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운 미소금융 조건 좀 완화해 주세요"

머니투데이 정진우 기자 | 2010.02.26 10:52

[상담역 인터뷰]신용등급 5∼6등급이 발길 돌릴때 많아

서울 을지로 3가에 위치한 우리미소금융 본점 영업점에는 총 5명의 직원이 일하고 있다. 이중 상담역 3명은 모두 우리은행 출신. 지난 30년간 뱅커로 살아온 금융 전문가다. 이들은 각각 10여 년 정도 지점장 생활을 했다. 그 누구보다 서민 금융을 잘 안다. 그간 현장에서 직접 겪어봐서다.

3번 창구 박철하(59) 전문위원은 실제 상담을 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았다고 털어놨다. 박 위원은 "어려운 사람들의 사연을 듣다보면 90% 정도는 대출이 나갈 수 있는 가이드라인을 벗어나 마음이 아프다"며 "조건을 좀 완화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은행은 어느 정도 신용등급이 되는 사람들을 상대하는데 미소금융은 그 은행에서 거부당한 사람들이 찾는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여기를 찾는 분들 중 정말 사정이 딱해 도와주고 싶어도 어쩔 수 없는 경우가 많다"며 "신용등급 6등급이란 이유 하나만으로 거절당하는 게 가장 안타깝다"고 말했다.

정진훈(57) 전문위원도 "신용등급이 5∼6등급인 사람들의 사연은 모두 7등급이나 다를 바 없다"며 "다른 조건이 그렇게 다르지 않아 그들에게도 대출을 해줘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을 할 때가 많다"고 설명했다.

박 위원에겐 지난 1월 실제 이 같은 상담사례가 있었다. 그를 찾아온 젊은 부부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을 이야기했다. 이들 부부는 작은 음식점을 운영하며 그곳에서 숙식을 해결했다. 장사가 잘 안되자 어쩔 수 없이 가게 보증금에서 월세를 차감했다. 결국 남는 돈이 없었다.

이들은 은행에도 가봤지만 별 수 없었고 미소금융의 문을 두드렸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신용등급이 6등급이라 발길을 돌려야했다. 부부는 박 위원 앞에서 눈물을 흘리며 "연체 안당하려고 꼬박꼬박 이자 갚고 성실히 살아왔지만 오히려 신용등급이 좋아 손해를 본 느낌이다"고 한탄했다. 박 위원은 그냥 돌아서서 가는 이들 부부 생각에 가슴이 아팠다고 눈시울을 붉혔다.


정 위원은 "대출이 나갈 땐 우리가 직접 실사를 나간다"며 "거치기간 동안에도 매달 모니터링을 하고 여러 가지 장치들을 걸어놨기 때문에 도덕적 해이가 나타날 확률은 적다"고 말했다.

그는 또 운영자금과 시설개선자금 지급 조건 중에 사업등록일로부터 2년 이상이란 게 있는데 너무 긴 것도 문제로 지적했다. 1년 6개월간 가게를 운영한 사람이 급전이 필요하게 됐는데도 6개월 기다리라고 할 수밖에 없어서다.

이들은 현재 봉사활동을 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업무에 임하고 있다. 어려운 사람들이 재기할 수 있도록 옆에서 도와주고 있는 것에 보람을 느끼고 있는 것이다.

박 위원은 "과거 경험에 비춰봤을 때 2년은 지나야 정착할 수 있다"며 "대출이 나간 후 고맙다고 전화 주는 사람들이 있는데 앞으로 2년 후에 정말 성공해서 나타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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