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픽스 금리인하, 은행 수익성 악화시킨다고?

머니투데이 오상헌 기자 | 2010.03.04 08:11

'빅4' 시중銀, 수익성악화 고민...부동산침체 대출영업 '개점휴업'

은행권이 새 주택담보대출 기준금리인 코픽스(COFIX) 연동상품 출시 이후 고민에 빠졌다. 여론에 밀려 기존 양도성예금증서(CD) 연동 상품보다 대출금리를 낮췄지만 수익성 악화가 불가피해진 탓이다. 아파트 분양시장 등 부동산 시장의 극심한 침체로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줄고 있어 은행들의 '속 앓이'가 커지고 있다.

3일 은행계에 따르면, 국민은행과 우리은행, 신한은행은 각각 CD 연동 대출보다 금리가 평균 연 0.2~0.5%포인트 낮은 코픽스 대출을 일선 영업점에서 판매하고 있다. 조만간 코픽스 대출을 선보이는 하나은행도 최고 0.41%포인트의 금리를 낮춘 코픽스 대출을 4일 출시한다.

주요 은행들의 대출금리 인하는 이자부담을 줄여달라는 여론의 요구에 부응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경쟁 은행에 비해 금리 인하폭이 적을 경우 고객 이탈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금리를 경쟁적으로 낮춘 배경이 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금리 변동성 축소와 안정성 강화라는 코픽스 도입 취지와 달리 금리를 낮춰야 한다는 고객들이 요구가 커 부득이하게 금리를 내린 측면이 크다"며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해서도 금리를 낮출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문제는 대출금리 인하로 마진이 줄어 은행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것. 특히 대출 규모가 크고 전체 여신 중 주택담보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빅4' 은행들의 걱정이 더욱 크다.

지난 달 말 현재 국민 우리 신한 하나은행의 원화대출금 대비 주택담보대출 비중은 29~41%에 달한다. 기업은행과(9%), 외환은행(25%)에 비해 비중이 훨씬 높다. 국민은행이 41%로 가장 높았고, 신한(33%), 우리·하나은행이 각각 29% 수준이었다.

A은행 관계자는 "코픽스 금리 인하로 거의 모든 은행들의 이익 부담이 크겠지만 주택담보대출을 많이 하는 4개 시중은행의 수익성 악화 영향이 가장 클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B은행 고위 관계자는 "연초 대출 금리를 인하한 데 이어 코픽스 도입으로 대출금리가 추가로 낮아졌다"며 "은행으로선 사실상 마진이 거의 없는 수준에 도달해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에 미칠 부정적 영향이 크다"고 밝혔다.

부동산시장에 몰아친 매서운 한파로 주택대출 영업이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인 것도 은행들에게는 적잖은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등의 여파로 최근 주택시장은 꽁꽁 얼어붙은 상태다.

이에 따라 지난 달 25일 현재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개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528억 원 줄어든 199조8586억 원에 그쳤다. 작년 9월 말 이후 5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은행권 관계자는 "코픽스 출시 후 대출을 전환하려는 고객들의 문의는 많지만 신규 대출 고객 수는 많지 않다"며 "겨울철 비수기에다 부동산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대출영업이 원활하지 않다"고 말했다.

은행권 우려와 달리 코픽스 도입이 오히려 은행들의 이익 개선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김재우 삼성증권 애널리스트는 "대출금리 변동성이 적어지는 만큼 가계 부실 리스크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경기 회복 국면에선 신용 코스트 하락에 따른 이익 개선 효과가 NIM 하락을 상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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