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 없다고 빚 떠넘기기, 심한것 아닌가요

머니투데이 박영암 기자 | 2010.03.09 07:00

[세대전쟁-1] "우린 희생양" 미래세대의 항변

편집자주 | 계급, 계층 갈등을 지나 세대간 전쟁의 징후가 한국사회 도처에서 감지되고 있다. 세대간 전쟁의 도화선은 베이비 부머의 본격적인 은퇴다. '제2의 삶’에 나서려는 베이머 부머와 청년세대가 일자리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국가채무와 연금재원 분담비율을 둘러싼 현세대와 미래세대간 갈등도 현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머니투데이는 본격화되는 세대간 갈등 사례를 소개하고 세대간 '공존해법'을 모색한다.

2030년 3월. 대기업 사원인 김미래(가명)씨는 월급날만 되면 기분이 우울해진다. 월급의 절반 이상을 각종 세금과 연금으로 떼이고 있어서다. 월급명세서를 보면 아버지 세대의 은퇴후 연금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 희생양이 되고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막대한 채무를 유산으로 남긴 과거 정책당국자들이 원망스러워진다.

비록 가상이지만 미래세대를 상징하는 김미래씨의 불만은 호소력 있다. 현 세대가 조세증가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보이면서 재정적자를 국채발행을 통해 보전하고 있고, 이에 따라 미래세대의 경제적 부담이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8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국가채무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1998년 80.4조원에서 5년만인 2003년 165.7조원으로 2배가량 늘었다. 다시 6년만인 지난해 국가채무는 366.0조원으로 2배 이상 증가했다. 올해는 407.2조원으로 사상 처음 400조대에 진입한다. 2013년에는 493.4조원으로 500조원에 육박한다.

국가채무 증가는 국채잔액(만기가 남아 시장에서 유통되는 국채총액)의 급증으로 이어졌다. 국세와 지방세를 합친 조세 수입만으로 재정수요를 충족할 수 없어 국채발행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2000년 72조원이던 국채잔액이 2009년에는 331조원으로 3.6배나 급증했다.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11.9%에서 31.5%로 확대됐다. 이 같은 국채잔액 증가는 대부분 미래세대 부담이다.

전영준 한양대 경제학과 교수는 "재정적자를 현세대의 부담인 조세수입으로 메우지 않고 미래세대 부담인 국채발행으로 보전하면서 국채잔액이 급증했다"며 "향후 복지비용과 통일비용 등을 감안할 때 과도한 국채잔액은 미래세대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전 교수는 "국채잔액이 급증하는 이면에는 정치권과 정부가 '한 표'를 행사할 수 있는 현세대의 조세조항을 두려워해 미래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전가 시키려는 정치논리가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채잔액이 2000년 이후 9년 만에 3.6배 증가한 것도 이 같은 정치적 이해관계의 부산물이라는 설명이다.

국채잔액 증가속도에 비해 조세부담률은 완만하게 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GDP 대비 조세부담률은 2000년 18.8%에서 2008년 20.8%로 2%포인트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처럼 미래세대에게 재정 부담을 전가하는 것은 한국만의 현상은 아니다. 대다수 국가들이 조세부담률 인상보다는 국채발행을 선호한다. 일본의 경우 미래세대의 부담으로 돌아갈 GDP대비 국가채무 비율은 218.6%(2009년)를 기록한 반면 현 세대가 부담하는 1인당 조세부담률은 17.7%(2006년)을 나타냈다.

국채잔액 증가가 반드시 미래세대에 부담이 되는 것은 아니라는 반론도 있다. 재정부 관계자는 "국채발행으로 교육 사회기반시설(SOC) 등 자본재에 투자한다면 미래세대가 이를 생산적 활동에 활용할 경우 긍정적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다만 "그리스처럼 인건비나 연금을 국채발행으로 보전할 경우 미래세대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밖 에 없다"고 지적했다.

조세부담률도 지속적인 증가가 예상돼 현세대가 미래세대에만 국가채무를 떠넘기지 않는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안종범 성균관대 경제학부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조세부담률은 2026년 30.7%까지 꾸준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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