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TX도 포기, 만만찮은 대우건설 매각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 2010.02.22 11:51

인수 참여만으로 시장 반응 민감… 대형M&A 주인 찾기 더욱 힘들어질 듯

대우건설 인수전에 뛰어들었던 STX그룹이 인수 검토 의사를 밝힌 지 1주일이 채 안 돼 포기를 선언했다.

대기업 그룹에 속하는 STX까지 조기 불참을 선언하면서 시장이나 매각 주체가 신뢰할 수 있는 전략적투자자(SI)를 찾기는 더욱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STX에 앞서 지난해 말 대우건설 인수 의사를 밝혔던 동국제강은 여전히 인수를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동국제강은 당시 우선협상대상자 중 한 곳이었던 자베즈파트너스(Jabez Parters)가 조성하는 사모투자펀드(PEF)에 참여를 타진했었다. 동국제강은 자베즈가 대우건설 인수에 실패한 이후에도 산업은행 PEF를 통해 인수를 타진하는 등 인수 의사를 고수하고 있다.

동국제강측은 대우건설 인수를 위해 동원 가능한 현금성 자산이 약 1조3000억 원으로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지분 인수에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동국제강 역시 최종 인수까지 넘어야할 산이 많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예상 인수가격이 3조원을 상회하는 대우건설을 최종적으로 인수하기 위해서는 산업은행의 인수금융과 재무적투자자(FI)를 유치하는 것이 필수지만 최근 대형 M&A와 관련해 냉각된 시장 심리 등을 감안하면 불확실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동국제강은 아직 산업은행과 구체적으로 PEF 참여에 대한 논의를 진행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M&A업계 관계자는 "산은이 PEF를 조성하면서 FI를 모으려면 재무건전성이 양호하고 어느 정도 덩치가 커서 대우건설을 인수하더라도 탈이 나지 않을 SI를 내세우는 것을 선호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관계자는 "STX도 인수 전 참여 포기를 결정하면서 인수 후 부담에 대한 시장의 우려를 등을 감안했을 것"이라며 "동국제강 역시 비슷한 고민을 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대우건설 인수전에 포스코나 LG, GS, 한화 등 굴지의 대기업 이름이 오르내리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러나 포스코는 대우인터내셔널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로 결정하면서 대우건설에 대한 인수 의사를 접은 상태다. 정준양 포스코 회장도 "대우건설 인수를 검토한 바 없다"고 수차례 강조했다.

LG그룹과 GS그룹도 지난해 대우건설 매각 당시 우선협상대상자와 접촉하며 인수에 관심을 보인 바 있으나 부정적인 방향으로 결론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 역시 대한생명 상장에 그룹 역량을 집중시키면서 대우건설 인수전에는 한발 물러서 있는 실정이다.

산은 PEF와 별도로 대우건설 인수에 나서겠다고 선언한 TR아메리카컨소시엄(TRAC)의 경우 채권단의 부정적인 태도 때문에 인수 가능성이 크지 않다.

TRAC 측은 지난주 컨소시엄 참여 업체들이 방한해 대우건설을 실사하고 인수 의지를 재확인한 뒤 이행보증금 납입 의사도 밝히고 있으나 산업은행과 채권단은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분위기다.

대우건설 매각과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하이닉스 인수전에 나섰던 효성에 이어 이번 STX의 예에서 알 수 있듯이 앞으로 대형 M&A 딜에 쉽게 나설 수 있는 기업은 점점 더 줄어들 것"이라며 "대우건설 매각도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국내 SI를 찾기가 어려워 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베스트 클릭

  1. 1 70대 친모 성폭행한 아들…유원지서 외조카 성폭행 시도도
  2. 2 야산에 묻은 돈가방, 3억 와르르…'ATM 털이범' 9일 만에 잡은 비결[베테랑]
  3. 3 "녹아내린 계좌, 살아났다"…반도체주 급등에 안도의 한숨[서학픽]
  4. 4 홍콩배우 서소강 식도암 별세…장례 중 30세 연하 아내도 사망
  5. 5 '학폭 피해' 곽튜브, 이나은 옹호 발언 논란…"깊이 생각 못해" 결국 사과