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에 하숙비까지…" 두번우는 대학생들

송복규 기자, 송충현 기자 | 2010.03.08 07:54

대학생·학부모 돈걱정 이중고…"등록금 겨우 냈더니 이번엔 집세 골머리"

#중앙대 재학생인 장모(26)씨는 2년여간 지냈던 하숙집에서 나와 친구와 함께 살 원룸을 구했다. 2년전 40만원이던 월 하숙비가 55만원까지 올라 도저히 버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돈만 내고 제때 챙겨먹지 못하는 밥값도 아까웠다. 장씨가 새로 얻은 원룸은 보증금 500만원에 월세 50만원. 좁은 공간을 친구와 나누자니 불편한 점이 많지만 절약되는 방값을 생각하며 꾹 참기로 했다.

#대구에 사는 자영업자 전모(54)씨는 요즘 밤잠이 안온다. 연년생인 딸들의 대학 등록금으로 쓰려고 준비해둔 학자금이 2년 만에 바닥나서다. 이번 학기 등록금도 힘겹게 마련했다. 다음달부터는 딸들이 사는 오피스텔 월세를 올려줘야 한다. 집을 옮기려고 주말마다 발품을 팔았지만 학교 주변 주택가의 재개발 이주가 시작돼 마땅한 곳을 찾지 못했다.

서울 주요 대학가 인근 원룸의 전·월세와 하숙비가 치솟아 학생과 학부모들이 '이중고'를 겪고 있다. 매년 뛰는 등록금 때문에 골치가 아픈데 집값까지 올라 자금 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다.

대학가 월세물건이나 하숙집 품귀현상은 새 학기마다 반복되는 일이지만 올해는 사정이 다르다. 이미 학기가 시작됐는데도 수요가 꾸준해 가격 상승폭도 가파르다. 특히 동작구 흑석동, 동대문구 회기·이문동 등 대규모 재개발이 진행되고 지역은 기존 학생 수요와 이주·철거 수요가 맞물려 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7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흑석동 중앙대 인근 원룸의 월 임대료는 평균 10만∼20만원 정도 올랐다. 13∼19㎡ 남짓한 원룸 임대료는 보증금 500만∼1000만원에 월 40만∼60만원 선이다. 6∼9㎡짜리 초소형 원룸도 월 30만원은 줘야 구할 수 있다.


하숙집 구하기도 하늘의 별따기다. 새 학기가 시작되기 전 이미 동이 났다. 1년 만에 하숙비를 2~3번씩 올리는 황당한 사례도 많다. 경희대에 재학중인 심모(22)씨는 "주인 아주머니가 몇달새 하숙비를 15만원이나 올렸는데 미안한 기색 하나 없다"며 "원룸을 알아봤는데 관리비, 밥값 등을 따져보니 도저히 옮길 수가 없었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서울 주요 대학들이 밀집된 마포구와 서대문구, 성동구 일대도 사정이 비슷하다. 연세대 신입생인 박모(20)씨는 "생활비·책값 등은 빼고 등록금과 월세로만 1년에 1500만원이 깨진다"며 "부자들에겐 별거 몰라도 지방 학생들에겐 엄청 큰 부담"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재개발이나 뉴타운 구역내 거주하는 학생들이 다른 대학가로 옮기면서 전·월세가 동반상승하는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 중앙대 학생들이 비교적 집값이 싼 숭실대 주변으로 옮기면서 상도동 전·월세도 오름세다. 경희대·외대 학생들이 옮겨간 안암동 일대도 원룸·하숙집 물건이 씨가 말랐다.

부동산114 김규정 부장은 "서울시내 대학생들의 자취방이나 하숙집은 주로 다세대·다가구 원룸"이라며 "재개발로 노후 다세대·다가구가 철거되면 그만큼 주택은 줄고 수요는 늘어 소형임대 시장 불균형이 나타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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