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생 IPO, 주관사단 인수물량 책임 극대화

더벨 이재영 기자 | 2010.02.22 13:21

'혼합 배정' 방식 적용...포스코建 실수 통해 교훈

더벨|이 기사는 02월18일(11:35) 머니투데이가 만든 프로페셔널 정보 서비스 'thebell'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대한생명보험이 기업공개(IPO) 공모에 통합 배정과 개별 배정을 동시에 적용한 '혼합 배정' 방식을 도입해 관심을 끌고 있다. 국내·해외 주관사단의 책임감을 극대화해 공모 성공 가능성을 높인 것이다. 포스코건설 IPO 실패로부터 배운 '교훈'이다.

대한생명은 9곳의 인수단(주관사 6곳, 인수사 3곳)을 '국내 인수단구성원'과 '해외부문 공동코디네이터'의 두 그룹으로 나눴다.

국내 인수단구성원엔 대표주관사인 대우증권과 공동주관사인 우리투자증권·동양종금증권 및 인수사인 한화증권·IBK투자증권·현대증권이 포함됐다. 해외부문 공동코디네이터는 공동주관사인 JP모간·도이치증권·크레디트스위스 등 3곳이다.

대한생명은 이번 공모에서 신주 1억3000만주를 발행하고 구주 8000만주를 매출한다. 이 중 1억710만주(51%)는 국내 인수단에, 1억290만주(49%)는 해외 공동코디네이터에 배정했다.



국내 인수단과 해외 공동코디네이터 각각의 그룹 내부적으로는 통합 배정 방식이 적용된다. 통합배정은 일괄 청약을 받은 뒤 인수사가 인수 비율대로 물량을 배정받는 방식이다. 안정적이지만 타사의 청약 물량으로 자신의 실권 물량 희석을 기대하는 무임승차자(프리라이더)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두 그룹 사이에는 개별 배정 방식이 적용된다. 배정 물량에 대해 그룹별로 각각 책임을 지게 한 것이다. 해외에서 실권이 발생할 경우 국내의 청약 초과 물량이 해외로 넘어가 배정되지 않는다. 이 경우 해외 공동코디네이터 3곳이 인수 비율대로 실권주를 인수해야 한다.


청약 과정에서 국내 증권사는 국내 증권사끼리, 해외 증권사는 해외 증권사끼리 모여 협력해야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동시에 그룹별 경쟁을 통해 실권주를 최소화해야 한다.

여기에 대한생명은 IPO 인수계약서에 독특한 규정을 추가했다. '인수 의무불이행'에 대한 규정이다. 최종 공모가 결정 이후 어느 인수사가 인수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경우 이 물량은 각각의 그룹 내부에서 인수 비율에 따라 재배정된다. 사실상 그룹 내 연대 책임이다.

다만 따로 동의가 없는 이상 추가 배정 물량은 기본 인수 물량의 10%를 넘을 수 없다. 만약 의무불이행되는 물량이 너무 많아 공모 자체가 흔들리게 되면 대한생명과 인수단이 합의해 새롭게 물량을 배정한 후 다시 공모를 추진키로 했다.

이는 포스코건설의 IPO 실패 사례에서 배운 것이다. 지난해 10월 포스코건설은 수요예측 이후 공모를 철회했다. 공모가에 대해 포스코건설이 만족하지 못했기 때문으로 알려져 있지만 사실 인수단과의 마찰이 더 큰 이유였다.

당시 희망 공모가는 10만~12만원. 포스코건설은 희망 공모가 밴드 내에서 공모가를 정하길 원했지만 일부 해외 주관사는 8만원대 후반을 주장했다. 희망 공모가 밴드 내로 공모가를 정하면 인수에 불참하겠다는 통보도 했다. 포스코건설은 인수 물량 재분배를 두고 고민하다 결국 시장 상황 호전 후 공모를 재추진하기로 결정했다.

국내 증권사와는 달리 해외 증권사는 최종 공모가격 결정 후 발행사와 확정 인수계약을 맺는다. 수요예측까지는 사실상 가계약 수준인 것. 이 때문에 수요예측 이후 해외 주관사가 공모가를 문제 삼아 발을 빼면 조정할 방법이 없다. 대한생명은 최초 인수계약서에 '인수 의무불이행' 관련 조항을 넣어 이를 원천 봉쇄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그룹별 통합 배정 시 무임승차자 방지를 위해 80대 20대 20이라는 수수료 성과급 시스템도 도입한 것"이라며 "대한생명이 이번 공모 성공을 위해 주관사단 역량을 최대한 끌어내려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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