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로 쓴 희망가'교보생명 광화문글판 20돌

머니투데이 배성민 기자 | 2010.03.01 12:00
때로는 시심으로, 때로는 희망으로 서울 한복판에서 사람들의 시선을 붙들어온, 교보생명의 광화문 글판이 올해로 20살이 됐다.
↑ 3월부터 새로 걸린 광화문 글판. 이번 문안은 장석남 시인의 ‘그리운 시냇가’에서 발췌했다. 서로를 배려하며 조화로운 삶을 이어가는 시냇가 옛 마을의 모습을 통해 주변을 둘러싼 갈등을 불식시키고 화합과 상생의 마음으로 따스한 봄을 맞이하자는 의미를 담았다.

교보생명은 20년을 맞은 광화문 글판이 봄을 맞아 새 옷으로 갈아입으며 61번째 글판이 등장했다고 1일 밝혔다.

1년에 4번, 계절이 바뀔 때마다 새로운 문안을 선보이며 사랑 받아 온 광화문 글판은 지난 91년 1월 신용호 교보생명 창립자의 제안으로 처음 걸렸다. 당시 첫 문안은 ‘우리 모두 함께 뭉쳐 경제활력 다시 찾자’(왼쪽 사진)였다. 지금과는 달리 딱딱한 구호로 초기의 문안은 이처럼 계몽적 성격의 직설적인 메시지가 주로 담긴 표어와 격언이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IMF 외환위기 당시인 1997년 말 신 창업자는 새로운 의견을 내놨다. “기업 홍보는 생각하지 말고, 시민들에게 위안을 주는 글판으로 운영하자”고 했던 것. 당시 경제위기에 따른 실업 대란 등으로 고통과 절망을 겪는 이들을 위로하려는 목적도 있었다.

이듬해인 98년 봄에는 ‘떠나라 낯선 곳으로 그대 하루하루의 낡은 반복으로부터’(고은의 시 ‘낯선 곳’)라는 문안이 걸리며 처음으로 시심이 녹아들었다.

그해 겨울에 게시된 ‘모여서 숲이 된다 나무 하나하나 죽이지 않고 숲이 된다 그 숲의 시절로 우리는 간다’(고은 창작)(오른쪽 사진)는 희망의 메시지였다.

신창재 회장이 대표이사로 취임하던 2000년 5월에는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며 간다 여기서부터 희망이다’(고은의 시 ‘길’)도 역시 희망의 송가였다. 회사쪽은 이를 교보생명의 각오와 미래에 대한 희망이라고도 소개했다.

광화문 글판 문안은 ‘광화문 글판 문안선정위원회’을 통해 선정된다. 선정위원들의 추천작과 교보생명 홈페이지에 올라온 시민들의 공모작을 놓고 여러 차례의 투표와 토론에 거쳐 최종작을 선정한다.


지금까지 광화문 글판을 가장 많이 장식한 작가는 고은 시인(7번)이었다. 또 김용택 시인은 3편, 도종환·정호승·정현종 시인과 유종호 평론가는 각각 2편의 작품을 글판에 올렸다.

이 밖에도 공자, 헤르만 헤세, 알프레드 테니슨, 파블로 네루다, 서정주 등 국내외 현인과 시인 40여명의 작품이 광화문 글판으로 재탄생 했다.

현재 문안선정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소설가 은희경 씨는 “광화문 글판은 어딜가나 볼 수 있는 흔한 명언, 명구와는 달리 다양한 문학작품을 통해 용기와 희망을 전하고, 사색에 잠기게도 만들며, 때로는 장난스럽기까지 한 점이 시민들로부터 사랑받는 이유인 것 같다”며, “앞으로도 지금처럼 시민들의 마음에 닿을 수 있는 문안들을 많이 소개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화문 글판은 2007년 12월 사람이 아닌데도 ‘세상을 밝게 만든 100인’에 이름을 올렸으며, 2008년 3월에는 한글문화연대가 주최하는 ‘우리말 사랑꾼’에 선정되기도 했다.

광화문 글판은 현재 광화문 교보생명빌딩 외에도 강남 교보타워, 천안 계성원(교보생명 연수원), 대전·부산·광주·제주도 사옥 등 총 7개 지역에 내걸리고 있다.

한편 교보생명은 지난 2008년 창립 50주년을 기념해 광화문 글판 모음집 ‘ 광화문에서 읽다, 거닐다, 느끼다’를 발간했으며, ‘광화문 글판 블로그’ (http://blog.naver.com/kyobogulpan)를 만들어 소통의 경로를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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