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법령 공청회, 지경부-환경부 대리전?

머니투데이 황국상 기자 | 2010.03.03 18:31

[녹색법 시행령 공청회] 녹색주무부처 다툼, 각계 전문가 양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 시행령 공청회가 지식경제부와 환경부의 입장을 각각 두둔하는 전문가들의 전장(戰場)으로 비화됐다.

3일 국무총리실과 대통령 직속 녹색성장위원회 공동주최로 열린 '녹색성장기본법 시행령 제정 공청회'에 토론자로 나선 산업계·학계·시민단체 관계자들은 한국에서 녹색성장 정책을 담당할 부처가 어디가 돼야 하는지를 두고 갑론을박을 벌였다.

다만 "지경부가 돼야 한다" "환경부가 돼야 한다"는 언급이 명확하게 나오지 않은 점이 흥미롭다. 토론자들은 자신이 밀고 있는 부처의 정책이 왜 좋은지, 상대 부처의 정책은 왜 나쁜지를 말하는 선에서 이야기를 끝내곤 했다.

황인학 전국경제인연합회 상무는 "한국은 온실가스 규제와 에너지 효율제고, 에너지 절약 등 다양한 목표를 한꺼번에 달성하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며 "이는 전 세계 어디서도 유래를 찾아볼 수 없는 규제"라고 비판했다.

황 상무는 "이미 기업들은 지경부에 에너지 소비량을 신고하고 있는데 이 통계를 통해 충분히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박태진 대한상공회의소 지속가능경영원 원장은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85%가 에너지 연소와 관련된 것"이라며 "온실가스 감축노력 역시 에너지 관련정책과 따로 시행할 수 없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온실가스 배출량을 꼭 측정법(굴뚝에서 직접 배출량을 체크하는 방법)을 써야할 필요는 없다"며 "기후변화에 대한 정부간 패널(IPCC) 등 국제기구는 계산법(석탄 석유 등 에너지원별 사용량에 각 온실가스 배출계수를 곱해서 배출량을 구하는 방법)을 권장하고 있는 만큼 한국도 계산법을 따라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황 상무와 박 원장의 언급은 지경부를 지지하는 셈이다. 지경부는 이미 지난 30년간 기업 에너지 통계작성을 담당해 왔다. 에너지 담당부서가 지경부라는 점에서도 황 상무가 지경부를 지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측정법은 환경부가 지난 1997년부터 추진해 온 대기오염물질 원격모니터링 시스템(TMS)을 의미한다. 박 원장은 지경부의 에너지 중심 접근법을 지지하면서 환경부 정책을 비판하는 셈이다.

이에 환경부를 지지하는 이들은 '규제방법의 단순화'가 필요하다는 논리, '대기오염물질인 온실가스는 오염규제부처가 담당해야 한다'는 논리를 들고 나왔다.

김정인 중앙대 산업경제학과 교수는 "영국 호주 미국 등 주요국 모두가 온실가스를 규제대상으로 지정, 관리하고 있다"며 "대기오염물질 목록에 온실가스를 추가해 관리하는 게 행정적·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주장했다.

김승도 한림대 환경생명공학부 교수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산정시 측정법의 경우 7% 정도의 오차만 생길 뿐이지만 계산법은 최고 50%까지 오차가 발생한다"며 "(환경부 방식인) 측정법이 도입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또 "온실가스는 대기오염물질로 미국 유럽연합(EU) 등 주요국 모두가 대기오염 담당부처에서 이를 관리한다"며 "한국 역시 대기오염 주무부처가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주관하는 게 당연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달 17일 입법예고된 녹색법 시행령은 △연간 2만5000톤(이산화탄소 환산량)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사업장을 온실가스 감축의무 대상으로 지정하고 △이들 사업장에서 배출되는 전체 온실가스량, 공정별 배출량, 감축계획을 지식경제부-환경부에 공동으로 보고토록 하는 조항이 들어 있다.

현재는 지경부-환경부가 공동으로 온실가스 감축 정책을 주관토록 하고 있지만 이는 잠정안이다. 정부는 녹색법 시행령 입법예고 기한인 8일까지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녹색 주무부처를 지정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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