템은 세상을 단순하게 하면서 잘 작동하게 만들어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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