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힘 빼고, 서민과 호흡해"

머니투데이 이승제 기자, 심재현 기자 | 2010.03.09 07:03

[이제는 정책경쟁이다]-소모전에서 발전지향으로<끝>전문가 진단

"여야가 상시국회를 도입해서라도 민생해법 정책경쟁에 나서야 한다."(참여연대 안진걸 사회경제국장)

"정책경쟁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지만 선거를 위한 일회성 전시행정이 돼선 안 된다."(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김건호 경제정책부장)

"특정 사안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것은 권력경쟁밖에 안 된다. 누가 삶의 질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는 정책을 만들고 지속으로 추진하느냐가 관건이다."(국회 입법조사처 박수철 기획관리관)

바람직한 정책경쟁을 통한 국회 선진화에 대해 전문가들이 쏟아낸 말이다. 냉정한 비판 못지않게 국회에 대한 관심과 기대 역시 크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국회는 표심을 바탕으로 형성·운영되는 정당으로 구성된다. 국민과 가장 가까운 곳에서 호흡하는 국회와 정당은 정부입법 활동과 달리 가장 가렵거나 아픈 곳을 달래줄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실태를 보면 매우 실망스럽다. 18대 국회 들어 국회의원들의 의원발의 건수는 크게 늘었지만 철회 건수도 덩달아 늘었다. 심지어 자신이 찬성해 발의된 법안에 반대표를 던지는 '얌체 행위'도 눈에 띈다. 법안발의 건수를 높이기 위해 제목과 내용만 조금 바꾼 법안을 반복해서 발의하는 의원들도 적잖다.

여야가 모두 친서민 정책을 외치고 있지만 각종 민생·복지 정책이 여야 정쟁에 휘말려 낮잠을 자고 있다. 민생·복지 정책 시행으로 당장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대다수 국민의 삶보다는 정쟁을 앞세우는 게 우리 정당의 현실이다. 역설적으로 진정한 정책경쟁 시대의 도래를 기대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는 이유다.

◇부드러운 국회로 거듭나야= 전문가들은 폭력·무능 국회에서 벗어나 국민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정책경쟁이 필수적이라고 지적한다.

박수철 기획관리관은 "국회는 정치의 장이자 정책의 장"이라며 "상대 약점을 꼬집기보다 유권자들에게 어떤 정책을 내보일 것인가를 먼저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정책정당, 정책국회,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국회가 된다면 서로 치고받고 싸우는 경성(딱딱한) 정치가 아니라 연성(부드러운) 정치가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건호 부장은 "고용위기, 중산층 붕괴, 계층 양극화 해법이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라며 "정부, 여당은 국론갈등을 일으킬 사안을 자제하고 충실한 경제 민생정책을 내놓고 호소해야 하고, 야당도 비판을 위한 비판보다는 구체적인 대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진걸 국장은 "여야가 상시국회를 도입해서라도 민생해법 정책경쟁에 나서야 한다"며 "당장 3월 임시국회 일정에 합의해 보육, 교육, 주택 등 서민이 아우성치는 현장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허한 선명성 경쟁은 이제 그만= 목소리에 힘만 줬지 실제 행동은 보잘 것 없는 행태를 비판하는 목소리가 높다. "국회와 정당이 정말 민생에 관심을 갖고 있는지조차 의심스럽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박 관리관은 "각 정당이 인기영합 위주의 정책을 양산하기 말고 유권자들에게 던질 정책과 공약을 신중하게 선택해 국회에서 입법과 정책으로 경쟁해야 한다"며 "그 결과로 다음 선거에서 평가받고 이를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게 진정한 정책대결"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사안을 놓고 여야가 대립하는 것은 일종의 권력경쟁 밖에 안 된다"며 "누가 좋은 정책과 법을 만드느냐, 어떻게 경쟁하느냐 등을 놓고 서로 경쟁하는 구도가 형성돼야 한다"고 기대했다.

김 부장은 "지방선거를 앞두고 각종 정책 선전이 이어지고 있지만 지방선거 전후 흐름에서 좋은 정책이 묻힐 수 있다"며 "정책경쟁이 지속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분위기와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안 국장은 "솔직히 정책경쟁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지 않다"고 비판한 뒤 "한나라당이 친서민 정책을 내놓고 있는 것은 나름대로 의미가 있지만 정치권이 온통 4대강과 세종시에 전념하고 있어 친서민 정책이 심도 있게 논의되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민주당도 제1야당답게 서민을 위한 대안을 내놔야 하는데 이제 서야 '뉴민주당 플랜'이라고 내놨지만 힘 있게 논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제대로 된 정책경쟁을 위해서는 정책의 지속성과 실천력이 확보돼야 한다"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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