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아 열풍 뒤의 '개미지옥'

머니투데이 김동하 기자 | 2010.03.02 09:36

[김동하의 네이키드코스닥]

편집자주 | 코스닥은 블루오션입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많은 우량기업들이 역동치는 곳입니다. 반면 코스닥은 총성 없는 전쟁터입니다. 실적과 펀더멘털 등을 이유로 주가가 급등하기도 하지만, 루머와 역정보가 난무하는 냉혹한 곳이죠. 한국의 미래와 대박의 기회가 담긴 블루오션. 그러나 쉽게 뛰어들었다가는 쪽박 차기 쉬운 코스닥의 숨겨진 얘기, 때론 불편한 진실들을 하나하나 보여드리겠습니다

김연아 피겨 스케이트 선수가 지난주 세계 최고기록으로 금메달을 따면서 온 국민이 기뻐했습니다.

증시에서도 웃지 못할 '김연아 테마주'까지 등장했습니다. 매일유업과 같은 김연아 선수의 전 광고주 뿐 아니라 치아교정 회사, 김연아 선수가 좋아한다는 음료수 회사도 시장에서 관련주로 회자됐습니다. 실제로 그 주가도 비교적 탄탄한 움직임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진짜로 수혜를 입어야할 소속사 IB스포츠 주가만큼은 기관의 '팔자'공세로 유독 폭락했습니다. 이로 인해 '김연아'의 이름 값에 투자했던 개인 투자자, 이른바 '개미'들은 울상을 짓고 있습니다.

개인들은 올해 들어 24일까지 84만3000주를 순매수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우승을 기원하는 '애국심'에다 주가상승으로 돈을 벌고 싶은 욕구가 겹쳤겠죠.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의 장남인 조현준 사장이 IB스포츠의 지분을 늘렸다는 소식도 개인들의 투심에 불을 끼얹었습니다.

김연아 선수의 피겨 경기가 있던 24일과 26일. 소속사 IB스포츠의 주가는 경기 시작 전에는 매번 10%가까이 올랐습니다. 주로 개인들이 매수했기 때문이죠. 하지만 오후 들어 사모펀드의 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빠지기 시작했습니다.
한셋사모펀드는 23일 약 10만주, 24일에 약 67만주를 쏟아냈습니다. 거래소는 특정 창구의 매도 때문에 IB스포츠를 투자유의 종목으로 지정하기도 했습니다. 25일부터는 개인의 실망매물도 겹치면서 주가는 23일부터 26일까지 나흘 동안 28.8%나 추락했습니다. 지난 주말 종가는 3560원. 김연아 선수의 몸값은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소속사 주가는 지난해 말 3750원보다 더 하락했습니다.

개미 투자자들의 '체감 고통'은 주가 하락폭 30%보다 훨씬 클 듯 합니다. 매일매일 주가 변동 폭이 20%를 웃돌았기 때문이죠. 상한가로 치솟다가 하한가로 추락하는 흐름이 계속되면서 기대감에 덤볐던 개미들은 모두 '총알받이'가 됐습니다.


주가는 펀더멘털이나 심리만으로 오르거나 내리지 않습니다. 누군가가 주식을 계속 사면 주가는 오르고, 누군가가 계속 내다팔면 주가는 떨어집니다. 주식의 수급(수요와 공급)이 중요하다는 얘기겠죠.

특히 '테마주'의 경우, 주가의 급등과 급락을 만드는 건 수급입니다. 펀더멘털이나 심리의 변화는 주식을 사고파는 빌미가 될 뿐이죠. 기관이나 펀드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수급'을 거스르기에는 개인의 실탄은 너무나도 부족합니다.

'개미지옥'. 개미귀신이 마루 밑이나 양지바른 모래땅에 파 놓은 깔때기 모양의 구멍을 말합니다. 개미귀신은 구멍 안에 숨어 기다리고 있다가 떨어지는 개미나 곤충 따위를 잡아먹습니다. 개미들이 공방을 벌이는 종목에 기관이나 펀드가 대규모 물량을 내놓을 경우 개미들은 모두 빠져 죽는 '개미지옥'으로 변합니다.

애석하지만 개미들은 '냉혹한' 사모펀드를 비난해도 소용 없습니다. 증시는 총성 없는 전쟁터니까요. 금메달이 아니라 통일의 순간이라도 팔땐 팔아서 수익을 내는 게 증시의 현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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