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종 전기차 '이존', 깜찍한 도로주행기

머니위크 지영호 기자 | 2010.03.04 14:13

[머니위크]언덕도 50km 거뜬, 승차감은 아직 사치

서울시 서초구 사평로 인근의 CT&T 서울사무소를 찾는 일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통에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다.

가까이 가니 장난감 가게에서나 봤을 법한 귀여운 미니카들을 행인과 관계자가 둘러서서 구경하고 있다. 차량을 살펴보는 기자에게 "달릴 수 있는 차냐?"고 묻는 아주머니의 눈에서는 신기함이 역력하다.

3월 30일부터 전기차의 도로 주행이 가능해짐에 따라 주목을 받고 있는 이존(E-Zone)을 직접 타봤다. 등판능력이나 주행성능을 시험해보기 위해 서래마을과 대법원, 사평로 일대 15km를 1시간가량 달렸다.

◆남다른 외모 눈길

가장 먼저 앙증맞은 외관이 시선을 사로잡았다. 뒤로 밀면 마치 미니카처럼 앞으로 달릴 듯한 기세다. 차량을 두드려보니 둔탁한 소리가 난다. 강화 플라스틱 재질이다. 차체를 가볍게 하려는 의도에서다.

차 길이가 2m57cm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보다 1m 이상 짧다. 일반 승용차 주차구역에 2대를 주차해도 넉넉할 정도다. 반면 폭은 1m44cm로 마크에 비해 15cm밖에 좁지 않다. 탑승했을 때 경차와의 차이를 크게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차 길이의 상당수를 차지하는 보닛이 그야말로 절벽이다. 마치 소형 화물트럭의 전면부와 비슷하다. 차의 길이를 줄이기 위해 모터를 하단부에 설치했다.

차량 후면에는 차체의 측면과 연결된 알루미늄 휠(리어필러)이 두드러져 보인다. 뼈가 드러난 듯한 강한 인상이 풍긴다. 적재함은 생각보다 넓다. 캐리어 두개 정도는 넉넉하게 들어갈듯 싶다.

바퀴는 4륜 오토바이를 연상케 한다. 차체에서 바퀴 전후로 튀어나온 부분인 오버행이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위에서 봤을 때 차량의 네개 꼭지점에 바퀴가 위치해 있다고 보면 이해하기 쉽다.

◆초간단으로 꾸며진 실내 장치

운전석에 앉았다. 관계자가 조작장치 중에 버튼 하나를 변속기어라고 가르쳐준다. 안개등 스위치 같은 버튼 위 아래로 D와 R이라는 영문이 쓰여 있었다. 위를 누르면 전진, 아래를 누르면 후진, 가운데 놓으면 기어중립이다.

계기판에는 속도계와 배터리 잔여량이 중심에 위치한다. 아날로그 방식의 속도계는 최고 속도를 80km까지 표시하고 있었다. 배터리 표시는 디지털 방식이다. 모두 10칸으로 나뉘고 배터리가 소모될 때마다 한 칸씩 불이 꺼진다.

오밀 조밀한 외형과는 달리 시트의 탑승감은 비교적 나쁘지 않았다. 시트 열선을 작동했더니 이내 뜨거워질 정도로 강력한 화력(?)을 뽐낸다.

운전대인 스티어링휠은 스포츠카의 휠과 비슷한 형태지만 감은 좋지 않다. 요즘 유행하는 비디오 게임기의 그것과 비슷하다. 운전대 중앙부에 경음기로 보이는 버튼을 눌러보았지만 경적은 울리지 않았다. ‘티잉’하는 스프링 소리만 공허하게 울려 퍼졌다.

◆도심형 미니카, 골목의 제왕


호흡을 가다듬고 출발했다. 휘발유나 경유차와는 다른 느낌이다. 가속 페달에 발을 얹어도 출발하지 않는가 싶더니 이내 생각보다 빠른 속도로 속력이 붙었다. 흠칫 했던 가슴은 제동 때 또 한번 뛰었다. 서서히 제동페달을 밟았는데 속도가 줄지 않았기 때문이다. 오른 발에 조금 더 힘을 줘서야 속도가 줄었다. 예상보다 페달 유격이 크다는 느낌이다.

