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채업자도 외면한 하청업체, 건설사가 살린 사연

머니투데이 오수현 기자 | 2010.03.07 19:22

[명동풍향계]워크아웃 건설사, 하청업체 어려움에 어음 결제일 앞당겨

건설사 부도설이 횡행하며 자금시장 분위기가 경색된 가운데, 최근 하청업체의 어려움을 외면하지 않고 상생을 길을 모색한 어느 건설사의 이야기가 명동 사채업자들 사이에서 화제다.

◇훈훈한 상생의 길=명동 사채업자 A씨는 지난달 중순께 평소 알고 지내던 후배로부터 다급한 전화를 받았다. 건설사 하청업체를 운영하는 이 후배는 현재 워크아웃(기업 재무구조 개선작업)이 진행 중인 한 대형건설사에 지난 연말에 납품했다. 대금은 오는 5월에 결제되는 6개월짜리 어음. 전화를 건 이유는 당장 자금이 필요하니 이 어음을 할인해줄 수 있겠냐고 것이었다.

A씨는 "도와주고 싶지만 워크아웃 중인 건설사 어음이라 일정 금액 이상은 할인을 해주기 어렵다"며 난색을 표했다. 이 후배는 결국 사채시장에서도 자금을 마련하는데 실패했다. 발만 동동 구르던 그 후배는 지난주 해당 건설사의 도움을 받아 가까스로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 이 건설사에서 하청업체의 딱한 사정을 듣고, 내부 논의 끝에 어음 결제일을 앞당겨줬다.

A씨는 "채권단 핑계를 대면서 둘러댈 수도 있었겠지만 하청업체와 오랜 관계를 고려해 상생의 길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업체들이 늘어나 경색된 시장 분위기가 하루빨리 활기를 찾았으면 하는 게 우리 업자들의 바람"이라고 말했다.

◇위축된 사채업자=코스닥 상장사들 사이에 인수·합병(M&A) 움직임이 활발한 가운데 명동 사채시장에도 자금문의가 쇄도하고 있다. 금리 조건도 좋고 담보의 안정성도 높지만 사채업자들은 섣불리 돈을 풀지 않고 있다. 수사당국에서 최근 '작전 세력'에 대한 감시를 강화한 터라, 편법 논란이 일 수 있는 M&A에 자금을 대줬다간 문제가 복잡해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명동 관계자는 "코스닥 업체 간 M&A 과정에선 인위적인 주가 부양 작업이 있기 마련인데 수사당국의 감시망에 걸릴 경우 대출 업체마저 강도 높은 조사를 받을 수 있다"면서 "이 경우 세무조사까지 이어질 수 있어 업자들은 선뜻 대출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향후 증시에 대한 전망이 엇갈리는 점도 사채업자들이 쉽게 돈을 풀지 못하는 이유로 작용한다. 이들 M&A 세력들은 저축은행이나 사채시장에서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아 차명으로 주가를 사 모으며 주가를 띄우는 작업을 펼치는데, 주가가 일순간에 하락 반전해 매각타이밍을 놓치면 원리금 회수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

명동 관계자는 "아무리 잘나가는 상장사에게도 거래급감과 주가하락, 평판악화의 3각 파도가 일순간에 닥칠 수 있다"며 "이 경우 자금을 바로 회수할 수도 없고 담보로 받은 주식을 처분할 길로 막막해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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