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VS 참신 '복지전문당' 목청

머니투데이 심재현 기자 | 2010.03.08 07:30

[이제는 정책경쟁이다]-소모전에서 발전지향으로④ 복지정책 비교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복지전쟁'을 벌이고 있다. 민주당은 '원조'를 내세워, 한나라당은 '참신함'을 앞세워 서로 '복지전문당'이라고 목소리를 높인다.

본래 복지는 민주당 전공이었다. 그런데 지난해 8월 이명박 대통령이 중도실용·친서민 노선을 내세우면서 구도가 바뀌었다. 민주당이 일방적으로 복지를 외치던 무대는 이제 더 나은 복지정책을 가리는 자리가 됐다.

김호기 연세대학교 교수는 "성장제일주의 시대가 지나가면서 민주 대 반민주, 민주화 대 산업화 같은 거대 담론이 아니라 명예퇴직과 연금, 자녀 교육비같이 피부로 느끼는 생활이 핵심의제로 떠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 앞다퉈 "복지전문당" = '복지후발 주자' 한나라당은 최근 들어 서민정책에서 민주당을 앞질렀다고 말한다. 그동안 민주당이 내놓은 '퍼주기식' 복지노선을 뒤엎고 자립 지원에 방점을 찍은 새로운 복지모델을 선보였다는 자신감이다. 일하는 기초생활수급자에게 근로소득장려금을 지원하는 '희망키움통장제도'나 자활근로 정책이 이렇다.

저소득층 학생이 수강료 부담 없이 방과후 학교에 참여할 수 있도록 자유수강권 지원대상을 확대하고 취업후 학자금상환제도(ICL)를 도입하는 데 발 벗고 나선 것도 일회성 복지개념에선 불가능한 일이라는 게 당 정책위 설명이다. 정책위 관계자는 "여권에서 '최고의 복지정책은 일자리 창출'이라는 말이 자주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고 말했다.

'복지에 뼈가 굵은' 민주당은 '맞춤형 정책'으로 친서민 행보를 넓히고 있다. 지난달 25일 '뉴민주당 플랜'의 사회복지·보건 분야 정책 발표에선 △국공립 보육시설·보육료 지원 확충 △저소득층 재산·부양의무자 기준 완화 △기초노령연금 지급액·대상 확대 △장애인 예산 1% 이상 확충 △공공임대주택 확충 등을 제시했다.

주거복지를 위해 매년 전세가 인상률을 5% 이내로 제한하는 '전세가 5% 상한제'와 전월세액만큼 세금혜택을 주는 '전월세 소득 공제제도', 파산이나 실업 위기에 처한 세입자에게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공공임대주택 임대료 차등제도 현장밀착형 정책으로 내놨다.

◇ "속빈강정" "선거 노림수" 지적도 = 넘치는 정책 속에 생색내기 논란도 적잖다. 시행 가능성은 아랑곳하지도 않은 채 정책을 내놓는다거나 효과만 부풀리는 식의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한나라당이 대표적인 서민정책으로 내건 '미소금융'이나 '보금자리주택'이 그렇다. 미소금융은 재원 회수를 위한 엄격한 대출심사로 출범 2개월 동안 전체 상담자의 약 2%(300명가량)만 대출을 받으면서 실효성 문제가 나오고 있다.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지역과의 시세차로 서민의 보금자리보다는 '로또 아파트' 쪽으로 작용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고개를 드는 참이다.

최근 민주당이 요구한 일자리 창출용 추가경정예산도 생색내기 논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민주당 정책위는 최근 4대강 사업 예산을 줄여 민생챙기기 추경을 편성하자고 제안했다. 한나라당 한 당직자는 이에 대해 "지방선거를 앞둔 포퓰리즘 발상"이라며 "4대강 사업에서 비롯된 고용유발 효과는 등한시한 채 명확한 근거도 없이 국가중점사업 예산을 야당 정책 예산에 넣으라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 "복지 우선" 목소리 높지만 현실은… = 한나라당은 지난 1월말 114개 중점처리법안을 선정하면서 친서민·복지 법안을 대거 포함시켰다. 현재 직장을 잃은 실직자에게만 지급하는 실업급여를 가게를 닫은 영세자영업자에게도 지급하는 내용의 '고용보험법', 퇴직연금 불공정 거래 제한과 근로자의 다양한 퇴직연금 가입 허용이 골자인 '근로자퇴직연금보장법', 체불임금 노동자의 생활 안정을 위한 '임금채권보장법'이 여기에 해당한다.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출점제한을 담은 '유통산업발전법'과 '보이스피싱(전화사기) 피해자 구제 특별법', 중증장애인 연금지급을 보장한 '기초장애연금법'도 목록에 올랐다.

이 가운데 고용보험법, 유통산업발전법 등 대다수 법안은 여야간 특별한 이견이 없는 법안이다. 개중엔 한나라당과 민주당 의원이 공동발의한 법안이나 내용이 서로 비슷한데 중복 발의한 법안도 상당수다.

하지만 2월 임시국회가 끝난 지난 2일까지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된 법안은 한 개도 없다. 본회의 통과는커녕 상임위에 발목 잡힌 법안도 절반을 넘는다. 길게는 몇 년째 "곧 된다"는 말만 반복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가 이런 데는 민생·복지보단 여전히 정쟁을 우선하는 정치풍토 탓이 적잖다. 한 정치권 관계자는 "말로만 복지·민생 운운하면서 밥그릇 싸움에 골몰하는 걸 국민들이 모르겠냐"며 "표심은 누가 복지를 잘 하느냐를 어느 때보다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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