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안리식 1박2일" 박종원 '야성 등반론'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10.03.02 08:12

[CEO&LIFE]코리안리 박종원 사장

지리산, 덕유산, 소백산, 속리산, 태백산, 오대산, 설악산. 백두대간의 명산 중 명산들로 꼽히는 이 산들의 이름을 들으면 남다른 열정이 솟구치는 이가 있다.

코리안리 박종원 사장(왼쪽 사진 맨앞)이 바로 그 사람이다. 박 사장은 2004년부터 지난해까지 매해 직원들을 이끌고 함께 산 하나씩을 올랐다. 지리산 성삼재에서 시작한 산행은 지난해 설악산 대청봉에서 마쳐졌다.

전 임직원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매년 2박 3일 동안 산길 수십 km를 걸어, 백두대간 종주라는 큰 결실을 맺은 것이다.

회사에서처럼 그들의 산행을 이끈 것은 박 사장이었다. 그는 등반대원 중 가장 연장자임에도 불구하고 백두대간 종주 내내 행렬의 맨 앞에서 임직원들을 이끌었다. 한 차례도 종주 행사에 빠진 적이 없고, 특별히 편한 길을 택하지도 권하지도 않았다.

그는 산행을 회사 경영에 비유했다. “작년 설악산에서 정상을 눈앞에 두고 비바람이 몰아쳤어요. 서너명은 바람 때문에 안경을 잃어버려 제대로 앞도 보지 못 했고 몇 사람은 로프에 의지하지 않으면 날아갈 지경이었죠.”

‘그만두고 내려갈까, 여기까지 왔는데 더 끌고 올라갈까’ 결정은 오롯이 그의 몫이었다. 그는 오르는 길을 택했다. 산 정상을 향할수록 바람은 거세지는 가운데 30여분가량 동안의 정상 등정은 몇시간처럼 느껴졌다.

결국 정상에 올랐다. 박 사장과 코리안리 직원들은 해냈다는 희열과 함께 1등의 결의를 다졌다. “대열을 가다듬어 간다든지, 뒤처지는 사람은 다른 동료들이 끌어주고 앞에 위험이 있으면 미리 경고해 주기도 해야죠.”

그들의 등정은 10여년전 코리안리의 위상과 현재의 비약을 그대로 반영하는 듯 했다.

올해로 4연임을 한 박 사장이 코리안리와 처음 인연을 맺은 것은 사장으로 부임한 지난 98년 7월이었다. 외환위기 때 보증보험 손실 규모 확대 등으로 존폐의 갈림길에 섰던 코리안리는 구원투수로 그를 맞았다.

당시 그는 행시(14회)를 거쳐 재무부 총무과장, 재정경제부 공보관 등 재무 관련 요직을 두루 거친 상황이었는데도 민간 기업을 택했다. 그는 “나 자신의 철학을 담아내는 경영을 하려면 공직보다 기업이 좋은 것 같아 더 늦기 전에 도전했다”고 밝힌다. 또 “연줄 중심으로 돌아가는 공직에 답답함도 느꼈다”고도 했다.

그는 사장 취임 후 사내 파벌 혁파, 정보공유 확대 등을 업무 비효율을 줄이는 것과 함께 추구했다. 63년 창립 이후 98년까지 35년간의 순이익은 837억원에 불과했지만 1999년부터 2008년까지 10년간 순익 누계액이 5189억 원의 회사로 바뀌었다.


박 사장은 이 과정에서 회사의 필요 없는 조직을 정비한 후 간부가 많은 역삼각형 구조를 피라미드 구조로 바꿨다. 코리안리가 원하는 인재상은 ‘재보험의 전문가’라고 강조하며 순환보직제를 도입했다. 자연스럽게 부서 간 업무협조도 훨씬 원활해져 실적 개선의 기반이 됐다.

회사가 변화에 대응하는 능력을 갖추기 시작하자 그는 등산 경영론을 꺼내들었다. 해병대 출신인 그는 등산, 스키, 축구, 골프까지 다재다능한 만능 스포츠맨이기도 하다. 그는 2004년 처음 백두대간 종주 프로젝트 계획을 발표했다.
↑ 2009년 8월 설악산 등정에서 박종원 사장이 대청봉에서 정상에 오른 뒤 만세를 외치고 있다.

그는 당시 회사 실적은 외환위기 직후보다 나아졌지만 또다시 안주하려는 경향이 도지기 시작했다고 본 것이다. 처음으로 고른 산은 지리산이었고 매해 백두대간 북쪽의 산으로 조금씩 옮겨갔다.

박 사장은 유달리 야성(野性)을 강조한다. 직원 개개인이 자신의 한계를 극복하고 치열한 정글에서도 생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강한 도전정신과 진취적 마인드를 가질 수 있는 야성이 필수라는 것.

자연스레 야성이 가장 진하게 배어있는 신입사원들에게도 관심이 많다. 박 사장은 신입사원을 뽑을 때 세 가지를 눈여겨본다. 실력과 건강한 정신, 그리고 건강한 육체가 그것이다. 모두 야성의 필수 요소다. 또 신입사원 선발 방식도 독특해 서류심사와 면접 외에 야외면접을 강조하고 있다. 등산과 축구 등 운동은 필수다. 시간 엄수와 팀워크 등을 주로 본다. 그는 신입사원 등 직원들과 뮤지컬과 연극 등도 함께 자주 관람한다.

그리고 직원들과의 스킨십 중 가장 중시하는 것은 역시 등산이다. 그는 등산을 하면서 직원들 모두의 공통 화제가 생겼다고 자랑한다. “평소 술자리에서는 회사와 상사에 대한 불만을 쏟아냈지만 백두대간 종주를 마친 뒤에는 등산 얘기로 몇시간을 떠들어도 서로 낯설어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와 코리안리 직원들은 올해부터 새로운 산행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올랐던 설악산에서 시작해 오대산, 태백산, 속리산, 소백산, 덕유산을 거쳐 지리산에서 마치는 백두대간 역종주를 계획하는 것이다.

또다른 경영상의 목표도 있다. 아시아와 국내 우량 보험사를 대상으로 한 인수.합병(M&A)와 금융지주사 체제 구축 등이 그것이다. 또 올해 재보험사 세계 10위를 달성한 뒤 2020년엔 세계 5위권으로 도약하는 것도 중요 목표다.

박 사장은 직원들과의 산행 과정을 담은 책에 이렇게 적었다. “나는 이 정도 한계도 극복을 못 하는 사람인가? 내가 나약해지면 나를 따르는 직원들은 어떻게 하는가? 내가 약해지면 안될 일이었습니다”. 산이 그 자리에 있어 오르는 이도 있다지만 박 사장은 일부러 산을 찾아 동행한 이들과 함께 정상을 정복해내고 마는 도전의 경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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