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머징 국부펀드 '시한폭탄' 터진다

머니투데이 안정준 기자 | 2010.03.05 08:17

저가매수 UBS·씨티 등 2년만에 급락…5일부터 주식 전환

이머징 시장의 주요 국부펀드들이 끌어안고 있던 '시한폭탄'이 2년만에 폭발한다.

이머징 주요 국부펀드들은 2년 전 미 서브프라임 사태 당시 UBS와 씨티그룹 등 선진 금융사 지분에 대한 저가매수에 나섰지만 2008년 리먼사태 이후 주가는 급락해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해 진 것.

가장 큰 손실이 예상되는 국부펀드는 싱가포르 투자청(GIC) 이다. GIC가 2년전 사 둔 UBS의 전환사채(CB)가 5일 주식으로 전환되며 GIC는 UBS의 최대 주주가 되는데 이에 따른 손실은 55억 스위스프랑(50 억달러) 규모로 추정되고 있다.

5일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스위스 증시에서 UBS가 47.7 스위스 프랑에 거래된 점을 고려해 보면 막대한 손실은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이날 거래된 주가는 전환 가격의 3분의 1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싱가포르 정부는 그동안 국가 투자활동에 대한 언급을 자제해오던 관례를 깨고 리콴유 총리가 직접 "UBS의 주식을 20~30년 동안 보유하고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GIC는 2007년 미국발 서브프라임 사태 이후 180억달러를 투입해 자산상각을 추진 중이던 씨티그룹과 UBS의 지분 저가매수에 나섰다. 하지만 이후 2008년 리먼사태를 거치며 두 회사의 주가가 폭락하자 투자 시기가 잘못됐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싱가포르의 또 다른 국부펀드 테마섹도 글로벌 금융사 투자에 대한 손실을 피할 수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 전문가들에 따르면 테마섹은 뱅크 오브 아메리카(BOA) 주식 보유분 3.8%를 매각했는데 이에 따른 손실은 23억달러~46억달러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마섹은 영국계 은행 바클레이스의 지분 2% 매각에 대해서도 손실을 입었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비즈니스위크에 따르면 중동 국부펀드 아부다비 투자청도 씨티그룹에 대한 투자로 약 48억달러의 손실이 예상된다. 아부다비 투자청은 이달부터 씨티그룹 투자에 대한 주식 전환에 나선다.

앞서 아부다비 투자청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씨티그룹의 신용손실과 자산상각 등에 대해 법원에 중재 신청을 하기도 했다. 대규모 주가 하락에 따른 투자 손실이 우려됐기 때문이다.

샌포드 C 번스타인의 더크 호프만-베킹 애널리스트는 "대다수의 국부펀드들은 2007년 말 위기가 생각보다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지만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이머징 시장 국부펀드들의 지난 2년간의 투자 패턴을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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