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고도화설비 '돌아온 효자' 기대감

머니투데이 최석환 기자 | 2010.03.08 07:30

정유업황 회복 맞춰 GS칼텍스 등 투자효과 가시화 전망

정유업계에서 '지상 유전'으로 불리는 고도화 설비가 또다시 정유사 수익에 효자 노릇을 할 것이란 기대가 커지고 있다.

특히 올 하반기와 내년에 신규 고도화 설비 가동을 앞두고 있는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 등의 수익성이 대폭 개선될 전망이다.

7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고도화설비'는 황 함량이 높은 저가의 벙커C유(중질유)를 고부가가치 제품인 휘발유와 경유 등 경질유로 바꿔 정유사의 수익성을 개선해주는 설비이다. 통상 정유사들이 해외에서 원유를 들여와 정제하면 전체의 60% 정도는 휘발유와 경유, 등유 등이 되고, 나머지 40%는 벙커C유가 된다.

정유사들은 벙커C유를 경질유로 만들어 중국이나 인도 등 해외시장에 내다 팔아 막대한 이익을 거둬왔다. 정유업체 한 관계자는 "보통 고도화설비를 돌려 생산한 석유제품의 마진(복합정제마진)이 7~8달러만 돼도 수익이 나는데 한 때 70~80달러까지 폭등하면서 엄청난 수익을 본 게 사실"이라며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고도화설비를 경쟁적으로 확충하게 된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난 2008년 하반기부터 미국발 금융위기로 전 세계가 경기침체에 빠지면서 석유 소비가 급감, 정유업계가 불황을 맞았다. 그러다보니 '황금알을 낳은 거위'로 각광받던 고도화설비도 힘을 쓰지 못했다.

실제로 지난해 3월 이후 복합정제 마진이 줄곧 마이너스 기록하면서 SK에너지GS칼텍스, 에쓰오일(S-OIL), 현대오일 등 정유4사는 석유사업에서 잇따라 대규모 적자를 기록하며 참담한 한해를 보냈다. SK에너지가 인천공장에서 추진해온 1조5000억 원 규모의 고도화설비 투자완료 시점을 5년이나 연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올해 들어 이런 상황은 점진적으로 바뀌는 분위기다. 복합정제 마진이 플러스로 돌아서며 5달러 안팎을 유지하고 있고, 신ㆍ증설 감소 등으로 석유 수요가 늘어나면서 정유 업황이 부진에서 벗어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올들어 수급이 개선되면서 업황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며 "글로벌 경제 회복 추세에 따라 국제 석유제품 수요가 늘어나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업황이 좋아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정유사들의 움직임도 바빠졌다. 대표적인 곳이 GS칼텍스. 전남 여수에 2조6000억원 투자해 건설중인 고도화설비(제3중질유분해탈황시설) 상업 가동 시점을 당초보다 앞당긴 오는 9월로 잡았다. "수익이 탁월한 사업은 아낌없이 투자해 미래성장에 대비해야 한다"는 허동수 회장의 독려가 힘이 됐다. 명영식 제3중질유분해탈황시설(HOU) 사업본부장은 최근 고도화설비 가동에 집중하기 위해 아예 대표이사직을 사직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도 2011년 상반기 가동을 목표로 2조1000억원을 투자해 고도화설비 증설 공사를 강력하게 추진하고 있다.

이응주 대우증권 애널리스트는 "지난해 정유 시황이 부진한 가운데 GS칼텍스가 추진하고 있던 대규모 설비 투자에 대해 잠시 우려했으나 올해는 정유 시황이 회복되면서 신규 고도화 설비가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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