1km가량 주행하자 페달에 금세 익숙해졌지만 이번엔 완충장치(서스펜션)가 말썽이었다. 감속구간에 등장한 과속방지턱이 복병이었다. 노면에서 전해져오는 충격이 운전대와 시트를 통해 머리 전체를 흔든다. 회사 관계자는 "기름을 쓰지 않는데다 차량의 중량까지 줄이다 보니 페달과 서스펜션에 적응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이해를 구했다.

속도를 올렸더니 시속 50km 이상도 충분히 나온다. 언덕길에서도 50km를 유지하기에 어렵지 않다. 도로 사정상 60km까지 이르지 못한 부분이 아쉬웠다.

때때로 우주선에서 엔진을 작동시킬 때와 비슷한 느낌의 ‘우~웅’하는 낮은 모터음이 귀에 거슬린다. 시승 모델에 아직 방음장치가 장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것이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유턴을 해봤다. 불과 2개 차선으로도 넉넉한 유턴이 가능하다. 높은 차체(1m56cm로 마티즈 크리에이티브보다 4cm가 높다) 때문에 우려했던 쏠림 현상도 크게 느껴지지 않았다.

작은 차체는 혼잡한 교통상황에서 빛을 발했다. 도로변에 주정차한 차들로 혼잡한 상황에서도 좁은 틈새가 보이면 진입하기 수월하다. 이면도로에서도 마찬가지다. 좁고 복잡한 서래마을 뒷골목을 주행하면서 이 차만큼 다니기 쉬운 차가 있을까 싶었다. 골목에서는 ‘이존’이 왕이나 다름없었다.

◆충전은 간단, 가격은 글쎄

도로 주행을 마치고 돌아오자 회사 관계자가 도저히 차가 들어갈 수 없는 공간에 주차를 한다. 이존 전용 주차장이라고 표시가 돼 있지만 다른 차는 엄두도 내지 못할 공간이다.

전용 주차공간 벽면에 은빛 박스를 열자 가정용 220볼트 콘센트가 보인다. 충전 방식은 일반 가전제품과 같다. 케이블은 다소 굵지만 돼지코 모양새는 똑같다. 차와 연결하면 계기판에 불이 들어오며 충전이 되고 있음을 알린다. 회사 측은 "월 전기료는 기본료 기준 1만원가량 든다"고 설명한다.

완전히 방전된 상태에서 최대로 충전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대략 4~5시간이다. 기본형인 납축 배터리를 사용하면 1회 충전에 70km를 달리지만 900만원을 추가하면 1회에 120km를 달릴 수 있는 리튬폴리머 배터리로 교환할 수 있다. 배터리 교환 사이클은 5~10년 정도라는 것이 회사의 설명이다.

안전성은 어떨까? 김성동 CT&T 부장은 "국제 자동차 안전기준을 통과했다"면서 강한 자신감을 보인다. 전기자동차의 안전기준은 없지만 일반 자동차 안전기준을 그대로 적용해 정면충돌 48.3km/h, 측면충돌 50km/h를 동시에 통과했다.

가격은 상당히 비싸다.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지만 1500만원선으로 예상하고 있다. 리튬폴리머 배터리를 장착하면 2400만원까지 치솟는다. 현재까지 정부 보조금이 없어 소비자의 부담이 크다. 해외에서는 600만~1000만원가량의 보조금이 지급되지만 국내에서는 정부가 예산이 없어 아직 혜택을 받을 수 없다.

김 부장은 "전기차가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에 적합한 제품이니만큼 내년쯤 정부의 보조금 지급을 기대하고 있다"면서 "쇼핑이나 통학, 실버세대를 위한 세컨드카 개념이나 리조트 단지, 공장 등 대단위 사업장이나 공공기관의 업무용 차량으로 시장을 공략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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