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아이는 어른의 거울

머니투데이 최중혁 기자 | 2010.02.24 10:06
"원래부터 그랬다. 우리만 그러는 게 아니다."

졸업식 '알몸 뒤풀이'에 대한 가해 학생들의 항변이다. 일부 학생은 경찰 조사에서 "학교의 전통일 뿐이고 다른 학교에서도 모두들 그렇게 하고 있는데 왜 우리만 갖고 그러느냐"고 억울해 했다고 한다.

잘못을 뉘우치지 않는 아이들의 태도에 어른들은 기가 막혀 했다. 대통령까지 충격을 받았단다. 하지만 이런 일이 어디 아이들만의 일일까.

"원래부터 그랬다. 나만 그러는 게 아니다."

검찰의 교육계 인사 비리 수사에 대해 교육공무원들은 내심 이렇게 항변한다. 교육계를 오래 출입한 한 선배기자는 "교육계 매관매직은 너무 일상화 돼 있어서 비리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라고 말했다.

학부모는 교사에게, 교사는 교감에게, 교감은 교장에게, 교장은 장학사에게, 장학사는 교육청 간부에게 꼬리에 꼬리를 물고 뒷돈을 주고 있다는 얘기였다. 뒷돈이 너무 일상화되다 보니 일부 공무원들은 뒷돈뭉치를 아예 업무추진비 정도의 '공금'으로 여길 정도라고 한다.


서글픈 얘기지만 이게 우리의 현실이다. 교육공무원들끼리 주고받는 '뒷돈'의 상당수는 학부모나 업자들이 제공했다는 측면에서 어찌 보면 거대한 부패사슬 속에서 우리 모두가 공범이라는 생각도 든다.

대통령은 졸업식 '알몸 뒷풀이'에 대해 "단순한 사건이 아니라 문화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구조적이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을 주문한 것으로 읽힌다. 하지만 문화라는 것이 어디 하루 아침에 바뀌는 것인가.

졸업식 문화가 건전해지려면 학교가 먼저 가고싶은 곳, 즐거운 곳으로 바뀌어야 한다. 친구가 쓰러뜨려야 할 경쟁자로만 인식되는 약육강식의 학교에서 건전한 졸업문화를 기대하는 것은 어쩌면 어른들의 지나친 욕심 아닐까. 학부모들은 학교와 교사에 무엇을 기대하고 있나. '인성(?)' '성적(?)'

촌지와 뒷돈, 학연과 지연에 물들대로 물든 어른들이 과연 아이들 졸업식 문화를 바꿀 수 있을지 의문이 생긴다. 외국도 다들 이런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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